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초국가적 공조 필요해
-정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 위한 것
-남북관계, 첫 술에 만족할 수 없어

김영호 의원. (사진=서미카엘)

[데일리비즈온 이은광·이재경 기자]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대문에서 50년 이상을 보낸 이른바 ‘서대문 토박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원로 정치인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로 야심차게 정계에 입문했지만, 서대문에서만 3차례 출마해 낙선했다. 19대 국회 당시에는 625표 차로 고배를 든 적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김영호 의원은 어렵게 단 금배지인 만큼 그 가치가 각별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가 필요로 하는 서대문구 주민들,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떤 이들일까?

워낙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관심이 많은 그였다. 그는 정치활동은 본질적으로 이들을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대중정치가 아닌 약자를 위한 정치를 지향하는 그의 가치관. 어렵게 만든 기회로 들어볼 수 있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반갑습니다. 데일리비즈온 편집부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을 수상하셨는데 가장 보람을 느끼셨거나, 기억에 남으셨던 의정 활동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국정 감사는 매우 중요한 의정활동이죠. 제가 우수상을 받은 것은 선택과 집중을 잘 해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가령, 저는 부정과 비리를 보면 한 가지에 집중하거든요. 다뤄야 할 문제는 굉장히 많지만 제가 할 수 잇는 일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작년 국정감사 때엔 검찰의 영장 독점심사 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해쳤습니다.

언론에서는 김영호 한 놈만 팬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었어요. 하여간 검경수사권 조정을 앞둔 시점에서 법무부 장관이나 정부 측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를 다뤘습니다. 아마 그런 점을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저는 상임위가 행안위기 때문에 경찰 소방 행정자치부 등에서 관할하는 업무를 주로 다룹니다. 국민들 삶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정치적 이슈보다는 국민 생활 속에서 피부로 느끼는 불편함이나 안전에 관한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100주년 되는 뜻깊은 한해입니다. 의원님께서는 이번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대만을 방문하여 한국과 대만 공동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자고 제안하셨는데 의미와 향후 진행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임시정부 31운동 100주년 해죠.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우경화되면서 한일관계에서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공분도 사고 있고요.

그럼에도 한일관계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본에 대한 규탄도 중요하지만 제가 의원 입장에서는 좀 자제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국회의원은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니 좀 신중해야 할 필요도 느낍니다.

이번에 이용수 할머니를 모시고 대만 간 이유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소녀상이나 수요집회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생들과 영하 한 15도 되는 날 소녀상 지키기를 위해 방한복을 입고 잤던 적도 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를 뵈었는데, 그 분이 말씀하시기에 대만에 신주라는 곳에서 강제징용된 기억이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신주는 제가 잘 아는 도시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매우 반가워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위안부 당시의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셨어요.

할머니께서는 이전에 받았던 고통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하셨습니다. 대만에도 위안부 할머니가 계셨어요. 그래서 한국과 대만이 공동으로 소녀상을 설치하느게 어떻겠냐는 얘기도 나왔어요.

그런데 이 신주가 예전에 가미카제 특공대 부대를 의미하기도 했어요. 가장 강성이었던 부대의 상징이죠. 그 부대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듣고, 할머니가 70년이 지난 그 이야기를 하시는데도 많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 핍박받았던 국가들끼리의 연대도 필요하고, 역사 바로세우기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는 데 기여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김영호 의원. (사진=서미카엘)

개인적으로는 지난 7월 있었던 ‘도시 아이들의 삶과 이동, 놀이에 대한 토론회’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인데요, 이 행사를 기획하신 계기와 또 토론회를 진행하시면서 느끼셨던 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개인사를 말하자면 47살에 첫 아이를 낳았어요. 지금 7살이죠. 아이 낳기 전에 정치를 시작하다보니 아이 낳기 전과 후의 시야가 완전히 바뀌더라고요.

아이와 여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관심이 아무래도 더 많이 생기더라고요. 제도적인 개선에 대해서도 관심이 갔습니다. 특히 정치라는 것이 대중정치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제 생각에는 한 명의 사회적 약자를 챙기고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 개선인데요, 그 중에는 당연히 아이와 장애인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입법으로는 전국적인 제도를 추진하고 있고요, 오프라인에서는 아이들의 안전과 양성평등을 위한 기초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또한 자폐성 장애인의 처우 개선에 대해 이전부터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식 개선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하신 결과 어떠한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사실 잘 몰랐어요. 자폐성 장애인이라고 하면 보통 영화로 접했단 말이에요. 영화 말아톤 같은 소재들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러한 경계성 자폐장애인은 알고보면 매우 일부에요. 1퍼센트, 2퍼센트 정도나 될까요? 나머지 대다수는 인지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는 장애가 대부분이에요. 부모와도 소통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 아이들의 지원정책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국민들의 인식개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익광고를 통한 대대적인 켐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간접적으로 선진국들의 정책을 봤어요. 미국은 40년 전부터 공익광고 캠페인을 열심히 해 왔대요. 미국은 따라서 국민들의 인식이 잘 교육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로 한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지하철을 타다가 여성의 신체를 접촉한다던지 고성을 지른다던가 하는 경우가 간간히 생기는 데, 그 경우 대개 고발이나 고소를 당해요.

