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독주하는 브라질 펀드
-제 2의 브라질 펀드 후보 놓고 인도 등 꼽혀
-아르헨, 남아공 선거결과도 주의 요해

아르헨티나에서는 금리가 40%까지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2018년 신흥국 증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치’였다. 미국 중간선거가 시장의 관심을 받았고, 유럽에서는 브렉시트 이슈가 부각됐다. 우리 증시 역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남북경협주가 시장의 주도주로 부상하기도 했었다.

특히 신흥국에서는 선거 이슈가 크게 부각됐다. 체제 전환이나 정권 교체와 같은 키워드는 신흥국에서 늘 큰 변화를 동반하기 마련이었고, 이에 따라 투자 여건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것도 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신흥국은 체제 전환기의 중심에 선 해였다. 가령,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총선을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으며, 브라질 역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선출했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장기집권에 돌입했다.

신흥국 선거 결과에 따라 증시가 크게 움직이며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말레이시아와 터키의 금융 시장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신흥국 위기설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반면 브라질은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개혁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질의 ‘증시 호황’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브라질은 새 정부가 개혁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 증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월 1일 열린 취임식에서 사회주의와의 결별을 택하고 비대해진 국가에 해당될 것을 천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 개방으로 선순환을 도모하고 재정개혁을 통해 적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연금 개혁, 세제 개편, 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이 그가 내건 주요 경제 정책 공약이다. 

연금 개혁은 브라질 현재 정재계를 뜨겁게 달구는 핫이슈다. 방만해진 연금운용과 고령화는 그간 브라질의 만연한 재정적자의 주범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재임 이전부터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겠다고 천명한 바 있으며, 이는 좌우를 막론하고 의회의 폭넓은 공감대를 사고 있다. 이에 현재 정부 주도하에 제출된 연금 개혁안이 의회에서 검토되고 있는 등 시장은 현재 “신정부의 리더십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거기에다 민영화 이슈는 브라질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새로 임명된 광업에너지부 장관이 국영유틸리티 기업인 일렉트로브라스(Electrobras)의 정부 지분을 궁극적으로 ‘제로’로 만들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연초 이후 지난 4월 12일까지 20.7%가량 상승했다. 상파울루 상하수도 공사(SABESP) 역시 연초 이후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61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금융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했는데, 이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최초였다. 당시 야권 연합이었던 희망연대가 하원 222석의 과반인 112석을 확보한 반면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은 7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총선 승리에 따라 마하티르 총리가 취임했지만 금융 시장은 변동성이 커졌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해 5월 총선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지난 4월 12일까지 11%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재정적자와 인프라 투자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모든 종류의 연료보조금을 폐지했지만 마하티르는 연료보조금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급될 연료보조금은 차량의 종류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될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평가다. 정부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들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면서 인프라 투자 모멘텀은 둔화되고 있다.

신흥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올해 역시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주요 신흥국이 본격적인 선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최근 6개월간 가장 상승폭이 컸던 브라질 펀드의 재현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이라면 신흥국 선거 판도를 미리 체크할 필요가 있다.

◆ 올해 가장 큰 이슈는 인도 총선

올해 가장 주목받는 신흥국 선거로는 인도가 꼽힌다. 이번 인도 총선은 모디노믹스의 연속성을 결정짓는 선거다. 업계에서는 모디 총리의 연임이 결정되고 모디노믹스가 지속될 경우 인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한 번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디 총리의 연임에 따라 인도 증시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주의를 요한다.

