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퀄컴에 양보하며 소송전 마무리
-5G아이폰 출시 서두르려는 배경
-인텔은 5G통신칩 시장 철수
-삼성전자·화웨이 눈치싸움 치열해져

애플과 퀄컴의 소송전.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통신칩 시장부터 5G아이폰까지...”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이 출발 초기부터 크게 요동치고 있다. 5G서비스는 이달 초 한국과 미국에서 첫 서비스를 개시하며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이지만 시장은 벌써부터 치열하다. 최근 애플과 퀄컴의 소송전이 퀄컴의 승리로 마무리 된 바 이어, 인텔은 5G 통신 모뎀칩 사업 철수를 선언하는 등 벌써 산업계의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 애플과 인텔의 엇갈린 행보

16일에는 특허 침해 소송 액수가 약 300억 달러(약 34조 원)에 달해 `세기의 소송`으로까지 불렸던 애플과 퀄컴 간 소송전은 퀄컴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여기에는 5G아이폰 출시가 급했던 애플이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으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퀄컴은 이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가 하루 만에 23%나 올라 승전보를 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즈 등 유력외신에 따르면 애플과 퀄컴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물론 독일, 중국 등에서 제기된 모든 소송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 2년간 퀄컴 특허 침해 문제로 소송을 진행했다. 퀄컴 기술 사용에 대한 특허 침해 및 사용료 문제로 공방을 펼쳤다. 퀄컴 모뎀칩은 아이폰에서 빠졌다. 퀄컴은 애플에 퀄컴 기술 사용에 대한 특허 침해 및 사용료를 제기했다. 반면 애플은 퀄컴이 스마트폰 모뎀에 대한 지배적인 사업자로서 필수 특허에 대해 부상하게 높은 사용료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퀄컴에 칩값과 특허사용료를 이중으로 청구한다며, 최대 270억 달러(약 30조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퀄컴은 70억 달러 맞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 합의 내용과 로열티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력 외신에 따르면 애플이 일회성으로 로열티를 지급하고 ‘2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담은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에 따라 애플은 곧바로 퀄컴에서 5G 모뎀칩을 조달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애플이 퀄컴 칩의 대안으로 고려했던 인텔도 이날 스마트폰용 모뎀칩 개발을 포기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번 특허 소송전은 퀄컴의 역대급 완승으로 끝나게 됐다. ‘퀄컴의 로열티 비즈니스를 무너뜨리겠다’는 의지로 대규모 소송전에 나선 애플이 시작과 동시에 꼬리를 내린 것은 그만큼 ‘5G 아이폰’ 경쟁 압박이 심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다급해진 삼성과 화웨이

21일 외신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강자 인텔은 5G 스마트폰용 모뎀칩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인텔은 다만 다른 기기·플랫폼과 관련한 5G 사업은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애플과 퀄컴이 통신칩 로열티를 둘러싼 천문학적인 소송을 접고 통신칩 거래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직후였다. 통신칩 시장에서 퀄컴의 라이벌인 인텔이 포기를 선언한 셈이다.

5G 통신칩 시장에서 퀄컴의 남은 경쟁자로는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그들은 주로 자사 브랜드의 스마트폰에 들어갈 칩을 생산한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미디어텍도 통신칩을 만들지만 주로 저가형 기기에 납품하는 제품이다.

인텔은 한때 전 세계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80%를 장악할 만큼 CPU 시장에선 전통의 강호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용 통신칩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고전해왔다. 퀄컴을 추격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배터리 수명이나 데이터 전송속도 등에서 퀄컴 제품에 밀렸다.

퀄컴 모뎀칩. (사진=퀄컴)

애플이 퀄컴과 로열티 분쟁에 나서면서 인텔의 통신칩을 쓰기 시작했지만 통신칩 사업은 작년 기준으로 인텔의 매출에서 5.4%에 불과했다. 시장은 그마저도 손실을 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의 사업 철수를 두고 “인텔이 마침내 통신칩과 관련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퀄컴으로서는 애플과의 법적 분쟁을 종결하고 애플을 다시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시장의 비판과 의구심 속에서도 5G 기술에 꾸준히 투자한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됐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퀄컴의 합의 뒤 “미국에서 5G 시장은 퀄컴의 세상이고 그 외의 플레이어들은 그저 세입자일 뿐”이라며 “퀄컴의 경쟁적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고 말했다.

애플과의 합의를 끌어낸 원동력으로는 결국 퀄컴의 기술력이 지목된다. 다만 아직까지도 숙제는 남아있다. 가장 까다로운 고객으로 유명한 애플의 요구에 맞춰 제때 기대에 부합하는 제품을 납품해야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퀄컴이 올해 출시한 5G칩은 자체 프로세서와 연동해 작동하도록 설계됐지만, 애플에 납품할 제품은 애플의 자체 프로세서(AP)와 연계돼야 한다.

애플은 2020년 5G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일정을 맞추려면 애플의 통신칩 공급업체인 인텔이 올여름까지 샘플을 납품해야 한다. 

그러나 인텔은 이미 몇 차례 마감기한을 맞추지 못했고 그 결과 애플은 신뢰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5G 통신칩이 절실했던 애플이 퀄컴과의 송사를 정리하고 협력관계를 복원한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로 당장 올가을께 출시될 아이폰 신작에 5G 기능이 탑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선 사건들의 배경을 이해하자면, 이 관측은 꽤 신빙성이 있다.

그러나 시제품 생산부터 성능 시험, 수정, 재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 양산형 제품이 확정되고 그때부터 제품의 대량생산에 들어가는 공정을 고려하면 이런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5G아이폰 출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최초의 5G 스마트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나 곧 V50을 출시할 LG전자, 올해 중 5G폰 출시를 예고한 화웨이 등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되었다.

5G 아이폰 출시 전까지 시장을 최대한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그 하드웨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한꺼번에 내놓는 전통적인 전략을 고려하자면, 애플은 5G 아이폰과 함께 독창적인 킬러 콘텐츠를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그들이 선점한 시장구도가 다시금 예전처럼 회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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