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궤도 비행을 성공한 동물은 러시아 떠돌이개 라이카
-미국 해군 소속 다람쥐원숭이 고르도 몸무게 10배 넘는 중력압 견뎌
-동물들 희생 이후 인류 최초 우주인 유리 가가린 탄생

최초 비행 동물인 러시아 개 라이카는 훗날 과학자의 증언으로 비행 몇 시간만에 숨졌다고 알려졌다. 라이카는 우주인이 탄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진=위키디피아)
최초 비행 동물인 러시아 개 라이카는 훗날 과학자의 증언으로 비행 몇 시간만에 숨졌다고 알려졌다. 라이카는 우주인이 탄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진=위키디피아)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인간의 우주 연구를 위해 우주 여행가가 된 동물들이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정보는 이들의 용감함으로 인해 얻게 된 것이다. 용감함이라는 단어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인간을 위해 희생한 이들이다. 인간에 의해 우주로 날아갔던 동물들을 알아봤다.

지난 2007년 러시아가 무인 캡슐 ‘포토M'에 실어 보낸 바퀴벌레가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신선한 충격을 줬다. 지구에서도 바퀴벌레는 생존에 강한 곤충에 속한다. 독하다는 평을 듣는 바퀴벌레는 지구에서 인간들을 지치게 하는데 우주에서도 그 생명력을 인증한 것이다.

이같이 흥미로운 실험을 하기까지는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먼저 최초 궤도 비행을 성공한 동물인 라이카라는 개가 있다. 라이카는 러시아 출신이다. 미국은 원래 실험에 원숭이나 쥐를 선호한 것으로 전해진 반면 러시아는 개가 원숭이보다 성격이 온화하고 인내심이 많다는 이유로 우주비행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라이카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떠돌던 개였다. 러시아는 가정에서 기른 애완견보다 길거리를 떠도는 라이카와 같은 잡종견이 거친 환경에서 생존확률이 더 높을 것이란 판단도 했다. 모스크바 외곽을 떠돌던 라이카는 과학자들에게 그렇게 발탁됐다.

라이카는 20일간 혹독한 우주비행 훈련을 받았다. 중력가속도 훈련, 무중력 훈련, 기압적응 훈련, 고온‧저산소 상태 선 내 생존 훈련 등이었다. 이 기간 중 소련은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 한 달 뒤인 1957년 11월 3일 볼셰비키 혁명 40주년에 맞춰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두 번째 인공위성이 발사되는데 이것이 바로 라이카가 탄 스푸트니크 2호다.

미국의 우주인이 달에 착륙해 국기를 꽂은 모습 (사진=픽사베이)
미국의 우주인이 달에 착륙해 국기를 꽂은 모습 (사진=픽사베이)

스푸트니크 2호엔 라이카가 우주에서 생존하도록 산소 발생 장치, 이산화탄소 제거장치, 온도조절 장치가 달렸다. 물, 음식을 공급하는 장치도 있었다. 또 라이카의 신체 측정을 위해 맥박, 호흡, 체온 등을 감지하는 전극을 라이카의 몸에 부착해 시시각각의 변화를 지상 관제소로 송신하도록 했다. 하지만 라이카의 희생은 예정됐다. 지구로 귀환하는 장치는 없었다.

다만 일주일간의 우주비행이 계획됐고 라이카가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하도록 독극물을 주입할 계획이었다. 당시 소련 전역엔 라이카의 짖는 소리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방송되기도 했다. 그렇게 주목을 받으며 스푸트니크 2호를 탄 라이카는 우주 공간에 보내졌다. 세계 최초 인공위성 발사 성공 이후 세계 최초로 지구 생명체가 우주궤도 비행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옛 소련은 라이카가 일주일 간 생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훗날 라이카의 마지막에 대한 다른 증언이 나왔다. 지난 2002년 세계항공우주대회에서 스푸트니크 2호 발사에 참여한 과학자 드미트리 말라센코프는 데이터를 내놓으며 라이카는 로켓 단열재가 떨어져 나가면서 41도까지 오른 선실 온도와 산소 부족 환경에 처했고 심장 박동 수가 3배 이상 치솟을 만큼 스트레스를 겪은 뒤 발사 5~7시간 만에 생명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라이카의 희생으로 인류는 우주에 대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었다. 라이카가 우주의 별이 된지 1년 후인 1958년 미국 해군 소속 다람쥐원숭이 고르도는 라이카와 달리 우주궤도에 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에 성공했다.

고르도는 돌아오는 과정에서 몸무게의 10배가 넘는 중력압을 견뎌 우주인의 무사귀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마지막 착륙 과정에서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았고 남대서양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고르도의 실종 이후 과학자들은 귀환모듈을 더욱 안전하게 설계하게 됐다.

고르도 우주 비행 다음 해인 1959년 불은털원숭이 에이블, 다람쥐원숭이 베이커는 지상 480km 상공에서 살아 돌아왔는데 이것 또한 고르도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성공으로 볼 수 있다.

인류 최초 우주인 유리 가가린 (사진=네이버 이미지 검색)
인류 최초 우주인 유리 가가린 (사진=네이버 이미지 검색)

하지만 세계 최초로 실험동물을 대기권을 넘어선 우주 영역에서 생환시킨 것은 옛 소련이었다. 지난 1960년 스푸트니크 5호를 타고 24시간 동은 지구를 17바퀴나 일주한 뒤 무사히 귀환하는 데 개 ‘스트렐카’와 ‘벨카’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라이카의 희생 덕분이었다.

스트렐카와 벨카의 성공 귀환은 과학자들에게 우주 생존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옛 소련은 실험동물들이 남긴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인우주선을 제작했다. 인류 최초의 유리 가가린은 우주의 별이 된 동물들 덕에 탄생됐다. 가가린은 지난 1961년 4월 12일 우주를 개척한 기록이 있다. 이어 미국도 실험동물들의 데이터를 통해 미국 치초 우주비행사 존 글렌, 엘런 셰퍼드를 배출했고 달에 인류 최초로 닐 암스트롱이 착륙했다.

이로서 유인우주선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라이카를 비롯한 동물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인간은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먼저였고 그 두려움을 동물들을 이용해 극복하게 된 셈이다. 우리는 우주에 대해 끝없는 상상을 한다. 최근엔 상상 속에 존재하던 블랙홀을 실제로 발견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지구가 환경오염 등으로 더 이상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그 대안이 우주의 어느 행성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외계인에 의해 지구인이 정복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아직 외계인은 그 실체가 명확히 발견된 것은 없다. 외계인들이 타고 다닌다는 UFO도 조작 사진이라느니 그냥 빛일 뿐이라느니 말이 많다. 어찌됐든 이러한 인간의 우주를 향한 실험들은 먼 미래에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만약 우주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라이카를 비롯해 인간에 의해 우주별이 된 동물들을 기억하도록 기록물을 탑승도구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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