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언론사나 통신사, 고품격 저널리즘 추구하려면 취재팀 꾸려야
과학에 대한 관심 점점 늘어날 것...선점하면 강력한 핵심 역량 될 것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과학기술에 대한 보도는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며 다루기 까다롭다. 쉽게 보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하고 전문지식을 필요로 한다. 전문지식이 풍부하다고 해서 꼭 과학보도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하기 쉬운 영역이 과학 보도다.

김영욱 교수는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취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7일 열린 국회간담회에서 “저널리즘은 중요한 정보가 생산되는 길목(출입처)을 지키고, 직접 취재하지 못하는 영역은 뉴스통신 등을 활용해 체계성을 갖춘다. 과학 저널리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과학 보도가 사건이나 사고를 중계하는 것 같은 ‘사건보도 형식’ 혹은 스포츠 게임을 중계하는 것 같은 ‘중계방송 보도’로 치우친 것에 대한 비판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2005년 황우석 박사에 대한 보도이다. 2005년 한국에 등장했던 황우석 박사에 대해, 스포츠 보도에서나 있을 법한 ‘영웅’ ‘애국’ ‘세계 최초’(세계 최고)와 같은 프레임이 ‘과학 보도’에 사용되었다. 김 교수는 언론윤리 중 “과학 보도가 지켜야 규범인 ‘지나친 염려나 기대를 유발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정면으로 어긴 예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난치병이 곧 치료될 것 같다는 섣부른 기대나, 연간 수조 원 혹은 수십조 원의 ‘경제 효과’를 예상하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과학언론활성화 간담회 / 과학언론인회
과학언론활성화 간담회. (사진=과학언론인회)

김 교수는 논문 조작은 아니지만 2005년 9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현탁 박사팀이 발표한 ‘모트 금속-절연체 전이’ 연구에 대한 보도도 과장이 문제가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전기가 흐르지 않는 물체(부도체)가 금속이 되어 전도체가 되거나 금속이 부도체가 되는 현상에 관한 논문 보도는 ‘연구 성과에 대한 과장’이 문제였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 ‘56년간의 미해결 과제 규명’ ‘만유인력 이후의 최대 발견’ ‘100조원의 경제 파급효과’ 등의 제목으로 지나치게 과장돼서 보도됐다.

이런 여러 가지 사건의 원인으로 김 교수는 “과학 저널리즘의 주변성”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주요 언론사조차 한두 명 혹은 많으면 세 명 정도의 과학 담당 혹은 과학 전문기자들이 산업부나 문화부 등에 배속되어 과학보도를 담당한다. 하나의 팀을 구성해 과학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종합 언론사는 없다. 동아 사이언스 소속 기자 6~7명이 과학 면을 담당하는 동아일보가 다소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복합적인 과학 및 의학 영역을 소수의, 비전문적인 인력이 커버하면 결과는 악순환”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하면 한국 사회의 과학적 이해는 많이 뒤쳐져 있다”고 말하고,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제품이 수백억 혹은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보면 ‘무법천지’에 빗대어 표현하면 ‘무과학천지’라고 주장했다.

뉴스 전문 채널 CNN은 통신회사 ATT가 인수했다. / 픽사베이
뉴스 전문 채널 CNN은 통신회사 ATT가 인수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미디어 핵심 역량으로서의 과학 저널리즘?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먼저 언론사의 구조변화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체계적 보도를 하려면 “(지금의 정치부 혹은 경제부 정도 규모의) 전문기자로 구성된 과학 취재팀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모든 언론사가 이런 팀을 운영하긴 힘들며, 그럴 필요도 없지만, “적어도 공영방송이나 고품격 저널리즘으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주요 언론사, 그리고 통신사”에는 이런 취재시스템을 가져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세계 미디어 업계의 변화이다. 세계 미디어 그룹은 기술과 유통과 콘텐츠 생산을 결합한 거대 기업과 독자적이고 독창적 콘텐츠로 충성스러운 팬을 확보한 고품질 콘텐츠·서비스를 제공하는 강력한 작은 기업으로 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 서비스를 하며, 직접 콘텐츠 생산에 투자를 하고 있다.

통신회사 AT&T가 할리우드 최대 영화사인 워너 브러더스, 케이블 TV 채널 HBO, 세계적인 뉴스 전문 채널 CNN, 만화 전문 방송 카툰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 케이블 텔레비전 TBS 등을 소유한 타임워너를 인수했다. 그러나 연 매출액 2조 원 규모(2018년 17억7500만 달러)의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구독자 퍼스트 고품질 저널리즘’(a subscription-first business: journalism excellence)으로 전략을 바꾸고 꾸준히 독자와 구독 매출을 늘리고 있다. 2018년 구독자는 430만 명으로 이 중 330만이 디지털 구독자다. 좋은 콘텐츠로 팬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메디아파르트는 광고없이 독자들의 가입비용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신문이다. / 위키피디아
메디아파르트는 광고없이 독자들의 가입비용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신문이다. (사진=위키피디아)

프랑스의 독일 인터넷 언론 메디아파르트(Mediapart)는 연 매출액 200억 규모(2017년 1천3백7만 유로)이지만 14만 명의 회원을 기반으로 2010년부터 흑자를 기록하며 훌륭한 탐사보도를 하고 있다. 차별되지 않는, 남들과 비슷한 수준과 내용의 콘텐츠로는 뉴스미디어가 생존하기 힘들다.

김 교수는 “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므로, 어떤 언론사든 이 영역을 선점하면 미래에 필요한 강력한 핵심 역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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