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국 자본유출입은 대외요인에 주로 기인
- 내외금리차 확대되도 자금유출 위험은 크지 않아
- 대외지급능력 및 대외건전성 강화해야

미국 통화정책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보고서가 재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KBS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미국의 통화정책이 한국의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학계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미국 통화정책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자본유출입 안정화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출간하였다. 해당 보고서는 신흥국의 자본유출입 결정요인을 살펴보고, 미국의 통화정책 충격이 우리나라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대개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신흥국의 자본유출 압력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반해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작년 5월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미국 통화정책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과정에서 신흥국의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져도 이는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경우 신흥국의 정책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본유출입 결정요인을 둘러싼 논의를 재점검하고 우리의 대응 논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해당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로벌 자금흐름의 결정요인에 대한 실증분석을 실시했다.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연구를 진행한 강태수 KIEP 연구원에 따르면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출입은 대외요인이 주요 결정변수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국제 자본흐름이 초래하는 부정적 외부효과에 대한 변수통제와 객관적 분석이 요구된다. 

강태수 연구원은 이어, “이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가 수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통화정책의 외부효과가 클수록 신흥국 위기 발생 시 선진국으로 되돌아가는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G20 등 국제회의에서 국가 간 정보공유 등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그간 내외금리차 확대는 곧바로 자본유출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위험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신용스프레드 확대, 장기금리 및 환율 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으나 자본유출입 측면에서는 순유입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미 금리흐름 예상. (사진=소버린아메리카) 

분석결과에 따르면 금리인상 충격과 더불어 위기가 발생할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자금의 국내환류 규모가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규모를 상쇄한다. 이는 2014년 이후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자금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을 상회하는 구조가 공고화된 데 기인한다.

아울러, 강 연구원은 “위기 발생 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혹은 신흥국의 수익률 하락으로 신흥국에 투자되었던 자금이 국내로 환류되거나, 환율 급락에 따른 환차익 기회가 발생하면서 내국인의 해외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때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외화유동성 위기 발생을 억제하는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민간의 해외자산 투자 확대를 통해 대외지급능력 및 대외건전성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내국인의 해외자산 투자로 이어진다면 원화 강세 압력이 완화될 뿐 아니라, 외화유동성 위기를 억제하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김 연구원은 "내국인 해외투자의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 ‘경상수지 흑자⇄내국인 해외투자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 연구원은 보고서를 마무리하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내국인 해외 채권투자자금은 위기가 닥쳤을 때 다시 국내로 환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대외건전성이 종전보다 대폭 강화되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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