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최성민 학과장
대전역에 나와 “정부는 국민 소리에 귀 기울여야”
전국 13개 대학과 함께 진행, 44만 명이 서명
탈원전 정책은 反과학기술 정책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전문기자] “서명운동은 100만 명이 될 때 까지 계속할 것입니다. 현재 44만 명 정도 되는데, 그 전이라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기를 바랍니다.”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학과장인 최성민 교수는 토요일이면 대전역 앞 광장으로 나간다. 제자들과 함께 ‘원자력 살리기 서명운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최 교수는 꽃샘추위로 기온이 영하 가까이 떨어진 30일 저녁에도 어김없이 대전역 광장에 서 있었다. 대전역 동광장과 서광장 2곳에 서명대를 놓고 플래카드를 세우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원자력을 살리자는 서명을 받았다.

서명운동을 벌이기 위해 대전역에 나온 최성민 교수
서명운동을 벌이기 위해 대전역에 나온 최성민 교수(사진=심재율 기자)

이 서명의 주최는 공식적으로는 ‘녹색원자력 학생연대’라는 학생 단체이다. 올 1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카이스트에서 시작해 전국 13개 대학이 모여 결성했다. 대전역 서명운동은 2월 2일 설 연휴 첫날부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에는 어김없이 학과장인 최성민 교수를 비롯해서 시간이 나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교대로 나온다.

2월 23일에는 12개 대학이 전국에서 동시에 서명운동을 벌였다. 대전역을 비롯해서 동대구역, 관악산, 부산역, 부산대역, 광주 송정역, 용산역, 수서역, 포항역, 울산역, 전주 한옥마을 등에 서명대를 차렸다. 한 달에 한 번씩 전국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함에 따라 학생연대는 3월 23일에도 전국 서명운동을 벌였다.

아침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계속되는 서명운동 시간에 학생들은 전단지를 나눠주고 서명을 받는다. 가끔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해서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최 교수는 원자력이 얼마나 안전한 에너지원인지를 설명도 한다. 이날도 대전역 서명자는 400명 정도에 달했다. 가장 많은 날은 서명자가 871명에 달한다.

“서명에 참여하는 분들이 ‘힘들지만 꼭 끝까지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책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대전역에서 진행된 원자력 살리기 서명운동
대전역에서 진행된 원자력 살리기 서명운동(사진=심재율 기자)

“직접 나와 보니 그동안 원자력에 계신 분들이 직접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최 교수는 느낀 점을 말했다. 이에 서명운동과 병행해서 보름 전에는 충남대 박물관을 방문해서 강연을 하고, 대전 과총과 공동으로 10개 고등학교를 찾아가 과학강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 교수는 “여론조사를 하면 7:3 비율로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데, 요즘에는 젊은 20, 30대 분들이 많이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은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과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 다른 발전소와 원자력발전과의 장단점 등 과학적인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유연하게 생각을 바꾼다.

이번 정부는 ‘과학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번 정부가 특히 그렇다고 느낀다. 최 교수는 “원자력발전을 중단하겠다는 ‘탈원전 정책’은 단순히 원자력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너무 부족한, 탈 과학기술 정책으로 여겨진다”고 비판했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극복이다. 만에 하나 혹시라도 원자력에 조금이라도 위험한 부분이 있으면 더욱 더 안전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태도여야 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근거 없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공포감만 빼고 나면 가장 친환경적이고 가장 인명피해가 적은 에너지이다. 일부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문제를 걱정하는데, 40년 동안 쓴 핵연료는 축구장 3배 크기만 있으면 다 저장할 수 있다. 원자력 사용 후 핵연료는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원자력 중에서도 방사선 과학 분야가 전공이다. 방사선을 이용해서 새로운 재료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생 때 물리를 좋아했던 최 교수는 핵을 사용하는 공학 분야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가 서울대에 진학할 때만 해도 원자력 분야는 가장 인기가 높은 학과였다. 미국 MIT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미국 표준연구소에서 2년 있다가 카이스트에 2001년에 부임했다.

최 교수는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의 중요성을 요즘만큼 강하게 느끼는 적이 없다. 정부 출연연구소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안 된다.

프랑스 론 강가의 원자력 발전소 / Pixabay
프랑스 론 강가의 원자력 발전소(사진=Pixabay)

이 때문에 학과장이 되고 나서 하고 싶은 것이 하나 생겼다. 독립적인 재원을 가지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서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인 보고서를 쓰는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기부금에 의해 독립적으로 작성되는 ‘MIT리포트’를 예로 들었다.

과학 언론 및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슈가 나올 때 마다, 언론사에 따라 상반되는 정보들이 많이 나온다. 그럴 때 “국민들에게 어느 것이 믿을 만 한 과학적 사실인지 정리해줄 ‘독립적인 집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영향력이 높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그룹에서 과학적 팩트를 잘 정리해서 제시하는 일이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최 교수는 “원자력만의 문제가 아니고, 에너지 문제는 결국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문제이면서 에너지는 환경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문제는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와 인류의 앞날을 좌우할 온실가스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정치적인 편향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차분하고 냉철하고 논리적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과학언론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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