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뢰부족, 내수 경제 활기 앗아가
-중국 내 사기업도 정부 못 믿어
-무역전쟁도 정부 정체성과 어긋나
-신뢰 문제 해결이 경기활성화에 선결되어야

시진핑 주석. (사진=KBS 뉴스)
시진핑 주석. (사진=KBS 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3월 3일 막이 올랐던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3월 15일 폐막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양회에서 ‘경제’에 주안점을 두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신뢰성 문제’ 또한 올해 양회를 뜨겁게 달군 소재였다.

정부 관료들은 실제로 불황보다 시장의 불신을 우려하고 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경제 주체들이 정부를 믿고 안심하며 기업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 믿을 수 없는 중국 정부

약 10일간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3월 5일~15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요하는 서양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고 그들의 투자를 묶어놓을 수 있는 방안이 주를 이루었다. 당시의 보고서에 의하면, 리커창 총리는 “2조 위안(약 400조 원)가량의 법인세를 감면하고, 인프라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약 2.15조 위안(420조 원)의 지방정부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한 해외투자에 대한 법률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용이하게 하고, 지적재산의 생산을 촉진한다는 목표다.  

이러한 대책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은 정부가 올해 제시한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결국 정부의 정체성이 문제라는 것이 다수의 시각이다. 작금의 정권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서구와의 연대를 강조하겠다던 개혁 정부와는 너무도 멀어졌기 때문이다.

신뢰성은 중요한 요소다. 시장 경제 역시 경제 주체와의 신뢰에 기초한다. 그렇지만 신뢰는 한 번 깨졌을 때 결코 복구할 수 없는 속성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신뢰를 잃었다. 정국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불확실한 공약을 남발했고, 결정적으로 무역전쟁을 자초했다. 모두가 당초 기대했던 개혁정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2013년 11월 모습을 드러낸 중국의 전략보고서에 담긴 목표 중 실천으로 이어진 사항은 매우 드물다. 빚잔치 덕에 유지되고 있는 내수 경제 또한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로이터는 정부 부채가 늘어가는 흐름이라고 지적한다.

마침내 2017년 정부가 디레버리징(부채감축) 정책을 시행하고, 채권 시장을 조이기 시작하자 기업들은 위기를 맞았다. 제조업들의 기세가 꺾였고,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당초 디레버리징의 가장 큰 피해자로 여겨졌던 공기업들이 도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대로, 정부는 “공기업들을 더 크고, 더 강력하고, 더 나아지게 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중국의 부채 문제는 시진핑 주석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부채 문제는 시진핑 주석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밍신페이 클레어몬트 멕케나 교수는 3월 니케이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모든 점을 고려해봤을 때, 최근 몇 년간 베이징의 경제정책은 경제주체 간의 신뢰성을 해치고 있다”며, “사적 부문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개혁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현 베이징 정부가 처한 문제는 그들이 주장하는 레토릭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심지어 리커창 총리가 당에 “중국은 지속적으로 디레버리징을 실천할 것”이라고 보고한 반면, 중국인민은행은 반대로 전체 정부보조금 규모를 확대하고, 채권발행량을 늘려왔다. 2019년 2월까지 지출된 해당 비용만 5조3000억 위안(약 900조 원)인데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20%가까이 증액된 수치다.

◆ 기업 활동을 옥죄는 ‘통제 사회’ 

밍신페이 교수가 생각하는 베이징의 가장 큰 과실은 ‘비경제활동 주체’에 대한 케어에 있다. 말하자면 GDP에 잡히지 않는 가정주부나 퇴직자, 학생 등을 겨냥한 정책이다. 어느 관료나 관계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신뢰성’ 문제는 따라서 포괄적이며, 또 광범위하다. 사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특히 중앙 정부의 정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해당 정책의 실효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동시에 그들의 발표대로 정책을 이행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살펴야한다.

현재 시점에서,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 주체들의 사기를 꺾는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지의 3월 분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중국이 내수 경제의 체질 개선을 이루어 내겠다는 헛된 공약에 이어, 사기업 주체들은 미중 무역 분쟁에 의한 직격탄을 온몸으로 버텨내야 했기 때문이다.

니케이신문 역시 3월 한 커버스토리 기사를 통해 “몇몇 현명한 중국의 기업인들은 본능적으로 미중 간의 긴장이 지속되는 것이 그들의 향후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무역 전쟁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수출향(向) 제조업이 이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예측도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반도체 및 전자부품 업계가 향후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과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밍신페이 교수는 이번 통상 분쟁은 단순히 ‘휴전’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서로 간의 파국을 피하자는 방향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당대회 기간 중 중국의 몇몇 고위 관료들은 유력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무역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묻는 질문에 핵심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등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무역전쟁의 원인이 누가 보아도 분명한, ‘패권 충돌’, ‘공존할 수 없는 양국의 경제 체제’, ‘(주로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을 둘러싼)안보 이슈’에서 비롯됨을 애써 무시한 점은 무역전쟁의 근본적인 타결이 어려울 점을 시사 하기도 한다.

그들은 단지 양 국의 협력으로 서로가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진부한 레토릭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베이징이 향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지정학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외교 정책에 변화를 가져가겠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포착되지 않았다. 

다시 중국의 국내 기업들로 돌아와 보자. 중국 내 기업가들이 여태 민주주의적 절차 내에서 기업을 운용해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마오쪄둥 시대의 ‘경제 암흑기’로 돌아가고 싶을 리는 없다. 기업 활동에 애초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구체제가 반가울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간 유명 기업인들의 체포, 구금 그리고 실종은 다시금 사회에 어두운 분위기를 옮기고 있다. 인신보호와 개인자산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의 중국 사회는 기업과 개인의 안전이 변덕스러운 지도자의 자비에 달려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강조한다.

확실히 그러한 리스크는 마오시대 이후에도 어느 정도는 늘 존재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마오시대의 정치적 상징과 레토릭이 유행하는’ 정계 분위기, 그리고 유례없는 언론 통제는 오늘날의 중국이 과거로 회귀했다는 의혹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경제 주체들의 두려움을 덜어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만 베이징 정계의 입장에서는 큰 변화가 요구될 수도 있다. 헨리 헤일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최근 자교에 게재한 글을 통해 “언론들은 중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정직하게 보도하고, 정부는 사회 통제를 좀 더 느슨하게 보도할 것”에 대해 고민해보라 지적한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내 그러한 방안을 고려하는 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결국 ‘중국 공산당 정권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까’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밍신페이 교수는 “외교 정책, 국내 정책, 사회 통제라는 세 가지 틀 안에서 경제 정책의 중대한 변화가 없다면 이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중국이 일당 체제임을 고려하자면 시작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의사결정과정이 빠르고 실행능력이 우수한 시스템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이 문제에 있어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들은 우선 ‘신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