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릭샤. (사진=위키피디아)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에 가면 워낙 오토릭샤를 좋아한다. 흔히 툭툭이라고 더 잘 알려져 있는, 대개는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3륜 전동차다. 기존의 릭샤(인력거)에 전동장치가 붙는다고 인도에서는 줄여서 ‘오토’라고도 부른다. 한국인들은 종류 상관없이 릭샤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약 5년 전쯤 인도에 살 때에는 워낙 교통수단이 이 릭샤밖에 없었다. 릭샤가 가기 멀다 싶으면 콜택시를 이용했고, 나머지 거리는 전부 릭샤가 대신했다. 외국인들은 대개 버스는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우버가 도입되기 직전 시기였다.

하지만 동남아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이 릭샤기사의 횡포가 늘 문제였다. 터무니없는 값을 부르면서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는데, 특히나 내가 살았던 남인도 첸나이의 기사의 악명(?)은 인도 전역에서도 유명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좀만 어리숙해 보인다 싶으면 자국인들까지 서너 배나 되는 가격폭탄을 맞기 십상이었다.

그래도 다행인지, 인도생활이 막바지에 이르자 이 릭샤기사와의 실랑이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어느 정도 눈에 익은 기사들은 별 말없이 순순히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찮다는 듯이 제 가격에 가자고 나무라면 다는 아니더라도 먼저 꼬리를 내리는 기사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다보니 그 동안에는 못 보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하루를 시작한 인도인들과 등교를 준비하는 학생들, 아침부터 빨래에 열중인 여인들과 길거리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파는 상인들까지. 그들의 일상과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기도 했고, 현지어로 릭샤기사와 몇 마디 나누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다보면 기분 좋아진 기사가 현지인들만 아는 중요한 정보 몇 개를 툭툭 던져줄 때도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나처럼 이 과정들을 즐길 리는 없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내가 공감하지 못할 다른 고충들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버나, 로컬업체 올라(Ola)의 부상 이면에는 시장지배자(?)의 위치에서 마음껏 횡포를 부리던 릭샤기사들에 대한 반감도 상당부분 차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우버 이전에 택시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워낙 내가 살던 첸나이에서는 사전예약 기반의 콜택시 이외에는 길거리를 배회하는 택시가 없었지만, 뭄바이나 콜카타같은 도시를 가면 우리나라와 어느 정도 비슷한 택시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버와 올라의 등장은 인도에 거주하거나, 여행을 온 외국인에게는 필경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뭄바이나 콜카타의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릭샤기사들이나, 기존의 택시업체들과 적극적으로 제휴에 나선 올라의 위상은 대단해서, 지금은 우버가 기를 제대로 못 펼 지경이라 한다. 이에 이제는 현지에서 릭샤기사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외국인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오랜만에 인도의 뱅갈루루에 들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의 IT허브가 입지한 도시다. 볼일을 보러 나서면서 올라를 불러야하나 생각했지만, 올라나 우버가 닿기 힘든 위치인지라 별 수 없이 길거리에서 릭샤를 하나 잡아타고 길을 나섰다.

익숙한 동네도 아니었고, 릭샤를 탄 것도 근 5년만이라 바가지를 쓰거나, 기사가 길을 돌아가지는 않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먼 거리를 오면서도 별 탈 없이 제 가격을 지불할 수 있었다. 애초에 예전 같았으면 릭샤기사들이 멀다고 승차를 거부했을 터였다.

생각해보니 릭샤기사들이 한결 친절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에 오늘은 종일 릭샤만 타야겠다고 생각했고, 몇 번 경험해보니 점차 확신을 굳혀갈 수 있었다. 이전에 잊고 있었던 릭샤의 추억도 새록새록 되새길 수 있었던 것은 덤이다.

이제는 올라와 제휴를 맺고 운행하는 릭샤기사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사진=올라)

다시금 드는 생각은, 경쟁은 소비자들을 이롭게 한다는 점이다. 첸나이에서는 올라의 부상이 오히려 기존 운송시장의 확대까지 불러왔다는 분석까지 있었다. 여성들도 안심하고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긍정적인 변화다.

이에 일정 내내 릭샤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자동차와는 달리 릭샤는 좁을 길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릭샤를 타고 달리며 인도의 뜨거운 바람도 느끼고 싶다. 어쩌면 그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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