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핵심 기술 중 데이터 연산처리에 특화
-기존 반도체 한계 극복한 뉴로모픽으로 기술 진화
-IBM, 퀄컴, 인텔 등 글로벌 기업 기술 개발 활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산업이 발전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기술인 ‘인공지능 반도체’가 시스템 반도체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대기업 위주의 메모리 반도체로 편중이 심하다. 그러나 일부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하며 메모리 호황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계속해서 성장세 유지 중이다. 특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시스템 반도체이다. 하지만 국내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기술·시장 경쟁력은 미흡하다. 

한국경제원 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반도체 업계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60% 수준이나 시스템 반도체는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재혁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성장동력사업센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의 경우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라며 “고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 산업의 반도체 원천기술 확보 및 기술 확산을 통해 기업의 자체 개발을 유도하는 등의 전략적 접근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정보(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를 해석 · 계산 · 처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에 속한다. 학습·추론 등 인공지능 구현에 요구되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한 것이다. 기존 반도체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성능·저전력 기술 중심으로 발전 가속화 되었다. 

인터넷, 스마트 폰을 통한 데이터 수가 급격히 증가해 이를 수집·분석하기 위한 빅데이터 처리 환경이 발전하고 있으며, 기계학습 알고리즘(딥러닝 등) 기술의 진화로 인하여 인공지능의 정확도가 급격히 향상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IoT 등 타 산업의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같이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성능의 고도화를 요구하며 인공지능 반도체가 시스템 반도체의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를 쉽게 말하면 인공지능 구현을 위해 요구되는 데이터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반도체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 기술 중 학습·추론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데이터 연산처리를 저 전력 및 고속 처리 등 효율성 측면에서 특화됐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구현 목적에 따라 크게 학습용과 추론용으로 구분 할 수 있으며, 두 가지 과정을 반복 실행하여 최적의 답을 찾도록 성능을 강화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학습용은 딥 러닝 등 기계 학습의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반복적으로 지식을 배우는 단계, 추론용은 학습을 거친 최적의 모델을 통해 외부 명령을 받거나 상황을 인식하면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가장 적합한 결과를 도출하는 단계에서 활용된다. 

기존 인공지능 시스템은 주로 데이터센터에서 학습과 추론을 병행하여 사용됐다. 그러나 스마트 폰 및 IoT 등의 보급 확산, 클라우드 기술 발전과 동시에 디바이스의 추론 기능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수행하기 위한 반도체 기술 중심으로 발전하게 됐다. 

인공지능 반도체 종류
글로벌 기업 개발 동향

최근에는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인 뉴로모픽 반도체가 신기술로 각광받으며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반도체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공지능 반도체의 기술 범위(출처=KISTEP, 그래프=심은혜 기자)
인공지능 반도체의 기술 범위(출처=KISTEP, 그래프=심은혜 기자)

 연산처리에 최적화된 반도체는 인공지능의 연산 성능 고속화 및 소비전력 효율(Power Efficiency)을 위해 최적화시킨 것이다. 아키텍처 구조 및 활용 범위에 따라 크게 GPU, FPGA, ASIC, 뉴로모픽 반도체로 구분된다.

GPU(Graphical Processing Unit)는 동시 계산 요구량이 많은 그래픽 영상 처리를 위해 고안된 병렬 처리 기반 반도체다. 수천 개의 코어를 탑재하여 대규모 데이터 연산 시 CPU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s)는 회로 재 프로그래밍을 통해 용도에 맞게 최적화하여 변경이 가능한 반도체로 활용 목적에 따라 높은 유연성이 특징이다.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s)는 특정 용도에 맞도록 제작된 주문형 반도체로 가장 빠른 속도와 높은 에너지 효율이 특징이다.

뉴로모픽 반도체(Neuromorphic Chips)는 기존 반도체 구조가 아닌 인간의 뇌를 모방한 非폰노이만 방식의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로 연산처리, 저장, 통신 기능을 융합한 가장 진화한 반도체 기술이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기술 성숙도, 사용 환경 및 기능에 따라 기술간 서로 대체되어 사용되기도 하나 공통적으로는 초고성능·초저전력 중심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일부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가 병렬연산처리에 최적화된 GPU 중심에서 초고성능·초저전력 중심의 뉴로모픽 반도체로 기술이 진화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의 IT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매년 기술 하이프 주기(Technology Hype Cycle)’라는 그래프를 발표하는데, 2018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은 성숙도가 높은 순으로 ‘GPU’ > ‘FPGA’ > ‘ASIC’ > ‘뉴로모픽 반도체’로 나타났다.

GPU(Graphics Processing Unit)의 경우 게임 산업의 3D 그래픽 등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러나 대규모 데이터의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병렬처리 기반 반도체로 각광을 받으면서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핵심 반도체로 부상했다.

GPU 기술은 미국의 엔디비아(NVIDIA)가 시장 선두 기업으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 적용분야에서 인공지능 반도체로 활용하고 있다. 

