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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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로 예정되었던 당초 일정보다는 늦어졌지만 4월 초 드디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일반인 대상의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상용화된다. 5G는 4G 이동통신인 LTE에 비해 최대 20배인 20Gbps의 ‘초고속’, 현재의 100분의 1 수준인 1ms의 ‘초저지연’, 그리고 최대 접속기기 수 100배 이상인 ‘초접속’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로 인해 5G는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서비스뿐 아니라 개념적으로는 존재했지만 LTE로는 제공이 어려웠던 서비스들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키며 새로운 모바일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소 미흡하지만 상용 서비스 위한 준비는 완료

2017년 말 5G NSA(Non-Standalone) 표준, 그리고 지난해 6월 5G SA 표준 규격이 확정되면서 장비업체들은 표준기술 기반의 장비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2019년 4월 한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5G 상용 서비스 제공이 시작된다. 

또한 지난 2월에 개최된 MWC 2019 행사에서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 등이 5G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장비·통신·단말 업체들은 스마트폰 외에도 와이파이 핫스팟이나 가정용 CPE(Consumer Premise Equipment), 드론, 로봇 등 다양한 형태의 5G 단말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9 개막 전 최초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5G를 공개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9 개막 전 최초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5G를 공개했다.(사진=삼성전자)

이동통신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한 필수 요소 중에서 장비, 네트워크, 단말 측면에서는 이미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5G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소 미흡한 측면이 존재한다. 특히 네트워크 커버리지 측면에서 전국망이 구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5G 주파수의 특성상 기존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기지국과 중계기가 필요한데, 이통사들은 투자비 등의 문제로 순차적인 커버리지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단말 역시 현재의 LTE 단말보다 가격이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또한 현재의 5G 스마트폰은 5G 주파수의 핵심인 밀리미터파(mmWave)를 지원하지 못해 최대 전송속도 측면에서 한계를 지닌다.

다만, 네트워크 커버리지와 단말 가격 등의 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해결될 것으로서, 현재로서는 일시적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고객들이 5G를 이용하게 만드는 킬러앱이 무엇이 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5G로 인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이용가치가 높은 서비스가 없다면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이용료를 지불할 잠재가입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몰입형 콘텐츠를 특히 강조하고 있으며, 개방형 연구소를 통해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해 5G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잠재가입자들이 기대하는 충분한 수의 서비스와 콘텐츠가 제공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통3사, 기업 대상 서비스 통해 4차 산업혁명 견인차 역할 자처

5G 장비와 네트워크 투자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G 이용요금을 현재에 비해 크게 높일 수 없다는 점은 이통사들이 겪는 딜레마가 되고 있다. 또한 이통사 입장에서는 4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가장 이득을 본 업체들이 구글이나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서비스 업체들이었다는 점도 자칫 5G 서비스를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이통사들은 5G를 계기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5G 서비스는 물론 이와 결합되어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인공지능과 IoT 등의 새로운 플랫폼 및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제공할 영역으로 기업시장을 지목하고 있다. 이미 지난 MWC 2019 행사에서 서비스 및 제조용 로봇, 드론, 스마트 농업, 스마트 팩토리, 그리고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기업대상 서비스가 시연되었다. 이 같은 기업용 서비스는 특히 5G의 초저지연 특성을 활용하는 실시간 특성이 강조되는 것으로서, 원격의료나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인 영역이다.

기업시장을 강조하는 것은 지난 해 12월 이통3사가 기업대상으로 제한적인 5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KT가 롯데월드타워에서 제공되는 고객안내용 로봇, LGU+가 산업기계 전문 업체인 LS엠트론을 1호 고객으로 선정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LS엠트론은 5G 기반의 원격제어 트랙터를 개발했다.

특히 5G는 다른 네트워크에 대한 각 기업고객들의 서로 다른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기술이 제공된다. 이를 통해 고속의 안정적인 접속이 필요한 자율주행차 전용 가상 네트워크가 제공될 수도 있으며, 특정 지역에서 특정 고객만이 접속할 수 있는 일종의 ‘사설망(private network)’도 제공될 수 있다.

기업시장이 5G에서 핵심적인 영역이 될 것이라는 점은 비단 국내 이통사만이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프랑스의 통신사업자인 AT&T와 오랑주(Orange)의 임원들은 최근 5G 초기 시장에서 기업고객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모바일 트래픽과 수익의 상당 부분이 기업고객을 통해 창출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고객들이 5G를 본격 도입할 경우 기존 공정을 더욱 효율화하고 새로운 방식의 공정을 도입할 수 있게 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도래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해 KT경제경영연구소는 5G로 인해 2030년까지 자동차, 제조, 운송, 에너지, 유통 등 10개의 산업영역에서 최소 42조3천억 원의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기술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5G는 MWC 2019 행사의 슬로건이었던 ‘지능형 연결성(intelligent connectivity)’를 제공하는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다.

5G는 융합 서비스 위한 필수 인프라, 규제완화 필요성 커져

미국과 큰 시차적 차이가 없긴 하지만,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한국에서 시작된다는 점은 국내 업체들에게는 큰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우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5G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갖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점차 늘리고 있는 중국 제조사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이통사 및 서비스 업체들도 5G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국내 제공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늘릴 수 있다. 즉, 5G는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는 인프라임과 동시에 국가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5G로 창출될 새로운 서비스들의 상당수가 융합형 서비스라는 점이다. 이는 기존 이해당사자들과의 의견 충돌이나 기존 규제에 저촉되는 경우가 상당 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G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로 여겨지는 원격 수술이나 진단 등 원격의료는 현재 국내에서는 제공할 수 없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택시업계와 IT업계의 충돌은 5G의 또 다른 킬러앱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또 다시 새로운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기반으로 각 기업이나 산업이 요구하는 가상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이는 망중립성 규제와 상충된다. 이 외에도 5G로 인해 기존 산업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자동화 등의 비율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실직과 일자리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

즉, 5G가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로 인해 규제적,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규제 완화가 추진되지도 않는다면 5G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해결 과정에서 너무 긴 시간이 소모된다면 오히려 중국 등 5G 일정을 앞당기고 있는 해외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 나갈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는 5G의 세계 최초 상용화가 반드시 산업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공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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