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지난 뇌의 세포 활동 살아나
의식과 관련된 ‘전기활동’은 없어
두뇌연구에 새로운 방법 제시

오래 동안 과학자들이 궁금하게 생각했던 내용 중 하나는 사망한 다음에 얼마가 지나야 뇌의 활동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시간에 도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의문에 새로운 도전을 제공하는 연구결과가 18일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됐다. 미국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는 죽은 지 4시간이나 지난 돼지 뇌의 순환과 세포활동을 되살렸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식육가공 공장에서 가져온 죽은 돼지 뇌를 특별히 고안된 화학용액에 넣었다. 그랬더니 다양한 세포의 기본 기능들이 관찰됐다. 산소 공급과 혈액 흐름이 끊기면, 수 초 또는 수 분 뒤에 중지됐던 기능들이 살아난 것이다.

죽은 지 10시간 된 돼지의 뇌 해마 CA3 부위. 왼쪽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이고 오른쪽은 브레인EX 시스템을 적용해 뇌세포가 되살아난 모습이다. 브레인EX 시스템을 적용한 뇌의 경우 실제 살아 있는 뇌에서와 같은 신경세포(초록색)와 별교세포(빨간색) 등이 보인다. ⓒ Stefano G. Daniele & Zvonimir Vrselja, Sestan Laboratory, Yale School of Medicine
죽은 지 10시간 된 돼지의 뇌 해마 CA3 부위. 왼쪽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이고 오른쪽은 브레인EX 시스템을 적용해 뇌세포가 되살아난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에 실제 살아 있는 뇌에서와 같은 신경세포(초록색)와 별교세포(빨간색) 등이 보인다. (사진=Stefano G. Daniele & Zvonimir Vrselja, Sestan Laboratory, Yale School of Medicine)

그러나 이렇게 처리된 뇌는 정상적인 두뇌 활동과 관련된 전기적인 신호를 내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즈보니미르 브르셀자(Zvonimir Vrselja)는 “인지나 자각 또는 의식과 관련된 조직적인 전기활동이 목격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뇌 과학자인 브르셀자는 “의학적으로 말하면, 이 돼지 뇌는 살아있는 뇌가 아니며, 다만 세포가 활동하는 뇌이다”고 강조했다.

뇌 세포의 죽음은 보통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산소공급을 중단하고 혈액공급을 끊으면 두뇌의 전기적인 활동과 의식의 신호는 수 초 안에 사라지지만, 에너지 저장은 수분이나 계속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분자의 부상과 죽음이 폭포처럼 이어지면서 광범위한 두뇌손상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브레인 엑스’(BrainEx) 시스템을 이용하여, 뇌 조직을 보존하기 위해 개발한 특수용액에 죽은 지 4시간 지난 돼지 뇌의 혈관계를 연결했다. 그랬더니 돼지 뇌의 신경 세포가 완전하게 유지되고, 신경교세포 및 혈관 세포 기능이 회복 된 것을 발견했다.

죽은 돼지 뇌의 기능이 살아났다. / Pixabay
죽은 돼지 뇌의 기능이 살아났다. (사진=Pixabay)

이번 연구는 손상되지 않은 대형 포유동물의 뇌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거나, 뇌 질환 또는 건강한 뇌와 비정상적인 뇌의 난제를 풀어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큰 포유동물의 뇌 세포를 연구하려면 정지된 상태나 2차원 상태에서 작은 조직 샘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공동 저자인 스테파노 다니엘 (Stefano G. Daniele) 박사는 “처음으로 우리는 큰 뇌를 3차원으로 조사 할 수 있어 세포의 복잡한 상호 작용과 연결성을 연구하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가 바로 임상에 적용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연구 방법이 언젠가는 의사들이 뇌졸중 환자의 뇌 기능을 살리는 방법을 찾거나, 상해 후 세포를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법의 효능을 시험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이 접근법이 인간의 뇌에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돼지 뇌 연구에 사용된 화학 용액에는 사람 혈액에서 발견되는 면역계나 혈액 세포 같은 성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 조직이나 동물의 조직을 연구할 때, 전기 활동을 되돌리는 실험은 엄격한 윤리 감독 하에 수행되어야 한다.

예일대 바이오 윤리센터 소장이며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스테판 라담(Stephen Latham)은 “의식 회복은 결코 이 연구의 목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돼지 뇌에서 전기 활동이 나타나면, 마취제와 온도 강하 조치로 실험을 중단시킬 준비를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뇌 손상 및 질병의 신비를 밝히는 연구를 할 때는 미국 정부의 뇌 연구 프로그램인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에서 개발한 도구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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