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사진=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를 전해 받았다. 그 분은 탄식을 하며 나라 장래에 대해 걱정하셨다. 이 교과서는 예고도 없이 이미 개정된 교육과정을 재수정하고, 교과서를 다시 수정한 것이다. 특히 국정교과서는 한 학기 이상의 현장 실험 검토를 거쳐 수정 발간되어야 함에도 이를 생략하고 졸속으로 발간 보급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책을 훑어보다가 맨 마지막에 붙여진 활동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봉준의 사발통문을 본 떠,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행동하려 한다! 초등학생들에게 시위격문을 작성하란다. 이성을 수련하여 감정을 순화하여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일진대, 교과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시위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또 4.19를 겪은 이가 쓴 시, “오빠 언니들은 피로 물들였어요. (중략) 우리는 오빠와 언니들의 뒤를 따르렵니다.”(교과서 87쪽)를 읽고 초등생이 따라 쓰도록 하는 활동과제도 있다. 이 또한 비이성적 감정, 분노,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안 그래도 교실이나 사회 곳곳에 분노조절장애자가 적지 않아 큰 문제인데!

이 교과서는 한마디로 시대착오 적이다. 지난 1948년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정통성을 지닌 합법적인 정부임을 유엔이 승인했다는 사실을 누락하는가 하면 나라의 정당성‧정통성‧정체성을 외면하고 한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정을 파괴하려는 세력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는 반공의 중요성을 도외시하고, 충성과 애국은 필요 없고 폭력시위를 통해 무너뜨려야 하는 나라인 것처럼 호도한다.

학생의 죽음과 분노의 집회와 시위로만 자유민주정치체제가 발전가능하다는 왜곡된 정치의식의 주입하거나 국가에 분노를 드러내는 활동을 부추긴 점 등에 비추어 이 교과서는 공교육을 위한 국정교과서로서 자격미달이다. 학생들에게 특정 관점의 역사를 가르쳐서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갖지 못하게 하고 국민으로서 국가정체성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교과서는 아이들로부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빼앗았다.

초등학교 국어나 사회는 국민들의 정신과 이념을 좌우하는 중요한 교과서이므로 국정교과서로 발행하여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같은 내용을 배우도록 한다. 어느 나라나 공교육을 통해서 그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국민을 형성하는 일을 최우선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공교육은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대한민국과 인류가 공히 지향하는 가치인 ‘자유, 평등, 민주, 정의, 인권, 인간 존엄성, 권리, 의무, 책임, 실력, 진취, 협동・협력, 창조, 자연 친화, 인류애’ 등을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더구나 제4차 산업혁명을 논의하는 가운데 미래로 열려 있어야할 아이들을 과거 1970년대와 80년대의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에 묶어두려는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교과서라고 보기 어렵다. 공교육이 국민형성 교육을 한다면 그것은 인류가 소중히 연기는 가치여야 하고, 헌법에서 강조하는 이념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으로서 자유민주정과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나라이고, 이로써 발전과 번영을 해온 나라이다. 나치와 동독의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이 독일 자유민주정의 핵심이듯이, 우리나라도 자유민주정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부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세계화시대임에도 경쟁과 협력의 단위는 여전히 국가이고, 개인, 가정, 기업 등의 발전가능성과 한계는 국가의 체제, 제도, 문화에 달려 있다. 북한 주민이면 착취에 시달릴 것이고 남한 국민이면 복지와 풍요를 누린다. 북한의 공산주의는 거짓과 압제와 착취로 지탱된다. 역사는 어느 나라든 좋은 동맹을 통해 그 독립과 번영을 이루어왔음을 알려준다. 아무리 힘센 패권국이라고 하여도 다른 나라와 동맹을 통해 국익을 증대하고 영향력을 구사한다. 이 점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인류가 지향하는 이념을 지켜야 한다. 이 점에서 동맹국과의 상생은 불가피하다. 

사회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개척력을 기르고 올바른 가치관‧국가관‧세계관을 형성해야할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이런 교과서로 배우게 되면 가치관‧국가관‧세계관의 혼란을 겪고, 정체성 형성이 결여된 국민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이 교과서를 즉각 회수하고 헌법정신과 대한민국의 정당성‧정통성‧정체성을 세운, 자유민주정에 충실한 애국시민 형성에 도움이 되는 교과서를 제작하여 보급 활용하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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