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후폭풍…국내 기업들 ‘황망’
화웨이 후폭풍…국내 기업들 ‘황망’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5.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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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의 중심에 선 화웨이. (사진=SBS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외국 기업들의 미국 정보통신 기술 침해 위협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한 이후, 그 여파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한 조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포함시키고, 세계 각국에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보호'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측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 인프라를 취약하게 만들고 이를 이용하려는 외부의 적대 세력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행정명령은 상무부 장관에게 미국의 국가 안보 또는 미국인들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 요소가 되는 모든 거래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에 이어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을 거래 제한 기업 목록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공식 허가 없이는 미국 기업들과 거래를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현재처럼 일부 부품들을 미국 기업들로부터 공급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역시 이 조치에 대해 “외국 기업이 미국의 국가 안보 또는 국익에 해를 끼치기 위해 미국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막게 해줄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당장 구글이 화웨이와 오픈 소스 라이센스 제품을 제외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의 거래를 중단했다. 구글은 “화웨이와 안드로이드 및 구글 서비스에 대한 기술 지원과 협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구글이나 유튜브 같은 유력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최근 잠정적으로 유예될 것이라고 전해졌으나, 화웨이로서는 결코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행위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른바 '화웨이 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수권법에 서명, 미국 정부 기관이 중국 업체인 화웨이와 ZTE의 장비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은 동맹국들에게도 5G 통신망 구축에 있어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와 일본은 화웨이를 5G 사업에서 배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영국은 데이터 처리와 같은 민감한 작업과 상관이 없는 '비핵심' 장비에 한해서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 기업에게 적극적으로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IT·전자 업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웨이가 사실상 미국의 제재 이후 손발이 잘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화웨이가 사실상 미국의 제재 이후 손발이 잘렸다는 평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통상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만 화웨이와 '절연'할 경우 방대한 중국 시장에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은 화웨이 사태에 따른 경영실적 영향평가와 대응책 마련에 일제히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압박으로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경우 직접적인 실적 감소는 물론 화웨이와 무관한 다른 사업 및 현지 법인운영 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화웨이와 사업적으로 가장 얽혀 있는 곳은 역시 삼성전자다. 화웨이가 국내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화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17.7%를 중국에서 올렸을 정도다. 전년(16.0%)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최근 '화웨이 때리기'의 최대 승자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타깃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큰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은 화웨이라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양국이 '제2의 냉전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경제 논리만 적용할 경우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과의 거래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향후 사태 추이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미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 역시 보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KISA(한국인터넷진흥원)과 국내전문가들을 통해 보안 관련 70여가지 가이드라인에 대한 검증을 완료했으며, 보안사고 예방을 위해 매월 CEO 주관 전사 네트워크 품질보안 점검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한 관계자는 2013년부터 화웨이 무선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보안문제가 발생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으며, 경쟁사들도 화웨이 유선 전송장비를 수년간 사용하고 있으나 보안 관련 문제가 발생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정보를 식별/관리하는 것은 모두 유선 코어망에서 이뤄지는데 LG유플러스는 코어망 장비를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는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직접 유지보수 관리하고 있어 5G 무선 기지국 장비에서 백도어를 통한 가입자 정보 유출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각 사업자들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대변해 더이상 국내 이통사들이 해당 리스크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나름대로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일부 중국 기업들을 의도적으로 억압하는데 국가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코 정당한 것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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