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과학자의 꿈 키워준 화학선생님
주말마다 실험 같이 하며 가르쳐
양조 간장 만들어 점심식사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을 지낸 채연석 박사는 5월만 되면 자신을 과학자로 이끌어준 중학교 때 선생님이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 최고 항공우주 연구기관의 최고 자리에 오르기도 했던 채 박사는 청주 남중 재학시절 김용호 선생님을 만났다. 학교는 민가에서 2km 떨어진 논 부근에 있었다.

채연석은 형들이 타던 자전거를 타고 등교했다. 그때 마침 신혼이었던 김용호 선생님이 이웃에 살았다. 자동차는 꿈도 꾸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채 박사와 김용호 선생님은 채 박사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같이 등교하곤 했다. 김용호 선생님은 채 박사를 자전거 앞쪽에 앉히고 페달을 밟았다.

채연석 박사
채연석 박사

화학을 전공하고 과학교사로 근무하던 김용호 선생님에게 채 박사는 아들이면서 조수이면서 학생이었다. 수업이 끝나도 행정적인 일을 하기 위해 교무실에 남아있는 선생님을 기다리면서 채 박사는 과학실에 들어가 실험하면서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채 박사는 선생님 집을 드나들면서 다양한 과학책 원서도 들춰보는 기회를 가졌다. 점점 더 과학에 흥미를 느낀 채 박사가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이 인공위성이었다.

그 책의 앞 부분에 로켓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세계 최초의 로켓이 1232년 중국에서 만들어 사용한 화전이라는 내용도 그때 읽었다. 그 책은 채 박사가 항공우주과학자로 이끄는 나침반 역할을 했다.

그 책에서 주장한 세계 최초 로켓이 중국의 화전이라면 우리선조들도 로켓을 만들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연구하여 찾아낸 것이 최무선이 만든 주화이고 이것이 세종때 신기전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채 박사가 밝혀냈다. 우리나라 로켓화기의 기원을 밝히게 된 것이다.

김용호 선생님은 로켓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해 줬다. 선생님은 채 박사에게 과학자가 될 소질이 있다고 칭찬을 많이 했다. 학생 과학잡지의 학생 기자로도 추천했다.

김용호 선생님(가운데) 부부와 함께 한 채 박사
김용호 선생님(가운데) 부부와 함께 한 채 박사

김용호 선생님은 시간이 많이 나는 주말이면 학교에 남아 같이 실험했다. 화장품도 만들고 황을 원료로 해서 성냥도 제조해서 불을 붙여보았다

그 중에는 간장을 만드는 실험도 있었다. 작은 항아리에 염산을 넣고 콩을 끓인 뒤 소다를 넣어 중화시키고 소금을 넣으면 양조간장이 된다. 두 사람은 직접 만든 양조간당을 반찬삼아 학교에서 함께 밥을 지어 점심식사를 했다.

지금까지 채 박사가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한 끼의 식사였다.

우주공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채 박사는 대학생 시절 김용호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 청주 남중학교를 찾았으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충북교육청에 수소문했지만, 어느 곳에도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던 채 박사는 2017년 대전 TJB방송에서 만든 기획프로그램인 당신의 한끼에 출연하게 됐다. 당연히 채 박사가 기억하는 한 끼 식사는 김용호 선생님과 함께 만든 간장을 반찬삼아 먹은 점심식사였다.

TJB 방송을 통해 간장 점심식사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그것을 본 선생님의 친구가 김용호 선생님에게 연락을 했다. 마침내 채 박사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반세기가 지나서 그립던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청주를 떠나 충남 지역으로 옮겨 다시 교편을 잡았다. 그때만 해도 충북교육청 기록이 충남으로 넘어가지 않은 시절이어서 채 박사는 연락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채 박사는 군산에 사는 스승을 찾아 방문했다. 정년퇴임한 선생님은 암도 앓아 쇠약해졌지만, 50년 넘게 자신을 기억하며 찾아 준 중학교때 제자를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중학교 때 제자가 과학자로 꿈을 이룬 뒤, 방송을 통해서 나를 찾아줘서 정말 행복하고 고맙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지난해 설을 맞아 채 박사는 건강하게 오래사시라고 홍삼을 사서 보내드렸다.

KSR3 로켓 앞에서
KSR3 로켓 앞에서  왼쪽에서 4번째가 채 박사

경희대를 나와 미국 미시시피 주립대학에서 항공우주 박사학위를 취득한 채 박사는 한국최초로 액체추진 과학로켓인 KSR3 성공시키고 항공우주연구원 원장(2002~2005)으로 활동했다. 원장시절 지금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나로우주센터 건설을 시작했다

항공우주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액체추진 로켓을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채 박사는 2003년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터보엔진 연구팀을 만들었다. 그 연구팀이 15년 뒤에 빛을 봐서 201811월 꿈의 75톤 추력의 엔진개발에 성공하고 시험발사체에 엔진으로 사용되었다.

김용호 선생님은 채 박사가 우리나라 우주산업 발전에 저렇게 기여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채 박사는 과학기술자들이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어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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