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보워, 인재 영입으로 반전 노릴까

조코위와 프라보워. (사진=연합뉴스)
조코위와 프라보워. (사진=연합뉴스)

작년 말 조코위는 2019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뒤이어 프라보워 역시 2019년 대선 출마를 확정지었고 이로써 올해 인도네시아 대선은 2014년과 동일한 구도를 재현하는 듯 보였다.

2014년 대선은 구정치 VS 신정치의 대결이었다. 당시 대결은 신정치의 승리로 끝나면서 더 이상 구시대적 카리스마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임을 중명했다. 이 말인즉슨, 2019년의 대선이 지난번과는 같은 구도로 개편되지는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조코위의 러닝메이트

선거의 새로운 양상은 러닝메이트 선정에서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2014년 조코위는 러닝메이트로 현직 부통령인 유숩 깔라를 지명하였다. 여기에는 정치적 기반 마련의 이유가 컸다.

출마 당시 정당 연합을 통해 출마한 조코위는 지지정당을 아우룰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지지정당 중 다수의 정당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유숩 깔라였기 때문이다.
  
조코위는 이번 대선에서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인도네시아 전 헌법 재판 위원장이었던 모하마드 마푸우드를 최종 지명하는 대신 인도네시아울레마협의회(MUI)의 의장이었던 보수성향의 종교지도자 마룹 아민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이 역시 예상 외의 행보였다. 

조코위는 첫 대선출마 당시 기독교도라는 의혹에 휘말린 이후 꾸준히 무슬림으로써의 정체성 위기를 겪었다. 당선 당시에는 당선자 확정 발표 이후 곧바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등 그 자신도 대단히 이 문제에 대해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왔다.

조코위 자신이 신실한 무슬림임을 증명했음에도 논란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그렇기에 그가 러닝메이트로 종교계의 든든한 지지를 받는 인사를 지목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를 볼 수 있다. 종교적 흑색선전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종교적으로도 무결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더더군다나 과거 중앙 정치무대의 신인이었던 그는 기반 마련이 절실했다. 이에 5년간의 행정부 수장을 거치면서 입지를 꾸준히 다져왔다. 그 결과로 조코위 자신을 위협하는 흑색선전에 대처하기 적합한 인물을 찾아냈다는 평가다.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 경제개혁 강조

프라보워 역시 러닝메이트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프라보워는 첫 번째 대선 출마당시 경제조정부 장관이자, SBY 와 사돈관계였던 하타 라자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했다. 앞선 SBY 정권의 뒤를 잇는 정권이자 구정치의 상징적인 인물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구정치의 상징으로 선거에 나선 프라보워는 패배의 고배를 삼켜야만 했다. 더 이상 자신을 구정치의 산물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다. 러닝메이트 물망에 오른 인물들도 구정치의 산물로 각광받는 인물보다 ‘새로움’을 가지는 신흥 정치인들이 대다수였다. 당초엔 자카르타 주지사에 출마하였던 SBY 전 대통령의 아들인 아구스 유도요노와 자카르타 부주지사로 활동 중인 산디아가 우노가 유력했다. 

아구스 유도요노는 2017년 자카르다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1차 선거에서 낙선하였으나 40대의 젊은 나이와 매력있는 외모로 젊은 층에게 두터운 인기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전 대통령인 그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지지층의 유산도 두텁게 형성하고 있었다.

투표하는 인도네시아 여성들. (사진=연합뉴스)

주지사인 아니스 바스웨단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여 당선한 부주지사 산디아가 우노 역시 젊은 나이와 잘생긴 외모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았다. 더욱이 그는 미국에서 유학한 엘리트로써 인도네시아의 성공한 젊은 사업가이기도 했다. 2007년부터 그는 인도네시아의 최대 자산가 순위 100위대에 올라 2018년 85위를 유지하고 있다.

프라보워는 결국 산디아가 우노를 선택했다. 본인과 동일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아구스 유도요노를 선택하여 카리스마를 강조하기보다, 현 정권의 경제성장 정책에 대한 새로운 카드를 내놓을 강한 캐릭터를 선택한 것이다.

◆ 조코위가 그리는 청사진

조코위는 캠페인 내내 첫 대선 후보로써의 모습보다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는 5년간의 성과에 자신감이 넘친다. 이어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해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근거 자료를 요청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첫 임기동안 조코위의 통솔력 아래 대내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정치는 안정되었다. 출범당시 세계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5%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이어 5년 임기 동안 꾸준히 5%대 성장을 지켰다. 

