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꽃잎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BBC)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과거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을 놓고 때늦은 후회의 소감을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오는 10월 말이면 5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예정이다. 그는 7일 브뤼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겼다.

“당시 EU가 영국의 국민투표에 개입했더라면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거짓말’을 부숴버렸을 것이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나에게 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난 그의 말을 믿었고, 결국 영국의 국민투표에 개입하지 않은 것은 실수로 드러났다.”

영국은 지난 2016년 실시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전격적으로 EU 탈퇴를 결정했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 3년이 다 되도록 의회에선 탈퇴 과정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총리는 지난 11월 EU와 합의문을 체결했으나 영국하원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승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의 탈퇴는 오는 10월 말까지 미뤄진 가운데 내부에선 합의문 승인문제를 계속 협의 중이다.

그러나 EU가 뒤늦게 후회한들 무엇이 달라졌을까. EU는 집단의 의사를 강요하는 초국가 기구가 아니다. 유럽의 통치권을 쥐고 있는 연방도 아니다. 토마 게놀레 프랑스 앵수미즈 정치교육학교 대표에 따르면 실상 유럽연합은 하나의 국제기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EU의 규정에 불복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자유는 대개 옵트아웃(Opt-Out)이라 불리기도 한다.

영국은 과거 비자나 여권심사 없이 유럽 국가 내에서 통행의 자유를 논할 때도, 유로화 사용을 놓고도 늘 중요한 합의에 앞서 옵트아웃을 행사했다. 영국은 EU 회원국의 통치권은 회원국 각자에 있다는 믿음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 이들이 과거 EU의 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단지 유럽연합의 협약들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유럽연합이 연방체면서도, 국제기구에 가까운 이유다.

거기에다 유럽에는 그 기능이 불확실한 기구들이 여럿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 유럽안보협력기구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평의회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을 위한 국제기구지만 구속력 있는 법률을 제정하지는 않는다. 이는 EU가 역설적으로 중대한 옵트아웃 행사를 막을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왕 일어난 브렉시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렇다면 그들이 추후 노골적으로 EU에 불복하고 있는 이탈리아나 경제적으로 뒤쳐진 기타 ‘이단아’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까? 과거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법안 개정을 시도하는 대신, 여러 조약들을 겹겹이 체결함으로써 ‘옵트아웃’의 기회비용을 늘리려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유럽연합의 모든 조약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만 변경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개정 절차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브렉시트 당시만 하더라도 재정 및 통화정책의 이견을 둘러싸고 프랑스는 이들의 탈퇴에 무언의 동조를 보내지 않았던가.

EU는 여태껏 단 한 번도 결속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앞으로라고 사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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