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언론사 취재인력 부족에 전담부서 없어
영향력 확대로 모든 사람의 관심사 된 과학
전문가 영역에만 머무를 수 없어졌다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전문기자] 오늘날과 같이 과학기술이 사회의 모든 분야와 산업 및 정치의 곳곳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없었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쉽게 깨우치는 간단한 과학도 있지만,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당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가 점점 많아진다.

이 때문에 이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과학언론’ 또는 ‘과학 저널리즘’이나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발전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상황이 되지 못했다.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의 김영욱 초빙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과학언론의 주변성’이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신동호가 2003년 쓴 글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사회나 언론이 모두 인식을 하면서도 정작 과학보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용한 표현이다.

김영욱 교수는 “이 지적은 아직 유효하며 더 심해졌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7일 열린 ‘과학언론 활성화 방안 간담회’에서 “한국에서는 여전히 주요 언론사에서 조차 과학과 기술영역을 체계적으로 관찰/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인력과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과학보도의 주변성을 탈피해야 한다. / 과학언론인회 이순재
과학보도의 주변성을 탈피해야 한다. (사진=과학언론인회 이순재)

김 교수는 이어 ▲주요 언론사들이 과학 보도 전담 부서를 두지 않고 있고 ▲과학과 기술을 주요 기사로 다루는 전문 섹션이 없으며 ▲과학 기술 변화를 정기적으로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과학과 기술이 우리의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생각하면, 국가 전체로 보면 심각한 결함이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이 초기에는 과학적 도구의 생산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이 가진 욕구충족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국가적 결함’이라고 까지 할 사항은 아니었다.

“과학기술의 영향력은 통제하기 힘든 위험을 동반”

그러나 과학기술은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대량학살, 환경파괴, 부의 편중 등 “과학을 통한 부의 생산은 인간이 통제하기 힘든 정도의 위험을 동반하게 만들었다.”

김영욱 교수는 현대 과학 기술로 인한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 전 지구화 : 보통 특정 영역에 한정된 자연 재해와 달리, 현대과학기술이 미치는 영향은 지역을 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 GMO,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이다.

△ 불가역성 : 한번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 유전자 공학·GMO, 원자력 등이 역시 이런 특징을 갖는다.

△ 통제 불가능성 : 인공지능(AI)과 지구온난화 등은 일단 시작하면 통제가 어려운 상태로 들어간다.

△위험의 일상화 : 기술이 집적된 시스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일상적으로 순식간에 발생한다. 라돈,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사고 등이 이런 종류에 들어간다.

△ 정치성 : 한편으로 과학기술은 정치와 분리될 수 없다.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편의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선택을 할 것인지는 정치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삶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정치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김 교수는 “과학은 전문가의 전유물이나 호기심 많은 사람의 교양이 아니라, 일상생활은 물론 인류의 미래, 더 나아가 지구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회적 영역’이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학 언론, 또는 과학 저널리즘이나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과학적 사실과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정도가 전부가 결코 될 수 없다”고 김 교수는 발표했다.

과학을 보도하는데 있어서 ‘언론의 기능’이 필요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과학과 기술이 정치적 맥락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연구하고 어디에 투자할 것이며, 어디까지 허용하고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는 “정치적 결정”이다.

전통적 의미의 과학언론. 과학자가 불러주는 내용을 쉽게 받아 쓴다. / 간담회 자료집
전통적 의미의 과학언론. 과학자가 불러주는 내용을 쉽게 받아쓴다. (사진=간담회 자료집)

국가의 큰 방향을 정할 때도 그렇지만,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수돗물이나 음식물의 유해성분 허용치, 자동차 배기가스, 건축물의 내진설계 등 ‘리스크에 대한 기준’은 과학적 사실만 가지고 결정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100.00% 완전무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국민들이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안전하게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 결정과정에서 과학기술자들의 전문적인 의견이 중요한 자료가 되겠지만, ‘위험과 편의성’ 사이에서의 트레이드오프는 국민과 정부의 ‘정치적 결정’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과학 언론은 이런 내용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공동체 구성원의 과학에 대한 이해와 기능하는 과학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의 유지와 실현에 필수적 요소”라고 말했다.

과학 저널리즘, 과학 대중화가 다가 아니다

언론사에서 과학기술을 정확히 다룰 전담부서와 취재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과 함께 과학 언론의 발전을 막는 중요한 장애물은 과학 저널리즘의 범위에 대한 오해이다.

아직까지 상당수의 사람들은 과학언론이란 ‘과학의 대중화(science popularization)’라고만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학대중화는 ‘과학 지식을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이를 통해 시민이 자신의 삶에서 과학 정보를 이용하고, 과학 기술과 관련한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활동’을 말한다.

그러므로 언론의 임무는 “과학자와 대중의 과학 지식 격차로 인한 대중의 합리성 결함을 과학적 지식 전달로 균형을 유지시키며, 경우에 따라서는 반기술적 태도의 교정해서 과학에 대한 수용성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과학자를 대중에게 연결하는 전파자로서의 역할’은 “저널리즘을 너무 좁게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학 저널리즘이 독자성을 가지려면 “시민의 욕구와 소망을 과학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과학언론이 주변성을 탈피하려면 ▲과학 내부에서 벌어지는 선택 과정에 –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권력 투쟁에 - 대한 감시와 비판 ▲분화된 과학 영역 간의 맥락 제공 ▲과학과 기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장 제공도 “과학 저널리즘의 핵심 기능에 속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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