-프랑스인의 도시, 폰디체리의 낭만
-교민들의 ‘일탈 장소’로도 유명

폰디체리 시내. (사진=페이스북)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 사람(국적은 영국인이지만)에게 현지에서 비프 스테이크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생각해보면 참 재밌는 일이다.

인도 사람들이 소고기를 먹는다고는 하지만,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즐기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설령 즐긴다고 하더라도, 주위 사람 눈치 덕에 드러내놓고 좋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애초에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인도 시장에 진입할 당시 ‘소고기 패티 없는 빅맥과 와퍼’를 도입한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인도의 패스트푸드 시장 기준으로는 버거킹이나 맥도날드에 비해 KFC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다만 최남단의 케랄라 주는 경우가 좀 다르기도 하다. 이전부터 최상위 카스트인 브라만 계층 역시 때때로 소고기를 즐기곤 했단다. 그래서 로컬 식당을 방문해도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프 커리’가 있는가 하면, 로컬 프랜차이즈의 패스트푸드점에는 소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판매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지역 별로, 계층 별로 소고기에 대한 선호가 다른 셈이다. 인도는 워낙 주 정부가 지역 경제에 관한 법률을 자체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연방 국가이고, 그러다보니 소고기에 대한 법률까지 주 별로 상이한 지경에 이르렀다.

소의 도축 및 소비와 관련한 주별 법령. (그래픽=타임즈오브인디아)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남부 최하단의 케랄라와 동북부 여러 주(연두색 표시)에서는 소의 도축, 소유, 소비에 대해 어떠한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는 물소 뿐만 아니라, 신성시되는 암소로 스테이크를 구워 만든다 한들 어떠한 제약이 없다. 폰디체리를 감싸고 있는 케랄라 동쪽의 타밀나두 및 몇몇 주(노란색 표시)에서는 다만 암소의 도축만이 금지된다.

그래서 이들 지역에서 소고기 요리는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암소로 만든 고기는 구경하기 힘들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주에서도 제한적으로 도축은 허용되니 전반적으로 북부보다 남부가 통념이나 종교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기도 하다.

반면 붉은색으로 도배된 북부는 살벌하다. 소를 소유해서도, 도축해서도, 먹어서도 안 된단다. 농사는 어떻게 지을까도 싶지만, 이들 지역에서 도축업자들이 잇따라 폭행 및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또 집권여당이 소고기를 매개로 종교색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애초에 얼마 전 재임에 성공한 모디 총리 역시 애초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구자라트 주(지도 내 최서부)의 주지사 출신이다.

사정이 그러했지만, 폰디체리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널널한 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암소를 잡아다 스테이크를 구워내지 않는 이상 법적이며, 도의적으로도 문제될 여지는 없었다. 다만 문제는 물소고기가 암소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점에 있었다. 특히 냄새에 민감한 이들에게는 물소 특유의 냄새가 거슬린다고 한다. 따라서 인도에서 훌륭한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가르는 기준은 이 냄새를 얼마만큼 잡아내느냐에 좌우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사정에 밝은 한 교민에 따르면 “물소로 만든 스테이크를 레어로 구워낼 경우 이 냄새가 다시 올라온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도의 스테이크 굽기 정도는 사실상 미디엄과 웰던 두 종류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레어로 해 달라고 해도 결국 미디엄이나 웰던으로 구워서 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웨이터가 굽기 정도를 물어보는 것도 사실상 예의상에 그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묻지도 않고 알아서 구워오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르 클럽의 주인에게서 추천받은 레스토랑 역시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경우에서 완벽히 자유롭지는 않다. 하지만 모두가 버팔로 냄새를 훌륭히 잡은 것은 물론, 잘 익힌 스테이크의 기준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곳이라는 평가다.

코로만델 카페 내부. (사진=코로만델 카페)

가장 먼저 추천받은 곳은 카페 코로만델(cafe coromandel)이다. 한국어로 자수정을 뜻하는 ‘아메티스트’ 카페라고도 불리는데, 동일 브랜드가 이미 첸나이에서 오래 전부터 성업 중에 있다. 유럽의 어디 근교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놓아 한국인 교민 및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SNS에 업로드하기에도 제격이다.

입구를 따라 정원 숲을 조금 걷다보면 마당에 테라스를 길게 설치해놓은 카페와 부티크, 편집샵 등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남인도 전역에 걸쳐 이름이 알려져 있는 편인데, 분위기 면에서는 첸나이가, 음식의 맛에 있어서는 폰디체리 지점이 앞선다는 평이 중론이다. 다만 브렉퍼스트 메뉴의 경우 폰디체리 지점은 그 종류가 베네딕트 등으로 한정적이다.

워낙 르 클럽의 주인에게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고 말했었고, 이에 주인장은 두 번째로 주저없이 빌라 샨티(villa shanti)라는 레스토랑을 추천했다. 이전에 방문했을 때부터 인기 있는 레스토랑이었고, 르 클럽이 없어진 지금 한국 교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워낙 같은 이름의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이지만, 이제는 레스토랑이 더 유명해졌다.

스테이크 메뉴로는 비프스테이크 단 하나가 있다. 하지만 스테이크 자체로만 놓고 보자면 폰디체리에서 한두 손가락에 꼽는다는 평이 우세하다. 다소 심심한 맛이라 평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이 흠이 되지는 않는다. 구운 야채들과의 궁합도 좋은 편이고, 그 중 가장 뛰어난 것은 단연 감자 수플레다. 일반적인 매쉬드 포테이토가 아닌, 루(Roux)를 이용해 오븐에서 돌려낸 정통 수플레만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다는 평도 있다.

빌라 샨티의 스테이크. (사진=박종호)

또 다른 스테이크 맛집으로는 프렌치 쿼터의 해안가 큰 도로에 위치한 프롬나드(Promenade) 호텔의 레스토랑을 꼽았다. 마침 기자가 묵는 숙소이기도 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평가로는 “프랑스 음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왜 프랑스 음식이 깊고 뛰어난 지 알 것 같다”가 있다. 한 교민에 의하면 “스테이크는 한국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맛이었고, 꼬꼬뱅(와인에 재운 닭 요리)은 오히려 먹어본 중 가장 훌륭했다”고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르 뒤플렉스(Le Dupleix)라는 레스토랑 역시 언급하고 싶다. 폰디체리의 모든 프렌치 레스토랑을 통틀어 가장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그럼에도 존재가치가 있다는 평이다. 다른 식당에서 잘 제공하지 않는 돼지고기 구이 등 메뉴가 아주 다양한 편인데,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로 종종 언급되곤 한다.

접근성 및 분위기 또한 훌륭하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랍스터 요리도 있다. 한 플레이트에 가격은 한국 돈으로 4만 원에 육박하는지라 현지인들은 좀처럼 찾기 힘든 곳이지만, 모처럼 큰 돈 쓸 준비가 되어있는 한국인들에게는 크게 부담될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손님들은 대개 현지 인도인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한국인들은 대개 ‘빌라 샨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관광보다는 교민들의 휴식여행으로 적합한 폰디체리. 인도에는 그런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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