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3월말 상장 이후 주가 널뛰어
-IPO 시장은 올해부터 얼어붙어
-아시아투자시장, 대외변수에 촉각
-상장 앞둔 우버, 손정의 행보 주목

나스닥에 상장한 리프트. (사진=리프트)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최근의 경제뉴스는 온통 부정적인 소식뿐이다. 몇 년째 지지부진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시작으로, 미중 통상분쟁부터 브렉시트. 세계경제의 하강국면은 점차로 명백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을 하나 찾자면, 차량공유기업 리프트의 역사적인 상장을 꼽을 수 있겠다. 지난달 29일 리프트는 주당 72달러, 시가총액 2조7000억으로 나스닥에 화려하게 데뷔한 바 있다. 리프트의 데뷔는, 우버보다 먼저 이뤄낸 성과이자 전 세계 유니콘들의 희망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리프트는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11.85% 내린 69.0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던 것. 공모가(72달러)보다도 낮은 가격이었다. 거래 첫날인 지난달 29일 78.29달러로 8.74% 급등했지만, 이후로는 진퇴를 반복하는 형국이다.

경쟁업체인 우버를 제치고 먼저 상장한 리프트는 기업가치가 1조 원을 넘는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들의 롤모델로 주목받은 바 있다. 우버 외에도 이미지 공유 앱 핀터레스트, 식품배달업체 포스트메이츠, 업무용 메신저 슬랙 등이 연내 상장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슬랙이 오는 6월이나 7월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리프트의 주식시장 향방은 그들에게도 무척 중요하겠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아마도 대주주의 속이 가장 타들어갈 것이다. 리프트의 대주주는 일본 라쿠텐의 회장 미키타니 히로시로, 약 13%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역시 리프트의 라이벌, 우버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투자계의 큰손들이 잇따라 모빌리티 기업의 지분을 선점하며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일본의 투자금들이 우버와 리프트로만 향했다고 생각해서는 큰 오산이다. 혁신기업을 겨냥한 자본들은 작년 아시아 IPO 시장에 집결해 장사진을 이루었다. 

◆ 서로 눈치만 보는 아시아 IPO 시장

아시아의 IPO 시장은 2018년 그야말로 ‘불타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경쟁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연내 이루어진 IPO와 관련 시장의 규모는 우리 돈으로 300조 원이 넘었다.

도쿄에서는 소프트뱅크의 모바일폰 자회사가 상장됐는데, 여기에만 약 26조 원이 모였다. 같은 시기에 화웨이는 약 6조 원의 지분을 홍콩에 팔았다. 싱가포르에서는 약 13개 기업이 IPO를 진행했고, 베트남에서도 5개가 상장 절차를 마쳤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소프트뱅크)

IPO 개수로는 홍콩이 가장 많았다. IT분야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약 125개의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마쳤다. 이들 기업의 규모는 모두 합쳐 약 41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단지 몇 달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올해 아시아의 IPO 시장은 2016년 이래 가장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분매각 및 투자 철회의 규모는 1월부터 3월까지 약 46조에서 55조 원으로 상승하고 있다.

리피니티브는 이어 아시아시장의 자본을 거래하는 모 캐피탈기업에서 근무하는 브로커들의 1분기 수입이 지난 몇 년간 최악이었다는 분석도 소개했다.

이에 아시아 투자전문가들은 기존의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모양새다. 이제 화두는 추가적인 투자를 요하는 유니콘들의 행보로 옮겨갔다.

요미우리통신 역시 2019년 아시아의 IPO 바람은 예년만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유니콘들에게는 자본조달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재무건정성에 집중하라는 니케이의 충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현재 유망기업들은 자금조달에 한창이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니오(NIO)는 1월 채권발행을 통해 약 85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고, 비디오 스트리밍 기업 아이치이 역시 이달 초 전환사채로 약 1조2000억 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 세계경제는 완만히 하강하는데

차갑게 가라앉은 아시아의 IPO 시장 열기는 어쩌면, 미중 무역 분쟁의 협상 타결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IPO 시장이 대외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인데, 유럽 역시 브렉시트 및 유로존 경제위기 여파에 IPO 시장은 시종일관 부진하다.

