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협상 재개...에너지 분야까지 확대 논의
-인니는 연내 타결에 긍정적

지난 2월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에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엥가르티아스토 루키타인도네시아 무역부 장관과 CEPA 협상 재개와 관련한 공동선언문 서명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데일리비즈온 하영지 기자]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수년간 지체되었던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자유무역협정에 다시금 속도가 붙고 있다. 2012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양국 간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논의한 이래, 2014년 2월까지 7차례 협상이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양국은 한국의 대인도네시아 직접투자 보장과 주요 관심 품목의 양허 문제 및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보호 수준 등의 주요 쟁점에 대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바 있다. 결국 서울에서의 7차 협상을 끝으로 후속 협상은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2018년 조코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CEPA 협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에 2019년 2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엥가르티아스토 루키다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인도네시아 CEPA 협상 재개를 공식 선언하였다.

당시 김 본부장은 “올해 중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 고 강조하였으며, 이에 따라 지난 4월 30일 서울에서 제8차 CEPA 협상이 재개 되었다. 

◆ 왜 지연되었나?

인도네시아는 1993년 발표된 아세안 역내 자유무역협정 (ASEAN Free Trade Agreement, AFTA)를 시작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및 뉴질랜드와 아세안으로 다자간 무역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정부 관계자 및 현지 언론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었다. 아세안-중국 FTA가 당국의 무역수지 적자의 주 요인이 된 반면, 중국은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인도네시아가 FTA 체결로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이유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FTA 체결 전인 2001년에는 3억 6000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2008년 이후로는 적자에 머물러있다. 

이러한 중국과의 FTA로 인한 타격은 이후에 체결될 예정이었던 여타 FTA 건에 대해 제동이 걸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와중에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CEPA 협상을 진행시켜왔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인니 CEPA 협상은 잠정적인 중단으로 이어졌다.

한-인니 FTA 확대는 1051개 품목의 관세 폐지 또는 인하, 투자 확대 방안 등을 골자로 한다. 2007년 6월 발표된 한-아세안 FTA로 2010년까지 전체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의 92.4%에 달하는 1만402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이미 철폐되었다. 그러나 CEPA 체결 시 당사자 국가 간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과 투자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인도네시아의 무하마드 루트피 인도네시아 당시 무역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CEPA 합의에 적절한 때가 아니며, 빠른 시일 내의 합의는 어려워 보인다.” 라고 전했다. 협상 재개에는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협상의 타결이 어려워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그와 더불어 장관은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직접투자를 보장하는 문제와 인도네시아 농산물에 대한 한국 농산물 시장에 대한 개방문제에 대한 새로운 조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2014년 7월 9일 인도네시아의 대선이후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고 조코위 정부가 출마하면서 CEPA 안건은 흐지부지되었다. 

지난해 9월 10일 창덕궁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 부부가 전통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이번 협상의 쟁점과 타결 전망

그럼에도 인도네시아가 한국에 주요 시장인 점은 변함이 없다. 이에 한국 기업의 진출 확대를 위해 CEPA협상에 대한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더욱이 한국의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이미 다자 및 양자 간 무역 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이에 한국의 한국·아세안 FTA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제한이 크다는 점을 끊임없이 지적받았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재개된 제8차 한국-인도네시아 CEPA 공식 협상 개최는 의의가 크다. 한국 측에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참가하였고, 인도네시아 측에서 이만 팜바기오 무역부 국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하였다.

본 회의에 앞서 산업부는 통상 협력을 넘어 4차 산업혁명 분야 및 신재생에너지, 수소경제 등 최근 에너지 분야의 화두에 대해 양국의 상호 보완적 상황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례로, 작년 4월 인도네시아가 발표한 ‘Making Indonesia 4.0’정책에서 4차 산업 혁명 관련 기술을 제조업에 접목해 2030년 세계 10대 산업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한국의 유관산업 인프라와 시너지를 낼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만 팜바기오 국장은 8차 협상을 통해 양국 간 상품 교역 품목에 대해 논의하였으며, 6월에 제안서를 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양국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과 한·아세안 FTA의 조항을 개선하는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의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서비스 무역에 대한 이전 차수의 논의 내역이다. 이외에도, 유통, 법률, 건설, 인사역량 구축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원산지 및 관세 절차와 무역 원활화 에 대한 논의 역시 활발했다. 

이만 사무총장은 무엇보다도 CEPA협상의 빠른 타결을 가장 강조하면서 연내 타결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에서 가장 큰 국가로써, (양국 간 협정이 일찍 채결되었다면) 인도네시아와 한국간의 교역량은 200억 달러 이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라며 양국이 최선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현재 호주와 유럽 두 곳과 CEPA 무역 협약을 맺고 있다.

이번 협상과 더불어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의 사업 간담회도 진행되었다. 현대자동차, 롯데케미칼,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인삼공사, 신신제약 등 국내 기업과 협회가 참석하였으며 인도네시아 측에서는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측이 대표로 참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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