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고 조코위를 지지하는 인도네시아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4월 17일 수요일 인도네시아 대선의 날이 밝았다. 인도네시아는 2억6000만 명의 인구 중 유권자만 1억 9200만 명에 달하고 한국의 19배에 달하는 영토를 자랑한다. 이에 투표소도 80만 개나 설치되었다. 더군다나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구조다. 전체 후보자 수만 23만 명이 넘는 일대 행사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인구와 넓은 영토, 1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도서국가라는 점 때문에 선관위에서 발표하는 공식 집계 결과는 빠르면 4월 말, 늦으면 5월 중순이 되어야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이 ‘개표기간’이 유독 긴 점도 인도네시아 선거판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특징이다.

◆ 출구조사는 조코위 우세 

출구 조사를 통한 예비 개표 결과는 조코위가 우세하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조사기관으로 손꼽히는 LSI Denny JA에 따르면 조코위 마룹팀의 54.86%, 프라보워 산디 팀이 45.14%의 득표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즉, 조코위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이외의 집계 기관에서도 적게는 7%포인트에서 많게는 13%포인트정도의 차이로 조코위의 당선을 예측하고 있다. 선거 유세 기관동안 집계되었던 지지율과 비교해서도 큰 차이가 없다.

한편, 조코위의 반응은 지난 대선과 동일하다. 조코위 측은 “선관위의 공식 집계가 나올 때 까지 확신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의 전 대통령이자 조코위 후보의 가장 큰 정치적 지지자인 메가와티 전 대통령 역시 당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 반전을 기대하는 프라보워

반면 프라보워팀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선거가 끝난 후 그의 정치적 지지자들과 모여 꾸준히 연설을 진행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빈곤층은 없어질 것입니다. 인도네시아는 강해질 것입니다. 인도네시아는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등의 명료한 발언을 반복하며 막판 ‘반전’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18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후보는 전날 밤 자카르타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다량의 투표용지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많은 투표소에서 오전 11시에야 투표가 시작됐고, 우리 지지자 다수는 투표 안내를 받지 못하는 등 문제를 겪었다. 기호 1번(조코위 대통령)에 기표가 된 투표용지들은 말할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해당 발언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여당연합 소속 하원의원 후보에 기표가 된 투표용지 수만 장이 발견된 사건을 꼬집는 동시에 정부·여당이 야권 우세지역의 투표를 방해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프라보워 후보는 이 자리에서 32만개 투표소의 실제 개표결과를 집계한 결과 자신과 러닝메이트인 산디아가 우노 전 자카르타 부지사가 62%를 득표해 조코위 대통령을 큰 폭으로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개표 방식은 한국과는 달리 각 투표소 단위, 구 단위, 군/시 단위, 주 단위를 거쳐 각 단위별로 집계가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집계시간은 훨씬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면, 집계에 최대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사항이다.

2014년 대선의 경우 7월 9일에 치러졌고 선관위의 공식집계는 7월 22일에 발표되었다. 2014년의 집계가 2주 정도 걸렸음을 감안했을 때 2019년의 공식 집계 역시 2주 안팎으로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프라보워가 제시한 공식집계의 출처는 그다지 큰 설득력을 얻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가 주장하는 진정한 공식집계 역시 최소 2주간의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각 기관별 출구조사 결과. (사진=유튜브 METROTVNEWS)

◆ 왜 조코위를 지지히나?

공신력있는 기관들은 입을 모아 조코위의 승리를 전망하고 있다. 애초에 2014년 보다 ‘쉬운 선거’를 거쳐 재선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관측이 나올 수 있었던 바탕에는 그가 5년간 시행한 정책들이 국민들을 만족시켰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가 시행한 정책 중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정책은 ‘건강한 인도네시아 카드’와 ‘똑똑한 인도네시아 카드’ 등을 꼽을 수 있다. 조코위는 수라카르타 시장과 자카르타 도지사를 거치면서 지역건강카드 정책을 시행했다. 조코위는 첫 대선에 출마하면서 해당 시스템의 전국적인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건강한 인도네시아 카드는 쉽게 말해 한국의 건강보험 시스템과 유사하다.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건강보험비를 부담하여 전 국민 건강보장에 대한 재원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국민 모두가 의료 시스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해당 카드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카드의 소지자가 건강 보험 혜택을 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똑똑한 인도네시아 카드도 교육복지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체로 기초교육을 보장해 주는 제도라는 평가다. 기본적으로는 7세에서 18살의 아이들이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들이 학교에 입학하지 않거나 도중에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방지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위의 두 정책은 오늘날 조코위의 인기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적’들이다. 이 두 정책에 대한 호감도는 무려 9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빈곤 계층 가정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소망 가족 프로그램이나 시골의 자본 흐름 개선 정책 등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행단계에서 재원부족 등의 이유로 진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도 많다. 건강한 인도네시아 카드의 경우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조코위 정부는 2014년 기존의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보험시스템을 단일 보험시스템으로 통합하고자 하였다. 이에 기존시스템이 BPJS로 통합되었으나 의료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불안 등으로 현재까지도 본격적인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인도네시아 전문가는 “국민들은 조코위 정부의 정책실패에 동요되지 않는 모습이다”라며,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수장은 즉각적인 결과를 내는 지도자보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공식 집계가 나오기 전까지 결과를 단언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집계기관의 모든 지표가 조코위를 향해 있는 지금, 인도네시아의 향후 5년을 좌우할 대통령의 활약이 기대된다. 

글: 하영지, 인도네시아전문가

지역전문가이자 인도네시아 전문 통·번역사이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인도네시아 문민정부의 출범과 그 이후에 대해 연구 중에 있다.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인도네시아 진출에 요구되는 이문화와 어학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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