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성장하지만 달러 선호와 노동생산성 우려
-중국 의존도는 ‘양날의 검’
-우리가 산업구조 고도화 위해 도움 주어야

문재인 대통령과 훈센 캄보디아 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신남방정책이 정부 및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핵심투자처로 분류되는 베트남 및 싱가포르 외에 인근국가인 캄보디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달 15일 국빈자격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하여,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총리실에서 열린 당시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교역액이 1997년 재수교 당시 5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9억7000만 달러로 증가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양국 간 교역의 규모가 비교적 단기간에 큰 폭으로 확대된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캄보디아 경제는 2000년 이후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섬유·의류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 달러라이제이션 경제(내수 경제에서 달러를 결제수단으로 선호하는 현상), 중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 최저임금 급등 지속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캄보디아 경제의 특징

섬유·의류 산업은 캄보디아 전체 제조업의 2/3, 총수출의 3/4을 차지하고 있다. 캄보디아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선진국들의 압박에 섬유산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그 동안 캄보디아는 EU와 미국으로부터 무관세혜택인 EBA(Everything But Arms) 지위와 일반특혜관세제도(GSP)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선진국의 개도국 특혜 대우 대상국에 속한다.

그러나 작년 7월 총선을 앞두고 캄보디아의 민주주의가 퇴행했다는 의혹이 일자, 각국에서 캄보디아의 특혜 지위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신정부가 부정선거로 집권했다는 의혹이 중점 대상이었다. 이에 올해 2월 EU는 EBA 철회 절차를 개시했다. FTA 협정 등 아시아와의 교역에서 민주주의 등 정치적 요소를 강하게 고려하는 EU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조치였다.

거기에 1월 미국 상원의원 2인은 캄보디아의 GSP 수혜 자격을 재검토할 것을 미 행정부 에 요청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실제로 EU와 미국의 대캄보디아 무역특혜 철회가 실현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철회가 현실화된다면 섬유·봉제업 수출 감소와 이에 따른 성장세 둔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더해 달러라이제이션은 캄보디아 경제를 설명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작년 기준으로 캄보디아에서는 법정통화 리엘(Riel)화가 발행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통화의 90% 이상이 달러화라는 분석도 있다. 

정재완 등이 2009년 작성한 논문에 따르자면 “내전을 포함한 장기간 달러화 사용, 대량의 ODA와 외자(달러) 유입, 국내은행시스템에 대한 신뢰 부족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현대화된 결제시스템(전자결제나 신용카드 등)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기에다 프놈펜을 비롯한 몇 개 대도시 이외 지역의 금융기관 부재, 밀수나 불법 활동에 따른 달러화 통용 증가 역시 달러화 선호 현상의 이유로 언급된다.

물론 달러라이제이션은 물가 안정과 외자유입 촉진 등의 몇몇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통화주권이나 금융정책 독립성 등의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큰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는 캄보디아의 통화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위협할 불안 요소로 종종 지목된다.

중국 의존도도 주목할 사항이다.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나 최근 신(新)식민주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는 내수시장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캄보디아는 워낙 아세안 국가 중 중국과 가장 친밀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양국 정부 역시 그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정재완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중국 의존도나 캄보디아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전체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캄보디아에 대한 영향력은 이른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란창-메콩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캄보디아에서 추진하는 대표적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로는 프놈펜-시아누크빌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시아누크빌 경제특구 2단계, 프놈펜-바벳 고속도로, 시아누크빌 복합도시, 프놈펜 신공항, 2023년 동남아게임(SEA) 주경기장 등이다.

중국 자본이 유입되는 시아누크빌.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1월 LMC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은 캄보디아와 정부간 12개 양해각서(MOU)를 포함해 인프라 개발, 산업별 협력 등 19개 프로젝트에 관한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캄보디아 내에서 중국자본의 인프라와 부동산 개발이 활발하며. 중국인 관광객 대상 관광산업 호황을 누리는 등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최저임금 급등은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섬유·의류 및 제화 분야의 경쟁력과 외자기업의 진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섬유·의류(제화 포함)산업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2019년 7.1% 인상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자 캄보디아의 핵심산업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베트남(호치만과 하노이 중심의 1군 지역)보다 높아졌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캄보디아 제조업의 경쟁력 악화와 투자메리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 어떻게 협력하면 좋을까?

실제로, 한국의 대(對)캄보디아 교역과 투자 규모는 주변국 베트남과 비교할 경우 미미한 편이다. 정재완 연구원은 다만 “최근 교역 및 투자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높고 한국의 ODA 지원은 활발한 편이다”고 내다봤다.

교역의 경우 한국의 대베트남 교역 대비 1/70에 그치나, 최근 섬유·의류 및 제화를 중심으로 교역 증가세가 높다. 투자의 경우 한국의 대베트남 투자 대비 1/7에 불과하나, 최근 금융·보험 분야를 중심으로 높은 투자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교역, 투자와 달리 한국의 대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은 2000년 이후 한국의 전체 공여국 중 중 베트남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하다.

이에 우리 정부가 캄보디아 경제의 특징 및 개발방향과 신남방정책을 고려해 협력분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인적자원 개발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 지원, 중장기적 차원의 한·메콩 협력 이니셔티브 및 구체적 실행계획 조기 수립 등을 통해 캄보디아와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를 지낸 브루킹스 연구소의 켄트 이튼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캄보디아의 경협 확대를 위해서는 한국이 캄보디아 정부의 현안과제를 정면으로 다룰 것”을 주문했다. 거기에 더해 한국의 풍부한 경험, 노하우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캄보디아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구조 고도화에 대한 지원이 손꼽힌다.

캄보디아 역시 전술한대로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점은 우리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다만 캄보디의 경우 우리보다 산업구조가 훨씬 노동집약적이기에, 최저임금에 대한 여파에 대해 우리보다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캄보디아 역시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려고 노력 중이나, 사실 단기간에 가능한 과제는 아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캄보디아 섬유 공장. (사진=연합뉴스)

KIEP의 연구진들은 이에 “한국은 맞춤형 인적자원 역량 강화 지원전략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캄보디아 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부 당국의 최대 과제는 주변국에 비해 낮아지고 있는 노동경쟁력을 노동생산성 향상과 인적자원 개발로 보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신남방정책의 ‘사람 공동체 구현’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정 연구원은 이에 대해 “캄보디아를 포함한 메콩강 유역(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태국)과의 협력 확대와 2019년 하반기로 예정된 ‘한·메콩 정상회담’의 내실화를 위해 중장기적 차원의 협력프로그램/이니셔티브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조기에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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