미국 역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우버, 에어비앤비 등 유니콘들의 IPO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들의 눈은 온통 워싱턴으로 향해있는 상태이다.

일본중앙은행이 분기별로 측정하는 단칸지수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DI)가 12를 기록해 직전 조사인 2018년 12월보다 7포인트나 하락했다. 로이터에서 실시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단칸지수는 다음 분기까지 4포인트 이상 추가로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주 IMF는 현재가 “세계경제에 있어 대단히 섬세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현명한 대응이 요구되는 하강국면이라는 것이다. IMF의 고위 관계자인 크리스틴 라이가드도 니케이와 실시한 인터뷰에서 “단 하나의 정책적 실패도 용납할 수 없다”며, “단계별로 가장 적합한 통화정책의 보조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정책기조는 아쉬움을 남긴다. 중국과의 통상 분쟁 및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뿐만 아니라, 수입 차에 대한 25% 관세, 미 연준에 대한 공격과 국경차단에 대한 집념까지. 모두가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진=우버 홈페이지)
우버 역시 올해 초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인해 IPO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사진=우버 홈페이지)

이뿐만 인가. 중국에 대한 공격은 이미 전 세계의 경기흐름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임이 분명히 드러났다. 특히 IMF가 작년 말 발표한 통상 분쟁의 여파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이 받은 피해가 가장 극심했다.

중국의 피해가 가장 심각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올해 중국은 지난 천안문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6%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설정했다. 그나마도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실제로 해외로 향하는 물동량은 2월 전년 동기 대비 20.7% 급감했다.

물론,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는 했다. 지난주 사우스모닝포스트차이나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제조업은 4달 만에 처음 성장세로 전환했다. 제조업경기를 나타내는 PMI지수 역시 2월 49.9에서 3월 50.8로 상승했다. PMI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그 위로는 상승국면을, 아래로는 하강국면을 나타낸다.

이에 상하이의 투자자들은 내수시장에서의 모멘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해의 벤치마크지수도 지난해 대비 6%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주체들의 기대감을 반영한 ‘희망 사항’이 반영된 수치라는 분석이 대세다. 리프트와 관련한 시장불안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 우버는 안심해도 된다지만…

그렇다면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의 대응은 과연 옳았을까? 그는 리프트가 나스닥에 본격 상장되기 직전 리프트의 지분을 연쇄적으로 매각했다. 2.7%에 해당하는 지분이 기타 투자자들에게 넘어갔다.

그는 2015년 리프트에 우리 돈 약 1800억 원에 해당하는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리프트가 2조8000억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을 때의 이야기였다. 물론 그 투자액을 지금까지 회수하지 않았으면 그의 지분은 현재 6조 원이 넘는다.

아마 아이칸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리프트의 행보가 불안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조지소로스 역시 리프트의 지분을 수차례 매수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면 두 거물 중 어느 쪽의 선택이 맞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리프트의 사정이 그리 안정적이지는 못하다보니, 아시아 투자시장은 대체로 움직임이 위축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아시아의 최대 규모 IPO는 인도의 국영기업인 REIT로서, 현재까지 모여든 자본은 약 7000억 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버의 데뷔가 손정의 회장의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은 다소 성급한 추측이다. 동남아의 차량공유시장을 장악한 그랩의 투자와 더불어, 그의 차량공유사업에 대한 투자는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니케이 역시 "손정의의 투자전망은 적어도 현재의 미키타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라쿠텐은 최근 보도를 통해 올해 2분기 리프트로부터 약 1조 원의 배당금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콘들의 상장을 둘러싼 근심은 깊지만, 적어도 우버가 수익성 문제로 투자자들을 속 썩일 가능성은 무척이나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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