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스타디아 출시
-마이크로소프트도 동참…주요 게임사 주가 급락
-닌텐도, 위기의식 심각하게 느껴
-텐센트는 흐름에 동참, 넥슨은 우려 과도해

(사진=스타디아 유튜브 캡처)
구글이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출시했다. (사진=스타디아 유튜브 캡처)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3월 19일, 구글이 클라우드 베이스의 게임 플랫폼을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아시아 주요 게임회사들의 주식이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앞둔 상황이다.

이날 구글은 ‘스타디아’라는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는데, 국내 언론에서도 익히 소개된 대로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업계 행사인, 샌프란시스코의 게임개발자 콘퍼런스를 통해 자세한 계획이 발표되었다.

구글의 CEO인 선다 피차이는 이날 “스타디아는 모두를 위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포부를 내비쳤다.

◆ 주요 게임사의 주가는 급락

구글이 스타디아 플랜을 발표하자마자, 아시아의 주요 게임회사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20일에는 닌텐도의 주가가 장중 5%가까이 하락했으며, 소니의 주가도 3%가까이 빠졌다. 

우리 기업들도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넥슨의 자회사인 넥슨 GT의 주가 역시 2% 이상 하락했으며, 중국의 텐센트 홀딩스도 전날 대비 1% 이상 하락했다.

클라우드 게임이 모멘텀을 획득했다. 이에 기존 기업들의 투자자들은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있다. 클라우드 기술은 과거 게임을 다운로드해야만 했던 불편함을 해소했다. 실시간 스트리밍의 장점이다. 게이머들을 인터넷 웹페이지 안에 붙잡아 둘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다. 이에 니케이 신문 같은 경우 21일 기사에서 “클라우드 게임의 발전은 현 상황 속에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들 역시 콘솔에 주력하고 있는 게임 회사들이 추가적인 모멘텀을 얻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로 인해 그들의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눈치다. 더군다나 5G 기술과 향후 발전할 스마트폰의 조합은 더욱 안정적인 게임 환경을 지원할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 클라우드 기술이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들 역시 ‘Project xCloud’라는 이름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게이머들로 하여금 다양한 기기에서 고사양의 비디오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다시 말해 모바일게임 유저들이 비싼 콘솔 기기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에 지난주, 카림 초우드리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클라우드 대표는 “연내에 시범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는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이 이 대열에 참가할 것이라는 루머도 퍼지고 있다. 니케이아시아리뷰와 블룸버그가 특히 최근 며칠간 아마존의 ‘참전 가능성’을 진지하게 보도했다. 뿐만이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비디오 스트리밍의 강자였던 넷플릭스나 훌루(Hulu) 역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영국에 기반을 둔 리서치 회사 테크나비오의 애널리스트는 23일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규모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30%이상씩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닌텐도의 회장 타츠미 키미시마. (사진=닌텐도)

◆ 닌텐도와 소니, ‘생존의 위기’ 느껴

자연히 기존업체들은 근심이 크다. 닌텐도의 경우 카니발라이징(비슷한 신제품의 출시가 기존 자사품의 매출 감소를 야기하는 현상)을 우려한다. 닌텐도는 매출의 90% 이상을 비디오 게임 관련 사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 자체로만 보면 나쁠 것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닌텐도는 관련 사업의 매출 중 약 60%가 콘솔 등 하드웨어 기기 판매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클라우드 게임이 하드웨어 기기의 매출 감소를 불러올 사실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닌텐도와 소니의 매출이 이미 돌이길 수 없는 하향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월 말 닌텐도는 자사의 하드웨어 기기인 ‘닌텐도 스위치’의 판매량을 기존 2000만 대에서 17000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플레이스테이션 4’(이하 플스4)로 최근 이슈를 선점한 소니 역시 수익성 악화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아무래도 플스4의 판매량이 예상을 하회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난 12월부터 현재까지 약 3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약 14% 가까이 하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두 기업의 주가는 최근 니케이 신문의 묘사에 의하자면, ‘거부할 수 없는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닌텐도의 주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현재(3월 22일 기준) 무려 30%가까이 빠졌다. 소니 역시 작년 9월 고점을 찍은 이후로 현재 20% 이상 하락했다.

일본의 에이스 리서치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히데키 야스다는 22일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게임이 본격적으로 5G가 도입됨에 따라 예상대로의 성공을 거둔다면, 소니와 닌텐도는 부정적인 영향을 절대로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클라우드 게임은 그들에게 비즈니스 모델의 수정을 강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뉴주(Newzoo)는 최근 출시한 ‘클라우드 게임: 철두철미한 폭풍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세계 전역의 (PC와 콘솔) 게이머 중 약 51%가 클라우드 게임의 잠재 고객”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이들은 대부분은 ‘라이트한 유저’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이나 완성도 등에 쉽게 영향 받으며, 그렇기 때문에 또 쉽게 콘솔의 구매를 포기하는 고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직 콘솔 기기를 갖고 있지 않거나,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잠재고객도 포함된다. 

대개 콘솔 기기는 약 50만 원이며, 게임은 약 7만 원이다. 아직 기기를 소유하지 않은 고객 같은 경우 1년에 100달러(약 12만 원)인 클라우드 게임을 세 개까지는 무리 없이 구입할 수 있지 않겠냐는 논리다.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 텐센트와 넥슨의 상반된 대응

아시아의 게임 산업은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게임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 돈으로는 약 50조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아시아는 유관 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비디오 게임을 다루는 월간지로 유명한 파미츠 그룹의 CEO인 히로카즈 하마무라는 22일 요미우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게임의 등장과 구글 같은 공룡 기업의 시장 진입은, 그간 하드웨어 기기에 매출을 의존해오던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몇몇 기업들은 이미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트렌드에 맞춰 변화시킬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마무라 역시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특히 아시아계 회사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예로 중국 최고의 IT 기업인 텐센트를 들 수 있다. 텐센트는 통신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스트리밍 서비스에 일찌감치 관심을 표시한 바 있다. 5G 기술을 갖춘 노키아 연구팀과의 협업을 통해 클라우드용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를 머지않은 시점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텐센트의 관계자는 이전부터 몇몇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5G 시스템이 텐센트의 핵심 비즈니스에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해 온 바 있다. 작년 상하이에서 열린 산업 콘퍼런스에서 텐센트의 미래 네트워크 연구소는 아예 “비디오게임이나 커넥티드카의 발전과 5G기술의 연계성을 주목해 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넥슨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구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대평가되었다는 것이다. 구글의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통해 “우리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은 단지 플랫폼의 변화에 불과할 뿐”이라고 구글의 습격을 일축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넥슨의 관계자는 “현재의 통신 시스템으로는 적용이 힘들 것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자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게이머들에게 더욱 편리한 플랫폼이자, 콘솔의 약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시스템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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