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비즈온 심은혜 기자]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새로운 동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자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초기 시장 선점에 온힘을 쏟고 있다.
 
세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2021년 기준으로 해외 리서치 전문기관인 트랙티카는 39억 달러, 가트너는 97억 달러, 투자은행 J.P.모건과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각각 260억 달러, 302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중에서도 뉴로모픽 반도체는 현재 상용화 이전 단계이나 2017년 12.3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42.1억 달러로 연평균 2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전망(2017~2022), 연산 처리용 반도체(좌), 뉴로모픽 반도체(우)(자료=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2018, Mordor Inteligence 2018)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전망(2017~2022), 연산 처리용 반도체(좌), 뉴로모픽 반도체(우)(자료=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2018, Mordor Inteligence 2018)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보고서(2018)에서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성장 속도가 빨라, 앞으로 5~10년 후에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나 CPU 등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버금가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인텔, 엔비디아, 자일링스 등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대다수 포진하고 있으며 또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동향, 미국이 가장 앞서
중국, 기술 경쟁력 강화에 온힘
국내는 대부분 수입 의존

인텔은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데이터센터용부터 디바이스용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까지 폭넓은 기술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AMD에서 GPU 관련 핵심 업무를 수행한 수석 부사장과 테슬라 하드웨어 부사장까지 영입해 하드웨어 전문가 확보를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선점 가속화에 나서고 있다.

인텔의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인수 사례(출처=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2018)
인텔의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인수 사례(출처=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2018)

엔비디아는 GPU 기술의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인수합병 전략보다는 자사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적용 산업별 기업들과의 협력 R&D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개발을 위해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까지 300개 이상의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에이치피, 아이비엠,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협력 R&D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에 탑재되는 자비에(Xavier)를 선보이며, 테슬라, 볼보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MD는 CES 2019에서 세계 최초 7nm(나노미터) CPU를 선보이며 경쟁사인 인텔의 14nm CPU와 경쟁 구도로 나섰다. 이어 20%대 점유율을 기록 중인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의 CPU를 발판으로 서버·슈퍼컴퓨터용 시장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차세대 데이테 선터용 프로세서 ‘에픽(EPYC)’과 3세대 ‘라이젠(Ryzen)’ 데스크톱 프로세서, 신형 그래픽카드 ‘라데온 VII(Radeon VII)’을 공개하며 서버 및 개인용 컴퓨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일링스는 FPGA만 생산·공급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 중 하나이며, 전 세계 FPGA 기술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FPGA의 설계 유연성과 전력 효율성을 기반으로 전략 산업인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대한 매출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빅터 펭 대표는 ‘데이터 센터 퍼스트(Data Center First)’ 전략을 내세우며, 반도체 HW 뿐만 아니라 ‘적응형 컴퓨팅 가속화 플랫폼(Adaptive Compute Acceleration Platform, ACAP) 등 SW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웃나라인 중국도 반도체 설계 역량이 높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엣지 디바이스용 시장 선점을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대부분 데이터센터용(서버)이 아닌 엣지 디바이스용 인공지능 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설계 역량이 높은 스타트업의 성장과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활용 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자국의 반도체 사용을 위한 기술 혁신을 주도 중이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인텔, 엔비디아 등의 인공지능 반도체 선두 기업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했다. 지난해 인공지능 반도체인 기린 970을 선보였으며, 최근 데이터 센터에 초점을 맞춘 어센트 910과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사물인터넷(IoT)용 어센트 310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공략 중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C-스카이 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하고, 사물인터넷(IoT) 제품과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엣지 디바이스용 ’알리-NPU’를 자체 개발하여 양산할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업체 캄브리콘 테크놀로지는 중국 국유펀드, 알리바바, 레노버 등으로부터 최근 1억 달러 투자 유치를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가속화하여 기업가치 10억 달러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인 ‘캄브리안 1A’ 반도체를 발표하였으며, 스마트폰, 무인기, 웨어러블 등에 장착 가능한 전용 반도체를 상용화했다. 

해외 기업들이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에 열을 올리는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중국 등과 비교하여 산업 저변이 열악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및 역량이 높은 반면,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역량 및 산업 저변은 미국·중국에 비해 열악하다. 특히 우리나라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원천기술의 경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며, 대기업 중심의 ASIC 개발과 산학연 중심의 뉴로모픽 반도체 연구가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전용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상용화하였으며, 뉴로모픽 반도체 선행 연구를 추진 중에 있으며, 갤럭시S9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SIC 기술인 엑시노스 9810은 빠른 이미지 처리를 위해 뉴럴 프로세싱 엔진을 탑재했다. 또한 AI와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부품, 바이오 등 4개 신산업을 선정하여 2020년까지 25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 토론토 등 6곳에 글로벌 AI 연구 센터를 구축하여 기술 경쟁력 강화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데이터센터 및 엣지 디바이스 전용 인공지능 반도체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작년 8월 미국 자일링스와 협업해 국내 대규모 데이터센터로는 처음으로 자사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반도체로 자일링스 FPGA를 채택하였으며, 인공지능 가속 솔루션을 개발해 AI 서비스 ‘누구’에 적용했다. 올해 1분기에는 자일링스 ‘버텍스 VU9P’ FPGA를 적용해 기존보다 전력 소모량은 3배 늘어나지만 컴퓨팅 능력은 10배 이상 향상된 새로운 인공지능 반도체를 발표할 계획이다.

반도체 패키징 업체 네패스는 미국 뉴로모픽 반도체 업체 제너럴비전과 2016년에 생산-판매에 관한 글로벌 독점 판매권을 갖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8년 1월부터 뉴로모픽 반도체 NM500 양산을 시작했다. 

AP(Application Processor) 전문업체 넥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원천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셀(XELL)로 명명한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는 테슬라 K80이나 구글 TPU2보다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양지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반도체공정 장비 PD는 “앞으로 중국시장으로의 진출이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핵심 인재 영입 및 활발한 인수 합병을 통해 자사의 기술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초기 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주요 국가별 반도체 산업 M&A 건수 순위는 미국, 중국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동일 업종인 반도체 기업의 인수 합병이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반도체 기술력 흡수 및 시장지배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삼점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국가별 반도체 산업 M&A 건수(2018년) 순위는 미국이 9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 44건, 일본 31건, 한국 29건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비반도체 글로벌 기업의 신규 진입 및 이종 산업간 협업을 통해 산업간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나영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원은 “자동차, SW 기업 등도 자사의 서비스 성능개선이나 서버 운용효율을 위한 용도로 직접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초기인 만큼 다양한 산업의 신규 진입자의 등장과 동일 산업간 경쟁양상 등 시장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러한 반도체 자체개발 현상은 인텔, 엔디비아 등 전통적인 반도체 기업들과 인공 지능 적용 산업 기업들과의 경쟁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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