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얼마나 위험할까

타지마할.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에 간다고 하면 늘 주변 사람들이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곤 한다. 위험한 지역에 혼자 돌아다녀도 괜찮겠냐는 우려다. 지금에야 부모님도 어느 정도 안심하시지만, 주변의 인도 전문가들 역시 늘 하는 소리가 ‘인도 얕보지 마라’ 등이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도를 떠돌며 현지조사에 천착한 전문가들 역시 11년째 잘못될 수 있는 것이 인도여행이란다. 그래서 본인 역시 인도에 갈 때면 일단 배탈나지 않기, 아프지 않기를 제 1의 목표로 삼고 움직인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욕심내서 여러 군데 돌아다니는 것은 절대로 지향하는 편이다.

그래서 인도를 좋아하지만, 인도에서 못 본 곳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인도여행을 계획하는 맛은 있으니, 그래서 인도여행을 중독성 있다고 하나보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은 늘 묻는다. 인도 여행하기 위험하지 않느냐, 여자 혼자서 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이다. 인도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질문이 쏟아질 때도 많지만 대체로는 인도의 치안에 대한 염려이다. 물론 지역을 막론하고 치안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도 많았다. 2012년 델리에서 있었던 여대생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만큼 세계 각지에 충격을 던져 준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 때 이후로 인도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국내언론은 자극적인 뉴스만을 실어다 한껏 사건의 본질을 과대포장한 후 보도하곤 했다”고 토로했다.  

누군가는 13억 인구가 사는 곳이니 그런 놈들 몇 명이야 없겠느냐, 또 한 두 개의 사건으로 방대한 인도 전체의 색깔을 정의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도 다소 거칠게 구분하자면 북부, 그 중에서도 동부보다 남부는 확실히 안전하고 또 외국인들에게도 친절한 편이다. 기자가 아는 현지인들 역시 입을 모아 “남부에 사는 여성들은 대체로 북부보다 귀가시간이 두어 시간 정도는 더 늦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여전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나라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아울러, 인도가 여타 선진국보다 치안 면에서 부족함이 많은 국가이며, 따라서 해당 문제를 언급함에 있어 인도의 다양성을 언급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거나 축소시키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 또한 설득력이 있다.

델리 여대생 성폭행 사건 당시 시위에 나선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에 대한 재반론 또한 존재한다. 아무리 안전해봐야 여성이나 혼자 온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 이방인에게 완벽하게 안전한 국가나 지역은 대단히 드물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치안을 두고 몇 손가락 안에 꼽혔던 한국도 결국 여성에게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되지 않았는가.

워낙 인도에서는 총기나 테러와 관련된 위험은 드문 편이니, 실상 피부로 느끼는 위험은 과대포장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남부는 얼마나 안전하냐는 질문에는 늘 “내가 살았던 첸나이의 시내 중심부에서는 교민들이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까지 동네 공원을 조깅하곤 했다”고 설명하곤 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도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늘 밤 열한시를 넘기곤 했다. 요새는 현지인 여성들도 밤에 종종 반려견 등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다. ‘무법자’ 들개들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요즘 부쩍 줄어든 덕이다.

사실 인도의 다양성을 언급할 필요성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지역 간 안전에 대한 차이와 그 원인에 대한 설명 역시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정보일 수 있다. 가령, 터키의 경우에도 동서부의 차이가 극명하다. 누구나에게 인기 있는 서부의 유명 관광지와는 달리, 동부는 최근까지도 이슬람 무장단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악명 높은 IS의 자매단체를 포함, 테러 및 소수집단과의 교전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다.

인도 또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실재적인 위협’이 되는 지역이 존재한다. 웨스트뱅갈, 오디샤 및 차티스가르 주(州)를 포함한 동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그렇다. 인도 내에서도 가장 낙후되어 있는 지역 중 하나일뿐더러, 이들이 외국인에 대해 접할 기회가 대단히 적다는 점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이른바 낙살라이트라 불리는, 마오주의에 경도된 반군세력이 때때로 출몰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공권력이 미약한 지역이다.

누군가는 되묻기도 한다. 과거 새로운 IT열풍의 주역이자,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가 어떻게 조잡한 무기로 무장한 농촌 반군단체 하나 진압하지도 못하는지?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인도의 고유한 연방제도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인도는 워낙 드넓은 국토와 수없이 다양한 민족구성원 덕에 일찍부터 연방제를 이식한 바 있다. 이에 각 지역의 치안은 해당 지역의 경찰이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각 주에 군은 특별히 두지 않았다. 이는 각 주에 주 방위군을 배치한 미국의 연방제도와 상충되는 점이다. 이 차이에 대해서는 지역색 강한 지방정부가 강해지기를 원하지 않았던 인도 연방정부의 우려도 있었지만, 원래 군은 외적과 맞서 싸우는 존재이며 지역 내 문제는 경찰이 담당한다는 기존의 인식이 더 크게 작용했다.

낙살라이트 세력지도. (사진=알 자지라)

따라서 경찰력이 특히 강하지 못한 지역에는 역내 치안문제가 장기간 지속되기도 한다. 인도 최대의 도시 중 하나인 뭄바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호텔 뭄바이>에서 그린 바 있듯이, 지방정부는 대규모 테러를 진압할 만큼의 자체적인 병력과 인프라가 부재한 경우가 많다.

터키와 인도 모두 특정 지역에 치안이 공백상태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터키가 위험한 관광지라고 인식되는 정도는 상당히 낮은 것 같다. 이스탄불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일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반면 인도는 여성들에게 위험한 관광지라는 인식이 결정적으로 박히며,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실 인도를 좋아하는 관광객이라도 사실 오디샤나 차티스가르, 혹은 북동부 7개 주를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타지마할, 갠지스 강 등의 유명 관광지가 위치한 북부는 남부지역에 비해 사건사고에 휘말릴 가능성이 다소 높은 편이니 만약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들이 최남단 케랄라 정도에만 위치했어도 지금의 인도 이미지는 조금이나마 달라지지 않았을까는 아쉬움도 들린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실 인도에 대한 이미지가 쉬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는 다른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인도 사회가 가진 ‘불확실성’이며, 이에 더해 사고방식의 차이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들이 사실 그들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사고방식의 차이야 있겠다마는, 홀로 동떨어져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이해는 인도여행에 앞서 필수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수박 겉핡기나마 다음 기사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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