2014년 총선 당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정당인 BJP는 과반을 차지했고, 이 정당을 중심으로 한 연립 여당은 300석 이상을 ‘싹쓸이’했다. 화폐개혁, 통합간접세(GST) 도입 등 모디노믹스로 불리는 개혁 정책이 시동을 건 것도 이 시기다. 위 개혁들의 효과를 놓고서는 효과가 분분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어찌되었거나 필요한 개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제조업 위기’ 등으로 대표되는 이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비교하자면 ‘선방’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모디의 집권 이후 인도는 연평균 7% 이상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으며, 센섹스 지수의 상승률만 해도 70%를 웃돌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연합뉴스)

현재까지는 모디 총리의 연임에 무게가 다시 실리는 모양새다. 당초 성난 농촌인심 등으로 인한 지방선거 참패 등으로 위기에 몰렸지만, 파키스탄과의 국경 분쟁에 안보 불안까지 겹쳐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평이 중론이다. 증시 역시 글로벌 경기 위축 공포에도 불구하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 4월 2일 인도 센섹스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9000선을 돌파했고, 잠시 단기 조정에 들어간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경기 모멘텀 둔화와 높은 밸류에이션에 따른 부담이 남아 있지만 여권의 선전은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단기에 증시가 급등하지는 않더라도 오는 6월 선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 해소되는 상황을 투자 기회로 활용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야권이 집권한다면 투자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 남아공·아르헨 ‘경제 위기’ 극복이 핵심

5월 총선을 치르는 남아공과 10월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는 선거를 통해 경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변수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 560억 달러(약 63조7000억 원) 구제금융을 요청했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남아공 역시 투자 변동성이 크기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남아공 총선은 대선이나 다름없다. 무늬만 대통령제이지, 실상은 내각제에 가깝다. 남아공은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통령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정당이 내세운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되는 구조다. 이에 남아공은 1994년 개헌 이후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줄곧 총선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정계를 지배해 왔다. 하지만 ANC의 위상은 현재 예전 같지 않다. 2009년에 당선된 제이콥 주마 대통령 체제 이후 정경 유착과 함께 부패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더욱 문제다. 주마 대통령 취임당시 3%대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2017년 1%대까지 낮아졌으며 2018년은 0% 성장이 예상된다. 실업률 역시 27%에 육박하면서 좀처럼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흑백 간 소득격차는 아파르트헤이트(흑백분리정책)시절부다 오히려 확대되는 분위기다.

결국 불경기와 정치권의 부패가 지속되면서 주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자진 사임했다. 이에 하원에서 다시금 선출된 라마포사는 워낙 사업가 출신이다. 취임 이후 부패 척결과 경제회복, 빈부격차 해소를 가장 큰 목표로 잡았다. 농업과 광산업을 육성하고 1000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유치와 관광업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ANC가 승리하고 정식으로 라마포사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이 같은 개혁 모멘텀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르헨티나의 현재 대통령은 2015년에 당선된 기업가 출신 중도 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다. 포퓰리즘 혁파를 내걸고 집권에 성공했으며 연금지급 축소 등의 재정개혁과 법인세 감소 등의 친기업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포퓰리즘에 따른 막대한 재정 지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위에 나선 아르헨티나 시민들. (사진=브라질 일간지 폴리야 지 상파울루)
시위에 나선 아르헨티나 시민들. (사진=브라질 일간지 폴리야 지 상파울루)

결국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6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지난해 페소화 급락과 함께 물가상승률은 23%를 넘어섰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에 빈곤률도 30% 후반대에 달하고 있다. 식료품 가격 폭등에 정부는 부랴부랴 가격상한제를 도입했으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경제 불안에 마크리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태다. 

공공지출 축소, 세금 인상, 공무원 감축 등 IMF의 요구사항이 포함된 올해 예산안 통과 등으로 아르헨티나 경제는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도 있지만, 실제로 국민들이 차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에 야권후보로 급부상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IMF구제금융과 경제정책을 묻는 질문에 “현 기조를 유지하며 상황을 관찰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선을 위해 마크리 대통령이 일부 긴축 정책을 포기하고 포퓰리즘 노선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지 않고 긴축 정책을 고수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반발로 표심이 좌파 포퓰리스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마크리 대통령이 패하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가 집권에 성공하게 될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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