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해안가 사막에서 발굴
물속에서 헤엄치다, 땅에서는 걸어

페루의 해안 가까운 곳에 있는 사막에서 네 발 달린 고래 화석이 발견됐다. 꼬리까지 포함하면 길이가 4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래 화석은 발끝에 달린 굽이나 사지의 형태가 모두 땅을 걸어 다녔을 것이라고 추측하게 한다. 더구나 이 고래 화석은 물갈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긴 발가락과 꼬리 척추 뼈를 가지고 있어서 수영도 잘했을 것으로 보인다.

4,26만 년 전에 살았던 이 네 발 달린 고래는 물속에서는 수영을 하면서 사냥을 하고, 땅위에 올라와서는 새끼를 낳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화석을 근거로 그린 4발달린 고래의 상상도 / A. Gennari
  화석을 근거로 그린 4발달린 고래의 상상도 / A. Gennari

벨기에 왕립 자연과학원(Royal Belgian Institute of Natural Sciences)의 고생물학자 올리비에 랑베르(Olivier Lambert)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페루 남부 해안가 사막 '플라야 메디아 루나'에서 네 발 달린 이 고래화석을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된 고래 화석은 가장 확실하게 네 발이 달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래는 약 5천만 년 전 남아시아에서 하마의 먼 친척 포유류에서 시작해 수중 동물로 진화하면서 덩치가 커져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과학자들이 고래의 조상이라고 생각하는 인도하우스 / 위키피디아
과학자들이 고래의 조상이라고 생각하는 인도하우스 / 위키피디아

처음에는 개 크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 지역에서도 약 4,120만 년 전 고래 화석이 발견됐지만, 이번처럼 확실하게 골격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이 고래 화석에 ‘태평양을 여행하는 고래’라는 뜻을 가진 ‘페레고세투스 퍼시피쿠스(Peregocetus pacificus)’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이는 고래가 발상지인 남아시아에서 북아프리카를 거쳐 대서양을 건너 페루 해안에 도착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고려한 이름이다.

페루에서 발견한 고래 화석 뼈 / G. Bianucci
페루에서 발견한 고래 화석 뼈 / G. Bianucci

고래는 약 4천만 년 전부터 육지 생활을 접고 완전한 수중 동물이 된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수중 동물이 되면서 앞발은 지느러미로 변하고, 뒷발은 퇴화해 흔적만 남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저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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