FPGA는 활용 목적에 따라 재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다.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이 짧고 원하는 작업에 맞춰 연산 처리가 가능해 유연성이 높은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다. FPGA 기술은 데이터센터 및 엣지 디바이스 등의 저전력화·고성능화를 위해 활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 자일링스사는 FPGA 시장에서 약 56% 점유율을 보유한 선두 기업이다. 데이터센터 전용 반도체로 개발한 ‘reVISION’은 머신 러닝, 데이터 분석 등과 같이 고성능 작업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경쟁사 대비 2~6배의 컴퓨팅 성능을 발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FPGA 반도체. 마이크로소프트의 Altera FPGA를 사용한 캐터펄트, 인텔의 모비디어스(사진=마이크로소포트, 인텔)
FPGA 반도체. 마이크로소프트의 Altera FPGA를 사용한 캐터펄트, 인텔의 모비디어스(사진=마이크로소포트,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15년 FPGA를 탑재한 ‘캐터펄트(Catapult)’ 서버메인보드를 통해 자사의 검색엔진 ‘빙(Bing)’의 성능을 일반 CPU를 이용한 것보다 30% 비용 절감과 10% 전력 감소에 성공하기도 했다. 

인텔(Intel)은 최근 인공지능 특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형 FPGA와 통합형 FPGA(FPGA-CPU)을 제공하고 있으며, 추론용 가속기인 ‘intel FPGA’와 엣지 디바이스에서 머신 러닝을 구현하기 위한 저전력 비전 기술 ‘모비디우스’ 등을 발표했다. 

어플리케이션의 특성에 적합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범용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대신 특정 목적으로 제작되는 주문형 반도체 기술, ASIC 역시 부상하고 있다. 

ASIC는 빠른 속도와 높은 에너지 효율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다. 다른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에 비해 비용이 높고 개발 기간이 길며, 한번 제품을 만들고 나면 기능을 바꿀 수 없지만 범용 프로세서(CPU, GPU)나 FPGA보다 성능 개선에 유리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반도체 업체 외에도 다양한 산업체들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내장된 ASIC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추세다. 

SW 및 빅데이터 센터 기반 인터넷 전문 기업인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新서비스의 수요가 증대되면서 자사의 데이터 센터에 사용하기 위한 병렬 프로세서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바이두는 최근 AI 개발자 컨퍼런스 행사에서 AI 연산용 ASIC ‘쿤룬(Kunlun)’을 공개했으며, 무인자동차부터 데이터센터까지 모든 곳에 사용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초고속 모뎀을 탑재하고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강화한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9(9810)’를 개발했다.

‘폰 노이만(Von Neumann)’ 구조의 기존 반도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처럼 저 전력으로도 고성능의 인공지능을 수행하는 반도체 기술인 뉴로모픽 반도체 역시 각광 받고 있다. 

폰 노이만 구조는 기억장치(메모리)·중앙처리장치(CPU)·입출력장치(IO) 등 3단계 구조로 명령을 순차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작업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에너지 소모가 크게 증가하는 구조다. 

그러나 뉴로모픽 반도체에는 여러 개의 ‘코어(Core)’들이 존재하며, 코어에는 트랜지스터를 포함한 몇 가지 전자 소자들과 메모리 등이 탑재되어 코어의 일부 소자가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의 역할을 담당하며, 메모리 반도체는 뉴런과 뉴런 사이를 이어주는 시냅스 기능을 담당한다. 인공 뉴런 역할을 하는 코어를 사람의 뇌처럼 병렬로 구성하였기 때문에 적은 전력만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며, 인간의 뇌처럼 학습하기 때문에 연산 성능이 대폭 향상된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며 산·학·연 협력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이 특징이다. 

IBM은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도하는 ‘인공두뇌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2008)해 ‘트루노스’(TrueNorth)라는 뉴로모픽 반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2014년 8월)했다. 

퀄컴은 세계 최초로 뇌에서 영감을 얻어 신경세포처럼 스파이크 형태의 신호를 주고받고 시냅스 연결 강도를 조절해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세서인 ‘제로스’(Zeroth) 개발(2013년)했으며, 인텔은 사람이 입력 데이터와 함께 정답을 알려 주는 지도학습 대신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정보를 받아들여 스스로 학습하는 ‘로이히(Loihi)’를 개발(2017년)했다.

뉴로모픽 반도체. IBM의 트루노스와 퀄컴의 제로스(사진=IBM, 퀄컴)
뉴로모픽 반도체. IBM의 트루노스와 퀄컴의 제로스(사진=IBM, 퀄컴)

국내에서는 SK 하이닉스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강유전체(Ferroelectrics) 물질을 활용한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 공동 연구개발’ 협약(2016년 10월)을 체결했으며, KIST, KAIST, 서울대, 포스텍,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국민대,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등 7개 기관이 연구단을 구성해 2021년까지 자가 학습이 가능한 뉴로모픽 반도체 ‘네오(NeO)2C’ 개발을 목표로 연구 추진중에 있다. 

차세대 유망 기술인 뉴로모픽 반도체는 일부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산업적 적용 확대를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트너는 뉴로모픽 반도체는 10년 후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으며, 10년 이후에는 지능형 로봇, 무인기, 자율주행 자동차, AI 비서 등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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