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만의 숙원...역사적 개통 두 달째
-교통 체증 감소에 큰 도움 될 듯

MRT 자카르타에서 시민들이 하차하고 있다. (사진=MRT자카르타)
MRT 자카르타에서 시민들이 하차하고 있다. (사진=MRT자카르타)

자카르타 지하철인 MRT가 개통이후 두 달이 흘렀다. 올해 3월 24일 첫 운행을 시작한 자카르타 남부지역의 1호선 노선은 총 16km 길이를 30분에 주파한다. 총 13개 정차 역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1호선 1차 개통 행사와 함께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MRT 남북노선 2차 건설계획에 한창이다. 2024년 개통을 목표로 자카르타 동서 지역을 잇는 87km의 2호선 구간의 사업도 곧 첫 삽을 뜬다. MRT사업과 함께 교통체증 해소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경전철 LRT도 곧 개통을 앞두고 있다. Jabotabek(자카르타, 보고르, 땅그랑, 버카시)지역을 잇는 것을 목표로 현재 공사마무리 단계에 있다.

LRT 역시 2018년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일부구간의 시범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빠르면 올해 안에 6km구간의 개통을 시작으로 내년 중반 확대 정상 운행을 바라보고 있다.

◆30년 간의 숙원사업

자카르타의 MRT 사업은 최근에서야 논의된 사항은 아니다. 2013년에 첫 삽을 뜨고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타당성조사는 그보다 훨씬 전인 1980년대에 이루어졌다. 사업이 지연된 데에는 자카르타의 내부적 문제와 외부적 요인이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애초 타당성조사 이후 사업착수 논의가 이루어지던 1990년대 후반은 아시아금융위기로 인해 국가경제가 위기를 맞았을 때였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하야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웠다. 이에 MRT사업 역시 덩달아 지연되었다. 

필요성이야 누구나 공감했지만 지반이 취약한 자카르타의 지질학적 특성이 사회적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업 자체 추진을 위한 자금난이 문제였다. 다행히도 일본국제협력기구(JBIC)로부터 1호선 건설을 위해 1250억 엔(약3000억 원) 규모의 차관을 도입했으며, 최근 사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24일 개통식 이후 3월 25일 시민들에게 개방된 MRT는 3월 말까지 전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무료 운임을 실시했다. 이후로도 4월 한 달간 50% 할인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한차례 연장하여 오는 5월 12일까지 할인 운행은 계속될 예정이다.

개통 당시 운행시간은 당초 5시 30분에 시작하여 22시 30분에 종료할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현재 5시부터 익일 0시까지로 연장되는 분위기다. 출퇴근 시간인 7시~9시 사이와 17시~19시 사이에는 배차시간이 5분으로 단축된다. 이외 시간대에는 10분 간격으로 탄력적인 운용을 꾀한다. 차량대수 역시 기존 7편성에서 현재는 14편성으로 확대되었다.

운임 요금은 10km 기준을 기본으로 하며, 8500루피아(약 680원)다. 최고 16km를 이동할 경우 1만4000루피아(약 1120원)가 부과된다. 시내버스인 트란스자카르타로 환승할 수 있도록 통합 환승역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자카르타 MRT의 사무국장인 무하마드 카말루딘은 “통합환승 시스템을 도입하여 얼마간의 할인을 적용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차례 개통일자를 번복하며 진통을 겪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안정적으로 운행시간과 빈도를 늘려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고 평한다.  

◆ 교통체증 감소에 큰 역할하나

인도네시아의 교통체증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2016년 세계에서 가장 교통 체증이 심각한 도시 1위에 선정된 적도 있을 정도다. 1000만 인구가 좁은 땅에 모여 사는데다 난개발이 겹쳐 이 같은 결과가 빚어졌다는 평이다. 이에 자카르타 입장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 차량 2부제를 도입하고,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한 트란스자카르타를 운행하여 시민들의 대중교통이용을 독려했다. 

그럼에도 지난 3월 조코위 대통령은 자카르타와 수도권 지역의 차량 정체 문제가 연간 65조  루피아(약5조2000억 원)의 손실을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시도한 교통체증 해소정책들의 성과가 미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MRT의 운행은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MRT의 대표이사 윌리암 사반다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달간 하루평균 MRT이용승객은 8만2615명으로 집계되었고 많게는 11만6748명까지 이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애초 목표였던 개통기간 하루 평균 이용 승객 6만5000명을 20퍼센트 이상 웃도는 수치이다. 

아직 MRT가 시민들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추후 이용승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수치가 무료이용기간을 거쳐 50% 할인이 적용되었던 시기라는 점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8500루피아의 운임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하는 지적도 일부 존재한다.

한편, 트란스자카르타의 이용객도 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트란스자카르타는 과거 지하철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대중교통 수단이다. 언뜻 봐서는 버스처럼 생겼지만, 실상은 버스 두 대를 이어붙인 모양의 굴절버스가 많다. 일반차량은 접근할 수 없는 버스전용로를 따라 달린다. 

트란스자카르타. (사진=Transjakarta)

가령, 일평균 7만3761명의 탑승객을 수용했던 트란스자카르타의 Koridor I 역에서 MRT로의 통합환승이 가능해짐에 따라 일평균 이용객 수는 7만8010명으로 늘었다. 4249명 정도 늘어난 수치다. 통합환승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을 감안하자면 대중교통 이용객 또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력은 충분하다. MRT의 운행정상화가 임박했으며, 이 경우 하루 최대 17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 MRT 측 역시 연간 일평균 이용승객 수의 목표를 13만 명으로 설정했는데, 향후 이용객 수가 급격히 늘어나더라도 운영이나 서비스에서의 불편함은 비교적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글: 하영지, 인도네시아전문가

지역전문가이자 인도네시아 전문 통·번역사이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인도네시아 문민정부의 출범과 그 이후에 대해 연구 중에 있다.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인도네시아 진출에 요구되는 이문화와 어학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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