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 위해 존재하는 복제 인간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담아낸 영화

복제 인간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사진=네이버 영화)
복제 인간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사진=네이버 영화)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실험에 이어 상용화까지 되고 있는 동물 복제. 이와 달리 인간 복제는 상상 속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일 뿐 아직 실제 실험 결과는 보고된 바 없다. 동물 복제에 생명 윤리 논란이 따르는 것보다 더 심한 논란이 불거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 인간 복제라는 단어에 경종을 울릴만한 영화가 있다. 인간 복제에 따른 생명 경시 우려가 영화 속 현실에 반영됐는데 단순한 공상 과학 영화가 아니다.

장기 이식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 인간들의 삶이 그려진 영화 ‘네버 렛 미 고’는 9년째 간병인을 하고 있는 28살 여성 캐시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수술대에 누워 장기 적출을 기다리는 한 남자를 바라보며 시작되는 캐시의 회상.

아이들이 모여 사는 기숙학교 헤일셤이 배경이다. 하지만 일반 기숙학교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미술과 문학을 주로 가르치는 이 학교는 아이들의 시와 미술작품 중 좋은 작품은 갤러리에 가져가 전시한다. 아이들의 성취욕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영화 속 복제인간들은 일반 사람들과 다른 게 없다.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속 복제인간들은 일반 사람들과 다른 게 없다. (사진=네이버 영화)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인데 작은 멍도 체크된다. 아이들은 몸 속 칩을 통해 통제 받는다. 아이들은 그러나 각자 나름대로 환경에 적응하며 삶을 살아나간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들이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게 됨과 동시에 아이들의 순수함과 남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며 먹먹한 감정을 들게 한다.

어느덧 18살이 된 아이들은 헤일셤을 떠나 각자의 살 곳으로 향한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삼각 관계를 보여준다. 절친 여자 아이들인 루스, 캐시. 이들의 친구인 남자 아이 토미. 토미는 캐시를 사랑한다. 그러나 질투에 눈 먼 루스가 토미를 가진다. 토미는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다. 캐시는 세 사람의 우정을 망치지 않고 싶어 한다.

어쨌든 이 세 명은 처음으로 세상 밖에 나왔다. 음식을 주문하는 법도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짧은 생이 예정된 이들에겐 그마저도 소중한 시간이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본래 모습이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 하는 순수함과 호기심을 보였다. 캐시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성인잡지를 넘기며 잡지 속에 자신의 모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한다. 평소 자신의 성욕이 무서웠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루스는 본인에게 인사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를 몰래 친구들과 찾아가보기도 한다.

자신들은 결국 오리지날(?)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또 다른 본래 인간들을 궁금해 하고 찾아가는 모습은 슬픈 감정까지 자아낸다.

그런데 이들의 삶이 연장될 방법이 있었다. 삶을 연장 받았다는 커플의 이야기를 듣게 된 세 사람. 진정한 사랑에 빠진 것을 증명하면 기증을 몇 년 늦출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복제인간들이 생활하는 헤일셤을 총괄하는 원장은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복제인간들이 생활하는 헤일셤을 총괄하는 원장은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이들은 증명할 도구에 대해 생각해보려다 더 심각해진다. 평화주의자에 가까운 캐시는 이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친구들을 떠나 간병인이 되겠다며 떠난다. 간병인이라고 장기 기증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기가 늦춰지게 된다.

이후 10년이 흘렀다. 캐시는 본인이 간병하던 기증자를 떠나보내고 서류를 작성하다가 루스의 차트를 보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루스는 몇 번의 장기 기증으로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 토미 또한 루스처럼 장기를 기증하고 있었다.

재회한 셋은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생의 집착이 사라진 루스는 이번 기증을 마지막으로 삶을 끝내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과거 질투심에 토미를 뺏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사과한다. 장기 기증 연장 신청하는 곳의 주소가 적힌 종이를 건네면서 말이다.

하지만 결국 유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토미는 절규하다가 운명을 받아들인 듯 웃으며 E떠났다. 이것이 영화의 첫 장면이기도 했다. 캐시도 예외 없이 기증 날짜를 통보 받게 된다. 캐시는 자신들의 생명이 자신들이 살린 생명과 그렇게 다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생명 연장 꿈을 위해 또 다른 생명을 만들어 마음대로 죽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용이다. 생명 윤리와 함께 경시 우려가 영화에 그대로 재현됐다. 루스와 캐시 그리고 토미는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사고가 난 것도 아니다. 그저 누군가에 의해 존재했고 이용당했고 죽임을 당했다. 이들도 감정이 있는 완벽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삶의 과정에서 겪는 인간관계와 감정, 사건을 모두 역동적으로 경험한다.

내가 복제 인간을 만들어낸 주체라고 가정해보자. 자신의 장기를 교체하기 위해 복제 인간을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 복제 인간의 장기를 이용 후 버린다면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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