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길거리를 배회하는 물소. (사진=이재경)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에 사는 이들의 고충 중 하나로 종종 고기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한다. 인도는 종교적으로 소고기 섭취를 금할뿐더러, 돼지고기 역시 문화적 이유로 거부하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많은 인도인들은 채식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아예 전반적으로 육식은 어느 정도 부정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워낙 예전에는 간헐적 금식이나 채식이 상위카스트의 전유물이었다면, 요즘에는 너나할 것 없이 채식하는 인도인들이 많다. 최근에는 가뜩이나 열량섭취가 부족한 빈민들이 금식을 따라하면서 사회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사실 고기값은 채소값보다 비싸고, 그러다보니 경제력이 떨어지는 일반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채식 위주의 식단을 가져가기도 한다. 그러나 하위카스트나 불가촉천민 집안이 전통적으로 채식하는 집안인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간혹 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다면 그것까지는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을 ‘플렉시테리안’이라고 하니 참 말은 잘 지어내는 민족들이다.

인도는 참으로 넓을 뿐더러, 카스트라는 것도 워낙 그 개념이 모호하고 방대하다. 소고기를 꺼리는 문화는 워낙 시바 신의 탈것이었던 암소를 숭배하는 전통에서 시작되었다. 이에 수소나 물소 등은 먹어도 되지 않느냐는 인도인들도 많고, 불가촉천민의 경우 예전부터 뭐라도 먹어야 했으니 그것이 소고기라고 가릴 처지가 못 되었다.

전사계층인 크샤트리아 카스트 중 일부는 전통적으로 돼지고기를 즐기기도 했다. 한 교수님에 따르면 전투에서 힘을 더 잘 내기 위함이 아니겠냐고 추측한다. 동북부 부족민들도 소고기에 거부감을 덜 느낀다. 오히려 메갈라야 주를 포함하여 중국과 미얀마의 접경 지역의 주민들은 기독교도가 많으니, 아주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남부 케랄라 지역을 방문하면 주요 식당의 메뉴에 ‘비프 커리’가 있는 것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 곳 주민들은 전통적으로 브라만 계층도 소고기를 즐겨 먹었단다. 소고기를 먹는 무슬림 인구도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니, 인도를 여행할 때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불교와 이슬람교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이슬람교의 경우에는 워낙 코란이라는 경전이 있고, 그 경전에서 돼지고기를 엄격히 금하라 했으니 유동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는 경우는 어지간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보기 힘들다.

하지만 불교와 힌두교는 경전이 없다. 힌두교 역시 불교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생활양식이자 윤리의 형태와 가깝다. 따라서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도 많다. 1억 명이 넘는 신들이 사는 만신전에 능청맞게 부처나 예수를 끌어들이는 사람들이니, 소고기에 대한 해석 역시 다양할 수 밖에.

그래서 한국에 온 인도인들이 한번 고기맛(?)을 보면 인도에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그리워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도 있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TV프로그램에서도 한국의 고기요리를 즐기는 인도인 친구들이 화제가 되지 않았던가. 그들 대부분은 자국에서는 독실한 원리주의 힌두교도지만, 일단 인도를 벗어나면 괜찮다는 논리로 무장한다. 늘 자신이 브라만임을 자부하던 한국의 한 인도인 교수님 역시 늘 삼겹살과 소주를 예찬하곤 했다.

인도 현지에서 먹은 스테이크와 맥주. (사진=이재경)

얼마 전에 개봉한 <호텔 뭄바이>라는 영화에서도 소고기를 둘러싼 한 장면이 나와서 눈길을 끌었다. 중대한 스포일러는 아니니 안심하시라.

영화 자체는 상당한 수작이지만, 주인공 부부가 뭄바이 최고의 럭셔리호텔인 타지마할의 레스토랑을 찾아 메뉴를 주문하는 장면이 거슬렸다. 서양인 남편에 인도인 아내였다. 남편이 점원에게 추천메뉴를 묻자 점원은 치즈버거라고 대답했다. 이에 남편은 순진한 얼굴로 치즈버거가 소고기 패티로 만든 ‘정통 치즈버거’냐고 되묻는다.

이에 아내가 “이 나라의 사람들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며 황급히 남편을 나무란다. 남편은 즉시 그의 종교적 무지를 반성하며 점원에게 사과했다지만, 사실 그렇게 사과할 필요가 있었을까? 오히려 인도의 다양한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아내가 그렇게 대응하는 것이 이상했다. 호주인 감독이 만든 영화이니 모를 수도 있겠다 싶긴 했지만.

거기에다, 분명 그 치즈버거는 소고기 패티로 만든 치즈버거임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인도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치즈버거라는 메뉴를 발견했다면,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소고기로 만든 치즈버거라고 생각해도 좋다. 걱정 말고 맛있게 드시라.

이에 한 걸음 더 나아가 패티가 암소를 이용해서 만들었느냐, 물소나 젖소로 만들었냐고 묻는 것은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힌두교도가 아닌 외국인이 이 같은 질문을 한다고 하여 전혀 실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국민들도 즐겨먹는 소고기. 우리도 제대로 알고 먹고 싶다는데 까짓 무슨 흠이 되겠는가.

참고로 대부분은 물소, 즉 버팔로로 만든 스테이크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는 맛이 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끔은 용감하게도 암소로 만든 고기를 이용하여 스테이크를 구워내는 곳이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기사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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