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천연두 박멸한 ‘꿈’ 다시 한번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전문기자]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여러 가지 기술 중 여러 분야에 모두 다 중요한 영향을 미치면서 감초같이 적용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이 의학에 접목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맞춤형 치료가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피터 슈바르츠(Peter Schwartz) 부회장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치료가 “의료계에 혁명 같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바르츠 부회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 기술의 시대를 열어가기 때문에 정책입안자들은 새롭고 지속적인 헬스케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치료는 결코 공상과학 같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사람의 유전자를 매우 저렴하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전해야 할 일도 있다. 많은 환자들의 엄청난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해야 한다. 너무나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모으고 분석하고 진단하는데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야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맞춤형 치료는 저렴한 가격에 유전자를 분석하기대문에 가능해졌다. (C Pixabay)
맞춤형 치료는 저렴한 가격에 유전자를 분석하기대문에 가능해졌다.(사진=Pixabay)

인공지능은 잠도 안 자고 쉬지도 않고 24시간 365일 환자를 돌봐준다.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하고 그 결과를 환자들에게 전달해주면서 때때로 상담도 해주고 의사와의 약속도 잡아준다. 약을 제때에 먹었는지, 하루에 몇 알을 복용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의사에게 환자가 어떤 약을 먹었으며, 무슨 병을 앓았는지 등 환자에 대한 자세한 기록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닥칠 수 있는 노화예방조치에 대해서도 미리미리 알려줘서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노인들에 대한 인공지능의 도움은 치료와 예방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외로움에 빠지지 않도록 말동무가 되거나 적절한 감정적인 처방도 내려준다. 물론, 이전에 복용했던 약 중에서 부작용이 생기거나 했던 기록도 제공할 것이다.

그런데 맞춤형 치료가 이뤄지려면 사람의 환경이나 라이프스타일, 신체적인 특징, 유전자 등에 대한 자료를 모아서 분석하고 진단해야 한다. 환자의 정보를 분석함으로써 의사들은 가장 효과적인 처치법을 처방할 수 있으면서도 약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맞춤형 의료 담당인 겐야 다나(Genya Dana)는 “정확한 사람에게 제 때에 정확한 치료를 하는 것이 바로 맞춤형 의료”라고 말했다.

이런 맞춤형 치료가 훨씬 쉬워지고 저렴해진 것은 사람들의 유전정보를 아주 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모든 유전정보를 분석하려면 1천 달러(약113만 원)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것도 모바일폰 앱을 통해서 가능하다. 2007년에는 이 비용이 무려 35만 달러(3억9000만원)에 달했다.

맞춤형 치료는 환자에게뿐 아니라 병원 및 보건행정에도 큰 도움을 준다. 제때에 정확하게 치료하기 때문에 치료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세계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치료횟수와 치료비용을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므로,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물론이고 제약회사들은 수십억 달러를 맞춤형 치료 연구에 쏟아 붓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의료사고를 줄이면 수술횟수도 줄어들 것이다. (C Pixabay)
인공지능으로 의료사고를 줄이면 수술횟수도 줄어들 것이다.(사진=Pixabay)

인공지능은 의료사고에 따른 사망을 줄여주는데도 크게 기여한다. 미국에서 심장질환과 암에 이어 의료사고는 사망의 3번째 원인이다. 미국에서 잘못된 처방에 따라 잘못된 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은 실수로 매년 7,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인브리지 병원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해서 사람의 실수를 줄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피터 슈바르츠 부회장은 맞춤형 치료가 혁명 같은 변화를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정부와 다른 기관들이 개인 데이터를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본 프로토콜을 개발해야 한다. 개인에 대한 민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다루고 악용될 것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정확하게 마련하고, 좋은 품질의 데이터가 유통되어야 인공지능 시스템을 정확하게 운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좋은 기능을 발휘해도 데이터의 품질이 나쁘면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 강력한 윤리적인 장치를 마련해서 기술이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투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사심이 들어가거나 편견을 가진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 인공지능은 매우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환자들은 인공지능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왜 인공지능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큰 꿈을 꾸어야 한다. 소아마비와 천연두는 사실상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박멸됐다. 예전에 과연 소아마비와 천연두가 박멸되리라고 꿈이라고 꾼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인간은 이 질병을 정복했다. 그러므로 다른 질병이라고 해서 정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슈바르츠는 “암이 없는 세상을 꿈꿔보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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