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에서도 늘 언급돼
-자카르타, 낙후하고 자연재해 취약해
-칼리만탄 섬이 유력 후보지로 손꼽혀

자카르타의 교통체증. (사진=수스테이너블페이스)

인구 1000만 명이 사는 대도시. 자카르타의 이전설이 또다시 제기되었다.

인도네시아 수도이전 문제는 수카르노 대통령 재임기인 1950년대부터 늘 재기되어온 문제다. 이번 조코위 정부에서도 이를 두고 늘 갑론을박이 활발했다. 실제로 작년 초 정부는 수도 이전의 후보지로 보르네오 섬에 위치한 칼리만탄 섬을 두고 진지하게 수도이전을 고려하기도 했었다. 인도네시아의 중심에 속하는 곳이자 자연재해에 가장 안전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몇 달 후 수도 이전에 대한 이야기는 늘 그랬듯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시행 단계에서 각 이해당사자의 갈등이 조화되기 쉽지 않은 탓이었다.

2019년 대선이 끝난 현재, 조코위의 당선 가능성은 유력한 상태다. 선관위의 발표예정일인 5월 22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조코위는 또다시 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들은 왜 수도 이전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 도시이다. 본래의 지대 자체가 해안보다 낮은데다가 무분별한 건설과 지하수 개발이 지반 침수를 가속화 하고 있다. 늦어도 2050년에는 가라앉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침수지역인 북부 자카르타는 10년간 2.5m 가라앉았으며 매년 평균 1~15cm 씩 침수되고 있다. 

지진에서도 안전하지 못하다. 자카르타는 매년 크고 작은 지진을 겪고 있다. 2018년 1월에는 규모 6.1의 대규모 지진을 겪었다. 이어 같은 해,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에서는 자카르타 인근에서 8.7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카르타의 도시 사정도 그리 좋지 않다. 높은 건물과 현대화된 도시의 모습 이면에는 극심한 교통체증의 숙제를 안고 있다. 2016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최악의 교통난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었다. 실제로 기자 역시 이둘 피트리(인도네시아의 설)당시 10km 거리를 3시간에 걸려 도착했던 기억이 있다.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른 법 하지만, 비가 오면 채 30분이 되지 않아 도로가 침수되는 탓에 차 안에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2004년 시행된 트란스 자카르타의 안정화 정책과 2019년 MRT 개통 등을 통해 교통체증 해소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인 자카르타의 인구 과밀화는 도저히 나아질 줄을 모르고 있다.

◆ 후보지는 우선 재해로부터 안전해야

조코위 정부에서 내놓은 후보지들은 대체로 자카르타처럼 인도네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자카르타와의 차이점이라면,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이다. 지난 29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조코위는 수도 이전 후보지 선정 시 지진, 쓰나미,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곳을 꼽을 것을 특별 주문했다.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보르네오 섬에 위치한 칼리만탄지역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주요 섬이자 지진 단층대가 지나지 않는다. 거기다 활화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 시나 군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두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지만, 칼리만탄 내에서도 중앙에 위치한 팔랑카라야가 종종 입소문에 오르내린다. 1950년대 수카르노 대통령이 처음으로 수도이전을 재기하였을 때 언급된 도시로, 비교적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는 평이다.

술라웨시 남부지역도 종종 언급된다. 국립 인도네시아 학술원 소속인 인구 전문가 헤리 요하스의 경우 중앙 칼리만탄주, 남 칼리만탄주, 동 칼리만탄주, 남 술라웨시 주 등 네 곳을 수도이전의 적합지로 꼽은 바 있다. 

그렇지만 실현가능성을 두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한 팔랑카라야가 비교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도시라고 해도, 자카르타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국가개발기획원(Bappenas)은 입지 결정 후 11~20만 명의 공무원들과 그 가족들을 먼저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수도 이전을 위해 투입할 소요 예산은 323조~446조 루피아(약 26조~36조 원)로 추산된다.

국가개발기획부장관 보로조네오는 “브라질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이전했고, 카자흐스탄도 수도를 내륙으로 옮겼습니다. 미얀마도 그렇고요.” 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더불어 그는 수도이전에 10여 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예측했다.

◆ 수도 이전은 국민 통합의 중요한 요소

자연재해로부터의 위협뿐만 아니라 사회 통합도 수도 이전과 관련해 주요 이슈로 언급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와 섬에 사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에 대한 것에 대한 차별과 격차가 큰 편이다. 수도 이전을 통해 자와 섬에 살지 않는 국민들을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칼리만탄 섬에서 무작정 자카르타로 넘어온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점으로 하루를 벌어 살지만 수도인 자카르타에 있어서 행복해요. 하지만 칼리만탄으로 수도가 이전되면 좋겠어요. 제가 칼리만탄 사람이거든요”라고 전했다. 

자카르타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수도인 자카르타에 있는 것 자체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인종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한 숙제다. 정치경제적 자원을 자와인이 독점하다시피 한 탓에 자와 바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외감은 지속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전술했듯이, 수도 이전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자와 섬 밖의 인프라는 전체적으로 낙후되어 있으며, 인구 수의 차이가 커 이주 정책 기획도 시급하다. 각 정권 마다 수도 이전 정책을 내어 놓으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글: 하영지, 인도네시아전문가

지역전문가이자 인도네시아 전문 통·번역사이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인도네시아 문민정부의 출범과 그 이후에 대해 연구 중에 있다.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인도네시아 진출에 요구되는 이문화와 어학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