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러 특검, 소득없이 끝날 가능성 높아
-미국 정계는 소모적 논쟁 되풀이
-美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리더십 발휘할까?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모두가 늘 미세먼지에 대해 불평한다. 하지만 사실 미세먼지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매우 드물다. 그러니 이런 저런 수를 내어놓는다고는 하지만 해결책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미국의 상황도 이와 같다. 미국은 최근 역사적인 흑인 대통령을 배출해 낸 데 이어, 현재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었던 ‘정치적 이단아’를 대통령으로 두고 있다. 피부색, 정당에서부터 가치관까지 여러 면에서 양 극단에 선 두 인물이지만, 정작 그동안 미국의 경제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물론 ‘이 정도면 호황인 편이다’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도 종종 있다. 거시경제 지표도 긍정적인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늘 가진 것 이상을 원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성장이 지속되는 동안만큼은 미국인들은 트럼프 휘하 측근들의 도덕적 흠결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민주당의 행보는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부패는 늘 경제 다음의 문제다. 미국인들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빌 클린턴의 예가 그렇다. 그의 도덕성에 결정타를 날렸던 ‘르윈스키 스캔들’ 뿐만이 아니다. 그가 과거 1998년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 직전까지 처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나 혐의 역시, 클린턴과 비교해 많으면 많았지, 부족하지는 않다.

◆ ‘영양가 없는’ 러시아개입 공방

미 대선은 내년 2020년에 예정되어있다. 그리고 내년 세계 최강의 국가의 ‘권좌’를 노리는 이들에게는 현재의 정치적 혼란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모두가 트럼프를 둘러싼 의혹을 정면으로 다루고, 이슈화시키는 것이 그를 왕좌에서 끌어내릴 필승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메이슨리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은 이른바 미국이 처한 문제의 ‘원인’이 아닌, 하나의 ‘증상’으로 진단해야 한다”고 묘사한다. 물론 의사는 작은 질병에 대해서도 눈을 떼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자와 재계 스폰서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작은 질병에 불과하다.

메이슨리치 교수는 이어 “러시아를 둘러싼 의혹에 집중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러시아에 집중하는 것은 마치 암 환자에게 저 운전사가 당신 반려견을 치고 갔으니, 당신과 반려견의 치료를 중단하고, 어서 저 뺑소니 운전사를 찾아 고소하자고 말하는 모양새다”라고 꼬집었다. 

파이낸셜타임즈 역시 최근 기사를 통해 “트럼프는 워싱턴 정계가 이 문제를 걸고 넘어서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왜일까? 트럼프는 이미 대응할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카운터를 날릴 타이밍에 대한 판단이 서 있지 않을 뿐, 민주당으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로버트 뮬러 특검이나, 최근 있었던 몇몇 청문회에 의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도 결국 많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심지어 “뮬러 특검은 트럼프에게 면죄부를 주었다”고 해석했다. 명백히 밝혀진 러시아와의 공모는 사실상 입증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사진=연합뉴스)

다만 뮬러가 최근 유력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밝힌 바에 따르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에 대한 의혹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아직은 의혹에 불과하다. 사건을 진행시킬 동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정계는 몇 달 동안 뮬러 보고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계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민주당 내에서 뮬러 리포트 전체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보고서의 일부를 문제 삼아 소모적인 논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러한 논쟁이 민주당입장에서 어차피 보고서 작성자들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언급한 마당에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2020년 대선이 민생문제가 아닌, 트럼프의 도덕성을 심판하는 국민투표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이것은 미국 국민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더군다나 경제를 위해서라면 지도자의 도덕성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미국인들의 성격을 그러하자면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산적한 경제이슈를 이슈화시킬 후보가 있다면 이번 대선은 그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경제의 앞날을 진단할 전문가는 자국에서도 부재한 상황이다. 대외 변수가 정확한 예측을 방해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아무것도 단정 지을 수 없다.

