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주의자 논고. (사진=KOBO)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아시아의 연방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그간 연방제를 채택한 국가는 인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세 국가에 그쳤으나 네팔이 최근 개헌을 추진한 데 이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도 연방제 재도입은 언제고 현실화될 수 있다.

인도 등 앞선 연방국의 기원이 영연방 시대의 유산에서 기인한다면, 후자의 배경은 다소 복잡한 편이다. 물론 그간의 연방제는 소수자 권리를 보호하고, 권한 부여를 통해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목적성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이나 인도네시아의 분권화 시도는 주로 균형발전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구조를 갖추려는 배경이 우세하다.

이를테면 변화 자체는 뚜렷하지만, 그 배경은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각국의 연방제가 소수자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공통점 역시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2008년 이후로 야기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대륙 전반에 걸친 현상의 원인은 거의 논의된 바 없지만, 각국이 겪은 공통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그 일부를 추측할 뿐이다.

윌 키믈리카 퀸스대학교 교수는 워낙 연방제는 민주주의의 성숙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파키스탄 등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것만으로는 온전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는 서양의 민주주의와 연방주의를 논하는 논문에서 경제적 이유를 스치듯이 언급한다. 낙후지역을 개발할 필요성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와 연방주의의 선순환 과정을 일으켰고, 벨기에와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의 후기 연방화 과정을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유사연방제 국가라고도 불리는 중국이나 베트남의 분권화와 경제발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방의 이슈는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란 믿음과, 지방정부 간의 경쟁이 자원의 가장 효율적인 활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명목적이나마 정당정치와 법치주의가 도입된 국가에서 경제발전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거기에다 유럽연합(EU)이 아시아각국과 FTA를 채결하는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소수자 권리보호의 여부는 국가 이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드러났다. 개방경제 사회에서 중앙정부가 권력이양 없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어야한다는 믿음 역시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분권화에 대한 요구가 연방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 간 관계는 기본적으로 제로섬에 기반하며, 그렇기에 재정, 행정자치권에 이어 중앙정부가 정치적 분권화를 허용할지의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파키스탄이나 필리핀, 그리고 한국의 분권화도 결국 기존 엘리트들의 동의하에 이루어질 현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연방제 역시 ‘레짐 체인지’ 이후에서야 분권화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연방제는 유럽이나 라틴아메리카의 연방제가 겪은 과정 이전의 과도기적 현상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시아가 그 어느 대륙보다도 민족적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점과, 기초적인 민주주의와 경제 기반이 갖추어졌다는 점, 그리고 ASEAN 등 초국가연합이 개별 민족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임을 고려하자면 추후 아시아적 현상이 그 색깔을 보다 분명히 드러낼 가능성도 분명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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