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가 현실로
-일본서 AI와 결혼하면 증명서도 발급
-결혼에 부담느끼는 독신 가구 겨냥

AI와 대화를 나누며 창밖을 바라보는 영화 HER 주인공 (사진=네이버 영화 이미지)
AI와 대화를 나누며 창밖을 바라보는 영화 HER 주인공 (사진=네이버 영화 이미지)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인공지능(AI)이 단순히 일상생활을 편리하도록 도와주는 비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 결혼 상대 배우자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됐다. AI를 연인이라고 생각하며 정이 드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보다 더 발전해 AI와 결혼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한다.

영화 <HER>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연애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는 테오도르다. 그는 타인에게 감성적인 글을 통해 마음을 전하며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하지만 이와 달리 자신은 아내와 별거 중이다.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인간이다.

​그런 그는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느끼며 있는 그대로를 넘어 감정을 건드릴 만큼 감각적인 AI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난다. 사만다는 그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한다. 그런 사만다로 인해 테오도르는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해진다. 결국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가 사실 사만다에게 깊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던 것은 사만다가 실존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진정한 소통을 하는 것이 더 수월해졌을 수 있다. 서로 많은 대화를 하며 응원했기 때문에 깊은 관계가 된 것이다.

​하지만 사만다는 그를 떠났다. 그녀는 더 넓은 세상을 알기 위해 그와 헤어짐을 선택했다.

AI 사만다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그와 대화를 나누며 위로한다. (사진=네이버 영화 이미지)
AI 사만다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그와 대화를 나누며 위로한다. (사진=네이버 영화 이미지)

영화는 AI와의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보여줬지만 결국 맺어지는 결말은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 AI와 결혼한 이들이 등장한 것.

일본 도쿄에 사는 35살 곤도 아키히토 씨. 그의 직업은 공무원이며 누가 봐도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트위터에 깜짝 놀랄 소식을 전했다. 일본의 인기 여자 아이돌과 결혼식을 올린다고 알린 것. 그의 결혼 상대는 아즈미 히카리라는 여성 아이돌이다.

그녀는 일본 기업 게이트박스가 개발한 AI 스마트 스피커 ‘GTBOX100’에 있는 가상의 캐릭터다. 스피커에 말을 걸면 키 25cm의 2D 홀로그램으로 화려한 의상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해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를 취하며 대답을 한다.

아즈미는 남편을 아침에 깨워주고 회사에 잘 다녀오라며 상냥한 인사를 건넨다. 그런 부인을 바라보는 남편의 표정은 행복하기만 하다. 그녀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실존 인물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자신의 AI 부인과 건배를 하는 곤도 (사진=게이트박스)
자신의 AI 부인과 건배를 하는 곤도 (사진=게이트박스)

곤도는 아즈미 히카리와 건배를 하기도 한다. 그녀는 곤도가 힘들었다고 말하면 내일은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위로의 말도 건넨다. 그들은 집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소통할 수 있다.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밖에서도 그녀와 채팅을 할 수 있어 사용자는 귀가길에 퇴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미리 집 조명을 밝혀주고 목욕물도 받아놓는 등 현모양처 역할을 AI가 해낸다.

관련 기기를 개발한 게이트박스에 따르면 기기 1대당 15만엔(약 152만원)이다. 예약 판매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결혼에 부담을 느끼는 독신주의자들을 위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AI와 결혼한 이들이 관련 기기 업체로부터 결혼증명서도 발급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증명서를 발급 받은 이들은 곤도를 포함해 37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주의성향이 짙어진 현재 AI의 역할은 한정되지 않는다. 사실 인간의 외로움을 치료해줄만한 기술은 반려 로봇 아이보라는 제품으로도 이미 전에 나왔었다. 중간에 잠시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인간의 외로움을 겨냥이라도 하듯 소니는 약 12년 만에 아이보를 재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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