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의 도시, 폰디체리의 낭만
-교민들의 ‘일탈 장소’로도 유명

폰디체리의 해안가. 인도양으로 이어진다. (사진=트립어드바이저)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과거 인도 첸나이에서 살 때는 주말에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지가 고민이었다. 놀이문화랄 것이 없는 도시이기도 했으니 교민들은 이미 몇년 전부터 이른바 ‘호캉스’나, 교외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해안가 도로를 따라 여느 휴양지 부럽지 않은 리조트들이 활황이라고 한다. 그래도 무료한 가운데 나름 호화스런(?) 소일거리나마 즐길 수 있어 다행인 것 같다. 고급호텔이며 리조트의 가격이 그래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꽤 저렴한 편에 속하니 가능한 취미이기도 했다.

교외 드라이브도 마찬가지다. 첸나이의 교민들에게 인기 있는 교외 휴양지로는 1시간 거리의 마말라푸람과 더불어, 폰디체리를 빼놓을 수 없겠다. 이름에서부터 불어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이전에 프랑스의 지배를 오래 받았던 도시이기도 했다. 지역적, 역사적 특수성을 인정받아 첸나이가 속한 타밀나두 주의 행정구역이 아닌, 연방정부가 직접적으로 관할하는 도시에 속했다.

약 5년 전에 방문한 기억이 있는데, 첸나이를 지나는 김에 이 곳도 다시 방문해 보기로 했다. 첸나이에서 약 150km정도 떨어져 있으니, 서울에서 대전 거리 정도다. 차량호출 서비스인 올라(ola)를 통해 가격을 알아보니 편도기준 2000루피다. 약 3만 원에 세 네 명이서 운전사 딸린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으니, 교외 드라이브가 인기인 이유를 실감할 것도 같다.

국내외 여행객들 입장에서야 공동체마을인 오로빌, 혹은 해안가에 줄지어 늘어선 프랑스풍 저택들과 호텔, 깨끗한 길거리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교민들 입장은 다소 다르다. 지난번 기사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만 워낙 타밀나두 주(州)는 고기나 주류 판매에 엄격하기 때문이다.

주류 라이센스를 얻는 과정이 워낙 까다로워 음식점에서 술을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개인 단위로는 대개 주류점에서 구입해야한다. 그러나 어지간히 큰 쇼핑몰에 가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이 주류점을 찾는 것부터가 문제다. 거기에다가 주류세 및 사치세 등 각종 세금이 한꺼번에 붙다 보니 술 자체의 가격도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이에 현지인들은 어디서 만드는지 밀주를 빚기도 하고, (인도 가정에서 빚는 밀주는 개인건강에도 아주 위험하다) 한국 사람들은 가끔씩 한식당에서 알음알음 들여온 소주로 한시름 놓기도 한다.

반면 폰디체리에서는 그럴싸한 프렌치레스토랑에서 각종 음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주류가 면세인 지역이니 가능한 일이다. 이에 교민들은 술을 몇 상자 째로 구매해 차 트렁크에 우겨넣고 첸나이로의 반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워낙 극성이니 도시 진입로의 세관에서는 한 때 한국인이 오고간다 싶으면 무조건 불러 세우고는 트렁크를 확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도인들도 소고기를 먹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비율로 놓고 보면 사실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한국 사람이 인도에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즐기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폰디체리 방문은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워낙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날리던 도시니, 프랑스 및 이탈리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현지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덕이다.

저렴하고 조용한 소형 리조트에 자리를 잡고 수영을 즐기기에도 제격인 곳이다. 첸나이와의 거리도 멀지 않으니 교민들은 때때로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도 한다. 리조트에서 수영, 레스토랑에서 맥주 한 잔을 곁들인 스테이크, 프렌치 디저트를 함께 내놓는 카페 등을 돌아가며 즐기는 식으로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와 맥주 한 잔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사진=트립어드바이저)

이전에도 몇 번 방문했던 도시니, 이번 방문은 아무래도 식도락 위주로 진행될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도 그리웠던 장소 중 하나는 ‘르 클럽(Le Club)'이라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소고기 스테이크만 해도 종류가 열 가지가 넘고, 맛 또한 한국의 어느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에 비해 가격은 만 원을 살짝 웃돈다. 술의 경우, 맥주 기준으로 대체로 비싸야 한 병에 4000원 정도였다.

