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정보전달에만 그칠 수 없어
너무나 어려운 전문 과학에 한계 느끼기도
과학에 내재한 불확실성 인정해야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전문기자] 과학과 기술이 인간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의 증대에 따른 편중현상, 전쟁의 위험, 부작용의 지구적인 우려 같은 엄청난 영향력도 발휘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학기술의 시대에 과학 언론은 어떤 내용을 보도해야 할까?

과학언론활성화 방안 간담회에서 김영욱 카이스트 교수는 ‘과학저널리즘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정리해서 발표했다.

△ 과학과 관련한 정보제공 : 가장 기본적인 임무가 될 것이다. 자연과학, 의학, 기술 영역에서 발생하는 사회 구성원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새롭게 발견된 과학적 현상, 새로운 이론과 모델, 일상적인 사건, 현상, 위험에 연 관된 과학적 측면과 지식, 과학정책 등을 전달하는 임무도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적 관찰’이라는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김 교수는 “‘지속적 관찰’이야 말로 ‘과학언론과 과학 블로그와 차이’”라고 주장했다.

△ 특정 문제에 대한 주목 생산과 의제 설정 : 과학의 측면이 아니라 저널리즘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를 선택해서 보도하는 것이다.

△ 과학 문제에 대한 공론장 제공 : 무엇을 탐구할 것인가, 탐구의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중에는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령 생명공학)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제공하는 기회도 필요하다. 동시에 과학 탐구 과정에서 진행되는 논의도 공론의 장을 필요로 한다. 

과학언론 활성화 간담회장 / 과학언론인회
과학언론 활성화 간담회장. (사진=과학언론인회)

△ 과학의 사회화와 사회의 과학화 : 사회의 과학화란 사회가 혹은 국민이 과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의 세계와 사회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과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역시 세분화하고 전문화되다 보니 소통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분화된 과학 영역 간의 소통을 촉진하는 것 역시 과학 언론이 해야 할 역할에 들어간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과학자 집단 사이의 갈등, 과학과 다른 영역과의 갈등, 기술과 환경의 갈등 등을 다루는 것도 과학언론의 역할에 들어간다.

△ 과학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언론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과학 연구자, 기술 소유 주체, 과학정책결정자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시 과학 언론이 다뤄야 할 주제이다. 정부의 과학 정책·저명 과학자, 선도적 기관과 대학 등은 물론이고·Science, Nature, Cell 등 영향력 있는 저널마저 감시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과학적 교양, 과학의 대중화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언론이 가장 기본적으로 취했던 태도이다. 과학 지식을 전달해서 유용성을 확산하고,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과학적 성과를 활용하면서, 사이비과학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도 중요하다.  이것은 사람이 살고 있는 물리적 및 사회적 세계를 이해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성찰하는데 필요한 과학적 지식과 정보 제공하는 일이기도 하다.

△ 재미있는 과학, 과학을 통한 재미를 위해서는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만들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도 필요하다.

어려워도 너무 어려운 경우의 딜레마

그러나 과학 저널리즘이 당면하는 난관은 “과학 보도가 매우 어려운 전문 영역”이라는 점이다. 얼마나 어려운가 하면 같은 과학자라고해도, 그리고 같은 물리학자라고 해도 이해하기 힘든 전문지식은 갈수록 늘어난다.

김 교수는 이날 발표자리에서 물리학분류를 예로 들었다. 국가 과학기술표준분류표(대-중분류)에 따른 물리학 분류를 봐도 알 수 있다.

‘입자·장물리, 열·통계물리, 원자핵 물리, 유체·플라즈마, 광학, 응집 물질물리, 원자·분자물리, 천체물 리·우주로, 복합물리, 달리 분류되지 않는 물리학’ 

201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성취한 과학적 성과는 ‘물질의 위상적 상전이와 위상적 상에 대한 이론적 발견’(for theoretical discoveries of topological phase transitions and topological phase of matter)이다. 김 교수는 “물리학자라고 해도 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물리학자가 몇 명이나 될까?”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하루 사이에 올라오는 천체물리학 논문 목록 / 웹사이트 캡처
하루 사이에 올라오는 천체물리학 논문 목록. (사진=웹사이트 캡처)

같은 분야라고해도 매일같이 쏟아지는 지식과 발견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 사전 논문 등록 사이트인 arXiv에서 ‘천체물리학’ 분야만 검색해도 하루에 50개 이상의 새 논문이 등록된다. 새로운 연구의 의미를 설명해줄 전문가를 찾기조차 쉬지 않다. 논문 작성자 본인이 가장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언론인들은 “가장 전문가인 발표자 본인의 주장에 일단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이러니 일반인들이 전문적인 과학발견이나 개발 또는 발명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더욱 힘들다.
더욱이 ‘과학적 연구 결과나 주장은 최종 결과가 아니며, 항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 언론의 역할은 더욱 더 어렵다. 지구온난화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 효과라는 주장에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지만, ‘장기적 지구 기온 변화의 주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장기적인 주기”라는 주장에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것을 확인하려면 장기적인 관찰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전자 조작·변형 식품(GMO)이 위험한지 안전한지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결국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도하려고해도 “불확실성마저 균형 있는 보도로 대응하기 힘들다”고 김 교수는 과학 언론 보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천체물리학 분야만 해도 하루에 수십건의 논문이 쏟아진다. / Pixabay
천체물리학 분야만 해도 하루에 수십건의 논문이 쏟아진다. (사진=Pixabay)

△ 의료분야나 산업문야 연구 결과나 주장은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매여 갈등을 내포한다. 의료 분야는 광고주가 될 수 있는 산업과 관련이 있고, 온실 효과에서처럼 선진국과 개발국의 이해가 부딪히기도 한다. 원전은 우선 싸게 에너지를 쓰려는 현 세대와 남겨진 위험 물질을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보관해야 하는 미래 세대와의 갈등을 내포한다.

과학은 진실을 추구하지만 ‘과학자’는 특정한 동기를 가진 주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과학 자체도 중요하지만, 연구개발의 성과를 알리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친화력’이 강할 때 더 자주 소개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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