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도전과나눔, 기업가포럼 개최
-스타트업, 해외진출 이전에 목표설정 명확해야
-보호무역주의는 대세 막을 수 없어
-정부는 혁신기업 육성에 역량 집중해야

이금룡 도전과 나눔 이사장. (사진=이재경 기자)

[데일리비즈온 이은광·이재경 기자] 글로벌 인사이트를 지향하는 데일리비즈온의 눈길이 최근에는 이금룡 사단법인 도전과나눔 이사장을 포착했다. 이금룡 이사장은 1977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22년간 근무했으며, 1999년에는 옥션 대표이사 및 인터넷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명실상부 한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대부’다.

이 이사장은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여 년 동안 IT업계에 종사해왔으며 근래에는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강의, 상담, 컨설팅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수십 년에 걸친 경험과 나눔은 현재 도전과나눔에서 개최하는 ‘기업가포럼’에서도 전수되고 있다.

데일리비즈온 취재진들은 ‘기업가포럼’에 참석하는 대신, 그를 직접 찾아 그의 생생한 경험담과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묻기로 했다. 해가 유난히 화창하게 떴던 3월 20일, 교대역 근처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사단법인 도전과나눔을 운영하시면서 최근에는 기업가포럼을 진행하시지 않았습니까? 운영하시는 기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포럼이 추구하는 방향은 어떻습니까?

원래는 2013년 3월에 몇몇 분들이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하셨습니다. 창조와혁신이라고 하는 사단법인이 그때 만들어졌어요. 중소 기업 컨설팅 같은것도 했지만. 탈북자 창업, 멘토링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저도 당시에 창업 교육같은 것을 했지만 당시 창조와혁신은 제 선배님 세대에서 운영하셨어요.

작년 3월에 선배들께서 후배들한테 물려주자는 이야기가 나왔지요. 그래서 제가 새로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제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름이 창조와혁신보다는 도전과나눔이 좋지 않겠냐. 도전은 기업가정신, 나눔은 멘토링을 의미합니다. 전에는 저명인사 위주로 멘토링집단을 구성했는데, 작년부터는 각계 전문가들도 좀 포함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업가정신은 매년 조찬포럼을 통해서 젊은이들이 포함될 수 있게 했습니다. 세대 간 융합의 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멘토링은 재능기부를 꾸준히 받는 동시에 스타트업에게서 연락이 오면 그때그때 연결시켜 주는 방식입니다. 2017년 8월 그런 방식으로 출범했습니다. 

우리의 취지는 천군만마입니다. 천 명의 멘토가 만 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하자. 그래서 우리 경제의 천군만마가 되자. 이것이 우리 취지입니다.

중소기업을 위한 최고경영자 과정도 개설하셨지요?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아니라 휴넷이라는 회사가 개설한 것입니다. 저는 단지 재능기부로 참여한 것일 뿐이죠. 신문에서는 어찌 그렇게 나갔지만, 취지가 좋아 1회 때부터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취지가 좋으니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중인 이금룡 이사장. (사진=이재경 기자)

스타트업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건이 부족한 경우도 많고요. 이들에게 해 주실 조언이 있으신지요. 

이스라엘 모델이 생각납니다. 거기는 인구가 1000만 명이 안되는데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만 벌써 95개에요. 인구 850만이기 때문에 어떤 벤처기업이라도 국내만을 보고 나설 수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트렌드 파악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대기업과 M&A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어떻게 나스닥에 상장될 수 있을까. 목표가 딱 두 개에요. 그래서 이스라엘에 보통 350개 IT기업의 연구소가 있다고들 하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도 있고 삼성전자도 있죠. 거기에서 무슨 연구하려고 연구소들을 만들었겠습니까? 사실 거기에 있는 유망한 기업들 M&A하려고 만든 겁니다. 어떤 기업이 제대로 하고 있나 직접 보려는 것이죠.

그래서 이스라엘에 배울 게 많은거 같아요. 군대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거기도 좋은 군대에 가려고 과외받아요. 프랑스나 영국의 특수부대라던가. 

반면 우리는 좀 불분명해요. 애써서 키워놓은 스타트업을 해외연구소에 비싸게 팔겠다는 건지, 아님 처음부터 해외에 먹힐 기업을 만들겠다는 건지,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요. 스타트업에서 한 단계 올라선다고 할 때 어디로 올라가겠다는 건지 이것부터 불분명해서... 

스타트하고 업. 스케일하고 업을 구분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죠. 스타트업이야 이제 막 시작한 신생기업이고 스케일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으로 볼 수 있겠죠. 그렇다면 정부는 스케일업에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 두 개를 분리할 필요가 있어요. 