인프라 확충을 중시했던 그는 임기 내에 자카르타 MRT 개통에도 성공했다. 자바섬 인구 집중 분산 정책으로 추진한 지역별 인프라 확충 사업 역시 고속도로, 도로, 다리 건설 등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결실을 맺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2018년 아시아 스포츠인의 무대였던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루며 인도네시아의 이름을 높이는데도 기여하였다. 뿐만 아니라 초기 해외자본의 유입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스탠스를 정권 후반기에는 유연하게 조정하기도 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후보. (사진=연합뉴스)
프라보워 수비안토.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그가 제2기 정부에서 강조하는 것은 정확성과 신속성이다. ‘행정시스템의 신속성이 보장되어야 인도네시아의 발전이 빨라집니다, 빠른 나라는 느린 나라의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4차 토론회에서 보여준 조코위의 연설에서도 행정 시스템의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신속성을 꼽았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5년 간 인도네시아는 경제적으로 번영하였고 외국자본을 통해 생산 기반을 마련하였다”며, “이제 필요한 것은 마련된 시스템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다”고 지난 5년을 호의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조코위는 이를 위해 통합시스템을 강조하였다. 행정뿐만 아니라 군사력도 마찬가지이다. 각 군사별로 각 섬에 군사 거점을 마련하여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다. 

무슬림 계층을 아우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계무대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국가로써 세계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불화에 평화를, UN의 난민 문제에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무슬림 국가의 문제는 같은 무슬림 국가가 잘 안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무대의 중심에 서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이는 세계무대에서 인도네시아의 차별화된 입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과 인도네시아 내의 무슬림계를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프라보워의 이유있는 비판

‘대통령 교체!’ 프라보워 후보가 대선 출마부터 외치고있는 핵심 슬로건이다.

“인도네시아는 1년에 최소 8퍼센트의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조코위는 출마당시 매년 7%의 경제성장을 주장했다. 그는 단 한 번도 약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내지 못한 거짓말쟁이이며, 국가의 자원을 외국으로 팔아버리고 있다. 이제는 바꿔야한다”.

프라보워는 위와 같은 주장을 통해 조코위 정부의 무능함을 꾸준하게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5년 전에 비해 다소 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예의를 갖추고 조심해서 어휘를 선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은 매서웠다. 프라보워는 인도네시아의 정치경제가 불안할 뿐만 아니라 국방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적의 공격에 즉각적으로 대응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국가예산의 30퍼센트를 국방에 소비하는 싱가포르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고작 0.8% 수준에 불가하다는 비판도 있다. 

더불어, 인도네시아의 자본이 국내에 머물지 못하고 있음도 비판했다. 합작사업이 겉으로는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결국 국내의 자원과 자본을 갉아먹는 시스템이라는 이유에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5년간 인도네시아는 퇴보했다. 경제성장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자원과 자본은 국외로 유출되었으며 군사력은 망가졌다. 5년간 망가진 인도네시아를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것이 요지였다. ‘똑똑한 대통령’ 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설과 토론회에서 영어를 자주 섞어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정권의 연장인가, 정권의 교체인가

대선이 일주일 안으로 다가왔다. 2014년의 대선처럼 양 측을 근거없이 힐난하는 흑색선전은 여전했다. 여전히 조코위는 종교적 정체성에 대해 도전받고 있고, 프라보워는 그가 소유한 동부 깔리만탄의 수백헥타르의 토지를 두고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흑색선전이 2014년만큼 큰 결실을 맺을지는 미지수다. 5년간 시민들은 성숙하였고, 인도네시아를 성장시킬 잠재성이 큰 후보를 찾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예상결과는 어떨까?

인도네시아 국영통신사를 비롯해 여러 기관은 조코위의 당선을 유력시하고 있다. 프라보워에 비해 늘 10-15%p의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국민들은 대체로 조코위의 주장과 같이 지난 5년간의 국정운영이 만족스러웠다고 평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15%에 육박하는 부등층의 표심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여러 여론조사기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시간이 흐를수록 부동층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프라보워 측은 마지막 남은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부동층이 선거막판 브라보워에게 쏠린다면 선거 결과는 다시 뒤집힐 수도 있는 예측도 유력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렇다보니 조코위로서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선거결과는 17일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글: 하영지, 인도네시아전문가

지역전문가이자 인도네시아 전문 통·번역사이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인도네시아 문민정부의 출범과 그 이후에 대해 연구 중에 있다.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인도네시아 진출에 요구되는 이문화와 어학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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