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반대에 극히 제한적 의약품만 판매하는 우리나라
-의약품 규제 논의는 답보하고 있지만 기술 개발은 지속되고 있어
-의약품 상호작용 분석해주는 AI '딥DDI', 직접 처방 한계 넘어설까

인공지능(AI)가 전문직이 수행하던 일을 보다 심도있게 수행해낼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인공지능(AI)가 전문직이 수행하던 일을 보다 심도있게 수행해낼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대표적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AI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이론이 대두되면서 미래에는 대다수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수많은 직업 중 전문직에 해당하는 약사도 없어질 직업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은 의약품 자판기가 있을 정도로 의약품 구매를 소비자가 약사의 개입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우리나라보다 넓다. 우리나라의 경우 편의점에서 의약품 상비약을 판매하게 된 시점도 얼마 되지 않았고 약품 종류도 극히 제한적(13개 품목)으로 판매하게 됐다.

AI를 통해 직업이 없어진다는 극단적인 예측도 나오지만 이에 앞서 소비자가 한결 더 편리한 삶을 누리게 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알리페이에서 운영하는 미래약국을 통해 약사가 원격으로 문진한다. 이후 의약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는 중국이 지난 2016년 인터넷 의료서비스를 전면 허용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헬스케어 분야에 앞다퉈 진출한 것에 따른 결과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사들의 반대 목소리에 다른 나라보다 의약품 규제가 완화되지 않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에서는 약사들의 반대 목소리에 다른 나라보다 의약품 규제가 완화되지 않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베이징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13개 품목에 한해 판매하는 우리나라 편의점과는 달리 무려 62가지 의약품에 35가지 의료기기를 편의점에서 판매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품목 확대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각 나라별 규제는 이처럼 다른 상황이지만 세계적으로 미래기술은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일례로 다른 나라보다 규제가 심한 우리나라도 바이오 분야 관련 AI 기술을 선보였다. 지난해 국내 연구진은 일명 ‘AI 약사’를 개발했다. 특정 약물이 음식이나 건강보조제, 약물 등 다른 성분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예측할 수 있는 AI를 개발한 것이다. 이 AI가 상용화되면 환자 식단과 기존 복용약 등을 AI가 판단해 부작용이 없으면서 효과가 좋은 약물을 처방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특정일자 온라인판에 따르면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팀은 약물 간 상호작용을 92.4%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AI인 ‘딥디디아이(DeepDDI)’를 개발했다.

딥DDI는 약물 A, 약물 B가 함께 사용될 경우 발현될 수 있는 부작용과 원인을 예측하는 한편 약물 효능을 떨어뜨리는 성분이나 약리적 현상 등도 분석 가능하다. 부작용 없이 좋은 효과를 가져오는 대체 약물 군도 예측해준다.

딥DDI 원리 (그림=카이스트)
딥DDI 원리 (그림=카이스트)

이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약물 2159종의 정보가 있는 데이터베이스(DB) ‘드러그뱅크’에서 실험으로 인해 밝힌 19만1878쌍의 약물 간 상호작용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가능한 결과다.

이에 따라 의사나 약사가 일일이 약물 간 상호작용을 확인해 처방하던 기존 현실과 다른 새로운 대안이 제시된 셈이다. 특히 약물 조합이 많아 경우의 수가 확대되는 경우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나 약사라도 정확한 예측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게다가 환자 평소 식습관과 기존에 복용하던 약 등 모든 상황을 의사나 약사가 참고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이었다.

하지만 연구진에 따르면 딥DDI는 두 약물 간 구체적인 약리작용에 대해 예측이 가능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상호작용을 예측하거나 단순히 현상으로만 알려졌던 부작용의 원인을 밝히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또 기존에도 유사한 AI가 있었지만 딥DDI보다 정확도가 훨씬 낮았다면서 딥DDI가 환자 맞춤형 약 처방과 환자 식이요법 설계 등 헬스케어와 정밀의료엔 물론 효과적인 신약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국내에서 상용화될지는 미지수다. 의사와 약사들 중 일부가 원격진료나 원격처방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