특화된 목표 없이 스타트업 몇 개 지원했다. 이런 접근 방식으로는 곤란합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명확해요. 만들어서 팔릴 놈. 아니면 나스닥에 상장될 놈. 정부도 그 두 개만 지원하죠. 따라서 이스라엘은 미래먹거리를 포착하는 능력도 자연히 뛰어납디다. 전에는 모빌리티에 집중하더니, 요새는 바이오를 꽉 잡고 있어요. 

특히 지식산업의 문제가 뭐냐면요. 내가 잘 알고 있지 못하면 실천에 옮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위임이 어렵죠. IT는 기본적으로 설명하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지금 미국이나 중국에서  IT기업하는 사람들 보면, CEO가 안 바뀌어요. 다 20년씩 한 애들이죠. 바뀌면 지식전수가 안 되니까요. 지속성이 끊겨요.

그래서 지식이 뛰어난 사람을 길러야해요. 배달의민족 토스 마켓컬리 이런데 대표 못 바꿔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지식에 투자를 안 해요. 제조업으로 생산성을 내 온 국가니까요. 세계 500대 소프트웨어 기업 순위에 우리나라 기업이 한 곳이 없어요. 그러니까 일류대학 나와도 질 좋은 직장을 구하기 힘들죠. 

마이크로소프트? 지금 제 컴퓨터에 있는거 17만 9000원주고 깔았습니다. 그거 원가 있습니까? 없죠. 한 번 만들어놓으면 주구장창 팔아먹을 수 있죠. 그러니까 거기 애들은 월급 많이 줄 수 있겠죠. 근데 제조업이야, 마진이 많이 안 남아요. 요새는 직업도 많이 안 생기죠.

그러니까 마이크로소프트 정도 되어야 해외진출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150개 200개 스타트업 지원했다고 자랑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사실 그렇게 지원할 기업이 많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차라리 20개만 뽑아서 5억씩 탁탁 나눠주면 좋을 텐데. 200개 기업에 3000만 원 줘봐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출장 몇 번 다녀오면 끝일텐데.

이금룡 이사장. (사진=이재경 기자)

저희 매체는 국제문제가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보호무역주의의 대두가 무척 중요합니다. 보호무역, 혹은 통상분쟁이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국이나 영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영국은 몰라도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한계가 있을 거라고 봐요. 우선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타까운 도시는 부산인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이나 혁신 도시는 다 수도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어요.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보세요. 워싱턴에서 완전 반대죠. 독일 슈투트가르트도 베를린에서 600키로 떨어져 있고, 교토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렇죠?

메이지 유신도 보세요. 다 규슈에서 일어났죠. 왜 그럴까. 핵심 도시는 기득권이나 정부로부터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부산도 참 안타깝다. 저도 맨날 부산에 아는 사람들한테 블록체인이나 금융같은 거 너희는 왜 안 나서냐고 얘기해요. 괜히 원희룡 씨가 그렇게 나서서 블록체인 얘기하겠습니까.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에요.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이 가장 먹힐 수 있는 분야가 교통이에요. 교통이 소프트웨어 식으로 되어있으니 차가 안 다녀도 기다려야 하고. 이게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신호가 물 흐르듯이 흐를 겁니다. 중국은 그렇다니까요. 대표적으로 항저우.

거기는 스탑이 없어요. 차만 없으면 가는 거에요. 부산은 해안가를 따라서 길이 가느다랗게 길게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거 도입하기 얼마나 좋아요. 인공지능 교통센터 같은 거 거기에 만들면 파급 효과가 무시 못 할 겁니다. 그런데 안 해요.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호무역주의가 일시적으로 먹힐 수는 있죠. 그렇지만 절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요새 직구다 역직구다 하는 식으로 물류의 흐름을 생각해보세요. 절대 그럴 수 없죠. 광군제가 29조 규모다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지속적인 보호무역주의가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물론, 블록별 무역협정은 굉장히 활발해요. 특히 아세안(ASEAN). 문재인 정부가 제일 잘 한 것 중 하나가 신남방정책을 표방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쪽으로 눈을 돌린 것. 이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죠. 7~80년대 우리나라는 미국하고 유럽이 먹여살렸어요.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는 중국이 그 역할을 했죠. 지금부터 2030년까지는 아세안이 먹여살릴 거라고 확신해요.

그 이후는요? 

남북한이 어떻게든 해야죠. 

그러니까 지금부터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짜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그런 역할을 맡을 씽크탱크가 없다는 것이 좀 아쉽죠. KDI는 어림도 없습니다. 하여간 지금은 신남방 시대라니 기업단위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쪽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죠.