인터넷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지만, 매장에 방문해보니 영업에 한창일 시간에도 불이 다 꺼져있어 의아했다. 반면 출입문은 열려있었다. 정원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가니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들에게 ’오늘 레스토랑 열었나요?‘라고 물으니 그 중 한 사람이 일어나서 기자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무척 공손하게 "매장은 이제 영업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씁쓸하게 밝혔다.

자신이 ’르 클럽‘의 주인이라고 밝힌 이 영국인(인도계 영국인인 것 같다)은 유창한 영어로 2017년 연말부터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다고 설명한다. 폐업한지 1년이 넘은 레스토랑에 들러매장문 열었냐고 묻는 기자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이 와중에 레스토랑 주인을 만났으니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신기했다. 이에 과감하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렇게 잘 되던 레스토랑인데 왜 문을 닫았을까. 그는 임대료와 관련해 분쟁이 있었다고 대답한다. 사실 그는 자신을 레스토랑 주인이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그는 말하자면 건물주였고 운영을 맡은 이는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임대료 분쟁이 있었어요. 쉽게 말하자면 레스토랑 측에서 임대료를 내지 않았어요. 무려 10년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레스토랑은 1993년부터 운영해 왔어요. 르 클럽은 단언컨대 폰디체리에서 가장 전통 있고 훌륭한 프렌치레스토랑이었습니다. 저는 1999년에 이 레스토랑을 인수했고요. 이 레스토랑이 이렇게 문을 닫게 되어서 저도 아쉬워요”

“한국에 있는 여행정보 사이트나, 책자에서도 르 클럽이 가장 먼저 언급되기도 해요. 아직 르 클럽이 망했다는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많던데. 저도 예전에 방문했었는데 오늘 이 곳에 오다보니 르 클럽 생각이 났거든요. 그런데 왜 레스토랑에서는 임대료 지급을 안 했나요?”

“저도 그것을 모르겠어요. 아마도 제 국적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이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일찍부터 소송은 걸었었는데, 소송이 몇 년째 진행되다보니 결국 10년 동안 임대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끝나게 되었습니다. 인도에서는 아시다시피 지대와 관련한 분쟁이 굉장히 많고, 소송 자체도 몇 년씩 지연되는 경우가 흔하니까요. 레스토랑 측에서는 소송전으로 끌고 가되, 적당히 타협을 볼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셰프는 도박에 알콜중독자였어요.”

인도에서는 토지의 소유권이 서류에 의해 분명하게 구별되어 있지 않거나, 어쩐 일에선지 소유 및 매매절차가 법에 의해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이들 간의 법적 쟁점은 이러한 사항에서 기인하지 않나 싶었다. 실제로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 이후 가장 먼저 다루고자 한 사항 역시 토지 기록과 매매 절차를 투명, 강화하는 방안이었다. 토지의 소유권 문제가 인프라 건설이나 제조업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폰디체리의 르 클럽. 간판은 현재까지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사진=트립어드바이저)

알고 지내는 한 교민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니, 그는 폰디체리의 경제가 이전같지 않다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르 클럽이 최근 경쟁자(?)들에게 밀려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워낙 유명했다는 것이다. 사실 폰디체리는 관광으로 수입을 얻는 도시라기보다, 워낙 농업을 먹거리로 삼아왔다. 최근 2~3년간 업황 악화로 시내 경제가 힘들어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2년 전에는 시 자치회가 연방정부에 청원을 넣기도 했다. 시의 재정상황이 매우 어려우니, 정부가 시 운영에 적극 개입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르 클럽의 주인은 이러한 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친절하게도 이방인 불청객을 위해 르 클럽을 대체할 만한 다른 레스토랑들을 추천해 주었다. 폰디체리에서 20년 가까이 산 전문가의 판단이고, 또 그의 추천을 충실히 반영하여 모두 방문해 보았으니 다음 기사를 통해 공유해도 좋을 듯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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