◆ 문제도, 해결책도 결국 경제

이쯤에서 한 가지 전망을 짚고 넘어갈 수 있다. 메이슨리치 교수는 “만약 뮬러가 트럼프를 끌어내릴 수 없다면,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은 정국의 주도권을 잃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물러나고, 당은 리더십의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미국의 부동표가 공화당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즈 역시 “러시아 문제를 끌고 갈 경우 국민들이 민주당을 ‘당리당략을 일삼는 불량배’들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뮬러는 국민들에게 ‘충실한 공무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트럼프마저도 인정한 사실이다. 그의 보고서에 따라 표심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켄트 이튼 캘리포니아 대(산타 크루즈) 교수는 최근 자교에 게재한 글을 통해 “민주당은 현재 트럼프가 그의 (혐의를 받는) 측근들을 지나치게 신뢰했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모적인 논쟁에 학을 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친 민주당계 지지자들의 동향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모양새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트럼프가 얼마 전 체포된 트럼프 캠페인의 선거본부장이던 폴 마나포트를 사면한다면, 이는 민주당에게는 유리한 소식일 것이다. 힐러리 캠프나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역공을 취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트럼프에게는 자충수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들은 실현가능성이 낮다. 폭스 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두 가지 경우는 트럼프가 아닌,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의 요구가 확대 재생산된 것”이라는 것이다.

◆ 러시아社 제재 해제는 왜?

이 와중에 알루미늄 회사인 루살 등 3개 러시아 기업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미국 대선 개입 시도 등과 관련해 작년 4월 제재 대상에 올린 기업들이다. 이들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측근인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관련된 루살, 루살의 모기업인 EN+그룹, 전력회사 유로시브에너고JSC 등이다. 데리파스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와 사업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2016년 미 대선 개입 시도, 사이버 공격 등과 관련해 작년 4월 제재를 받았다. 그가 지배하는 루살 등에도 제재가 가해졌다.

민주당은 현 상황에서 제재 완화는 부적절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해제 동기가 의심스럽다며 이번 결정에 반대해왔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데리파스카가 가족 등 특수 관계인 지분을 활용해 회사를 통제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로 세계 알루미늄 가격은 하향 안정될 전망이다. 루살은 세계 수요의 약 6%를 공급해왔다. 작년 4월 루살에 대한 제재가 발표된 뒤 알루미늄 값은 t당 2000달러 수준에서 며칠 만에 30% 오른 2600달러로 급등했다. 

알루미늄 값은 꾸준히 t당 2000달러 안팎을 유지하다가 작년 말 미 재무부가 제재 해제를 예고한 뒤 급락해 현재 t당 1800달러 중반 대에 머물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루살에서 알루미늄을 공급받아온 유럽 동맹국들이 제재에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민주당은 국인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들의 의무는 트럼프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을 표출시키는 것이 아닌, 행정부를 견제하고 촉구하는 일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일이 어렵기는 하다. 행동보다는 언제나 말이 쉽다는 점도 참작할 여지는 있다.

박수치며 트럼프를 조롱하는 낸시 펠로시. (사진=뉴욕타임즈)
박수치며 트럼프를 조롱하는 낸시 펠로시. (사진=뉴욕타임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나 베드너 미시건대학교 교수는 “민주당은 낸시 펠로시를 리더로 둔 점에 감사해야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리치 교수도 동의하는 사실이다. 그녀는 최근 트럼프의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이냐는 언론의 질문에 “그럴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드너 교수는 이 점을 높이 평가한다.

베드너 교수는 “민주당이 흔들릴 때마다 펠로시는 최근 미국의 역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즈의 주장에 동의한다. 바로 1992년 미 대선 당시 전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 구호로 유명해진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다. 

당시 경쟁자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었다. 그 역시 ‘왕좌’에 오를 정도의 능력과 수완은 갖춘 인물이었으나, 당시 분위기를 제대로 탄 클린턴의 ‘경제적 낙관주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당시는 정계가 지금보다 훨씬 젠틀하고 낭만적인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서조차 미국인들은 파이낸셜타임즈의 비유대로, ‘소문난 애처가’보다 ‘연쇄 간통범’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하물며 이번이라고 크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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