최근에 인도네시아 투자담당자를 만났는데 자신감이 대단합니다, 30대 이하 인구가 1억 명이 넘는데요. 젊은이 인구가 70프로가 넘어요. 그랩(역주: 동남아시아 지역의 1위 차랑 공유 업체. 일반적으로 동남아시아판 ‘우버’라고도 불린다)같은 경우도 보세요, 대단합니다.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불편해요 참. 카풀 얘기도 나왔지만, 얼마 전에 들은 얘기로는 의사하고 환자하고 화상통화하면 불법이래요. 그래서 환자 아버지랑 아들하고 통화를 시켜요. 그러고 의사가 그걸 옆에서 보고 듣는 거래요. 한국은 기득권 개입이나 규제가 심합니다.

다만 좋은 것은 중국이 의료가 약해요. 의사가 3D업종이에요. 그래서 거긴 아들이 의대간다고 하면 부모가 가만히 안 있어요. 옛날에 우리도 의사가 중인이었잖아요, 딱 그거죠. 기본은 한방이고. 중국이 저렇게 의료에 관심을 안 가질 때 그걸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거기에서 의료관광 많이 오죠.

우리가 근데 15년 동안 의과대학 정원이 묶여있어요. 정부가 의사협회 눈치를 보는거에요. 요새는 근데 개업의만 의사가 아니에요. 바이오도 있고, 하드웨어도 있고 다양하단 말이에요. 

우리가 공유경제의 대표적인게 에어비앤비나 우버인데, 이게 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왔어요. 그래서 생태계를 조성하는게 중요해요. 지속적으로 안 되거든요. 그래서 지도자들이 어떤 생태계를 조성하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울산이냐 거제냐 고민하면 뭐 하냐고.

울산은 울상이에요. 거제는 뭐 만 원짜리 지폐는 개도 안 집어간다고 그랬는데. 요새 우리나라 잘 나가는 기업 1등부터 30등보면 전통적인 제조업이 없어요. 그냥 기존산업과 혁신산업 두 개로 나누어야 되지 않느냐. 제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 당연하죠. 근데 판교에 있는 기업들은 일자리 안 만든답니까?

제조업은 게다가 경쟁 환경이에요 태생적으로. 경쟁이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수익성 악화에요. 매출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에요. 매출은 시장이 커지니까 늘어날 수도 있어요. 근데 수익성이 악화되면? 월급 못 올려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업이라고 하더라도,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혁신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폭스바겐, 벤츠. 이런데 감원 열풍이에요. 전기차 열풍인데, 거기에 부품 들어갈 게 뭐가 그리 많겠어요? 현기차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도 그거에요. 전기차는 내연 기관이 필요없으니까. 그래서 죽기살기로 수소차로 가려고 하는 겁니다. 수소차에는 내연 기관이 필요하거든요.

그럼 둘 중에 뭐가 더 좋은거에요? 

모르죠. 우리가 안그래도 다음 달에 포럼을 해요. 전기차 수소차 전문가들 모아놓고 40분씩 토론시킬 거예요. 

그런데 중국이나 독일 보면 다 전기차가 대세로 가는데. 현대가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현대는 이미 전기차에서 경쟁력을 잃었어요. 

정리하자면, 정부 정책이 차세대 동력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혁신기업이 시장의 주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이 될지를 합의해야 합니다. 지금의 규제와 체제를 유지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도 돈은 돈대로 수십조씩 써가면서요. 

마지막으로 데일리비즈온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스라엘 얘기도 했지만, 말하자면 이스라엘은 인사이트거든요. 인사이트가 들어가야 해요. 기술이 폭발하는 시대인데, 여기서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이 정글에서 길을 찾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인사이트를 어디서 얻고 어떻게 가져갸아, 데일리비즈온이 논조를 갖고 주장할까. 미디어와 지식인이 이러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은 한 마디로 지난날보다 더 잘하는 겁니다. 이걸 누가 평가하느냐? 소비자 관점에서에요. 우리가 포럼을 9회 했는데, 10회에는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합니다. 가령, 지난 포럼때 보니 사람들도 많이 오고 하니 테이블이라도 앞으로 땡겨보자. 어디까지 땡길 수 있나 보자. 이런 소소한 변화도 발전인 겁니다.

데일리비즈온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난 달에 비해 이번 달 지면호가 어떤 점에서 더 나아졌냐. 우리가 다른 매체와 비교해서 무엇이 다르냐. 다르다는 것이 곧 creation입니다.

사업을 해 보면 굳이 남들하고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GM은 수익 발표 안 하지 않습니까. 아이폰도 몇 년전부터는 판매량 발표를 안 합니다. 판매량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에요. 아이폰이 다음 버전이 이전 세대와 비교해서 얼마나 나아졌냐가 중요하죠.

그러한 사소한 차이가 축적이 될 때 경쟁력이 생기는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분께서도 그 점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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