문제는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점을 법적으로 증명하기도 어려워서 고초를 치르는 경우가 많대요. 반면 미국에서는 인식 개선이 되어있기 때문에 그것을 관대하고 포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죠. 이러한 차이를 보았을 때 정부의 홍보가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정감사 때도 발달 장애인에 대한 홍보 예산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어요.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들이 발달 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고요, 그 다음부터는 입법을 통한 제도적인 장치가 요구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발달 장애인이 학교를 졸업하고 정부에서 이들의 삶을 케어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했으면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이 많으시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대통령께서도 이들을 국가에서 케어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으셔서 이들을 둔 부모님들이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요새 남북 문제가 이슈가 많지 않습니까? 하노이 회담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도 아무래도 좀 아쉬운 부분이고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많은 목표가 있죠.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 대한민국을 이루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서대문구의 낙후된 지역 발전입니다. 그 와중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 마련. 이것이 큰 틀에서의 목표입니다.

지금 남북관계 문제는 워낙 문재인 대통령께서 중재자 역할을 해 주시고 계신데요, 다행인 점은 남한과 북한은 지금까지 냉전체제를 유지해왔음에도, 한민족이라는 정서적 공감대가 유지되어 온 것 같아요. 양 국 정상간 신뢰 관계도 구축이 잘 되어 있는 것 같고요.

물론 김정은과 트럼프의 신뢰 문제가 남북관계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노이에서 성과가 적었던 것도, 두 정상 간의 실질적인 대화와 소통이 매우 발전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로 회귀하고 말았습니다. 

여러 문제에 대해 신뢰를 쌓아나가지 못했던 것이죠. 그런데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 관계도 굳건하단 말이에요. 물론 보수 언론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양 자가 국익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꼭 그러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제 생각엔 한미 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굳건합니다. 트럼프도 중재 역할을 요청하고, 김정은도 그렇게 요청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한반도운전자론이나 중재자론이 결국 우리에게 주도권을 가져다주리라 믿습니다. 

일반인들도 50년 동안 교류를 안 했을 때 한두 번 만난다고 신뢰 관계가 쌓이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잘 될 수도 있지만, 성과가 안 나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논의해 온 것이 헛걸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국민들께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은 많은 변수와 좌절이 있을 수 있어요. 그것을 극복해가면서 소통과 설득해 나가는 과정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통일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역사적인 분기점이 되겠죠.

인터뷰에 임하는 김영호 의원. (사진=서미카엘)

자매지로 여성신문을 지향하는 러브즈뷰티가 있습니다.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유리천장, 직장맘(워킹맘), 경력단절여성 등으로 대표되는 어려움은 여전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올해엔 미투운동 등 여성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이 표출됐습니다. 일-가정의 양립에 고민하는 여성 독자들께 응원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애인 정책과 양성평등 정책이 가장 잘 이루어진 곳을 꼽을 때 보통 북유럽 국가들을 언급하곤 합니다. 출장 차 스웨덴에 간 적이 있었는데요. 스웨덴에는 특수학교도 없고 장애인이라는 용어도 잘 안 쓰는 것 같았어요. 남녀 간의 구분도 마찬가지였죠.

우리나라는 양성평등에 대한 기초교육과 문화가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우리는 꽤 유교적인 사상이었죠. 우리가 좀 남녀의 평등한 관계에서 거리가 멀었잖아요. 하지만 실질적 양성평등은 국가적 과제입니다.

발달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인식의 문제입니다. 저도 노력한다고 한다지만 북유럽에 비교하면 저도 아직 가부장제 속 아버지의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사실 공교육에서는 교육을 잘 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가정에서입니다. 우리 아버지시대가 아이를 잘 교육시키지 못하면 아이들이 커서는 잘 할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사실 교육을 의무화했으면 좋겠어요. 직장 같은데서도요. 기성세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낍니다. 사실 우리 선배 세대에서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이 없었으니까 이해는 하지만. 

암만 공교육에서 잘 해봐야 집에서 엄마는 맨날 설거지하고 아빠는 TV보는 가정 문화가 이루어진다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스웨덴의 경우에는 모든 어린이들의 만화도 양성평등에 대한 심의가 굉장히 강합니다.

우리나라 만화 보면 가끔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오죠. 여성이 힘이 없어서 위기에 처했는데 위급할 때 남성이 도와준다. 이런 것들도 전부 심의에 걸립니다. 스웨덴은 화장실도 다 남녀공용이더라고요. 50년, 100년 전부터 이러한 사회 문화가 형성된 국가에요.

스웨덴을 가 보면 우리 남성들이 배울 점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충격을 받았지만 부럽기도 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이런 데서 살았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따라서 거기에는 이성에 대한 배려도 없어요. 동등하고 평등한 존재이기 때문에. 여성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죠.

우리는 기성세대에서부터 여성을 약자, 배려,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많은데, 변화의 출발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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