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인도에 변화 몰고 온다는 주장 있어
-사회 문제에 집중하는 여성 유튜버 인기
-계층 이동이 어려운 사회…자기계발 강조 유튜버도
-살림 마드라스 대학 교수, ‘세태 반영한 것’

유튜버 PewDiePie와 T시리즈. (사진=유튜브)
유튜버 퓨디파이와 T시리즈. (사진=유튜브)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인들이 유튜브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것만큼이나, 유튜브가 인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점 역시 주목을 요한다. 말하자면, 유튜브와 인도 사회는 서로를 변화시키는 촉매제와 같다고도 볼 수 있다.

퓨디파이와 T시리즈를 둘러싼 경쟁과 또 논란 속에서, 인도인들은 어느덧 T시리즈를 자신과 동화시키거나, 이 유튜브 채널에 국가주의적 정체성을 불어넣기도 한다. 그들이 서구사회와의 전투를 수행하는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감정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무척이나 다채롭고 또 주관적이기 마련이다. 이에 각 인도의 유튜버들은 자신들만의 강점을 무기로, 오늘날 5억 명이 넘는 인도인 인구들을 유혹하고 있다.

◆ 국가를 대표하게 된 유튜브 채널

파이낸셜타임즈가 이에 2월 말 퓨디파이와 T시리즈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경쟁은 구글 인디아의 검색순위 상위권에서 한 달 내내 상위권을 웃돌고 있다. 이는 3월 말을 향해 달려가는 현재까지 그렇다. 구독자 수로는 양 매체가 약 890만 명으로 비등비등하다.

작년 처음으로 T시리즈가 퓨디파이의 구독자수를 역전한 이후, 이 격차는 점차 커질 것으로 당초 예측되었으나, 퓨디파이도 만만치 않았다. 3월 초 엘런 머스크가 그의 채널에 직접 등장한 이후 다시금 양 매체의 구독자 수는 백중세로 접어들었다. 3월 중순을 맞은 현재에는 T시리즈가 퓨디파이에 비해 300명 단위로 앞서있다.

이에 쿠마르 역시 “솔직히 최근 T시리즈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은 상당부분 인도인들의 ‘민족주의 감성’에 어필한 측면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양 매체의 경쟁이 격화되자 그는 하루에도 친구와 팬, 심지어는 업계 관계자에게까지 엄청난 양의 메시지를 받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정치인들도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정치 관계자에게까지 “국가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해 달라. 부디 인도를 자랑스럽게 해 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 방송사와의 대담에서 “10년 전을 생각해봐라. 오직 해외의 인도인들만이 우리 영상을 시청했다. 그리고 지금이 우리의 현재다. 전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솔직히 기분 끝내준다. 우리는 이와 함께 전 인도인들에게도 감사를 보낸다”는 소감을 전했다.

유튜브를 통해 자사의 사업을 확장하려는 모든 인도인들이 그렇듯이, 쿠마르는 그의 성공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터넷 데이터 가격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T시리즈의 채널에서 나오는 수입의 15퍼센트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발생하는데, 구독자들의 인터넷 환경이 원활하지 않으면 많은 구독자 수가 무슨 소용이냐는 논리다.

그 다음 절차는 콘텐츠다. 그리고 T시리즈는 이 방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유튜브에 T시리즈의 이름을 달고 있는 노래는 16만 개, 5만5000개의 뮤직비디오, 그리고 21개의 신규 영화가 9개의 언어로 이루어진 28개의 채널에 나뉘어져 있다.

T시리즈의 유튜브 콘텐츠들. (사진=T시리즈 유튜브채널)
T시리즈의 유튜브 콘텐츠들. (사진=T시리즈 유튜브채널)

인도 마드라스 대학교의 살림 교수는 퓨디파이와 T시리즈의 경쟁을 두고, 퓨디파이의 팬들이 “T시리즈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쟁을 통해 ‘협동조합주의(Corporatism, 대규모 재계 단체들에 의한 국가의 운영 장악)’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에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0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300명의 유튜버 중 133명이 독립 사업자에 속한다”며 위의 비판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우려는 아직 남아있다. 이제는 누구나가 질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핵심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그 점에서는 T시리즈와 같은 대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넷플릭스를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쿠마르 역시 파이낸셜타임즈에서 “사람들에게 무료 데이터를 주는 것은 쉽다. 스트리링 서비스를 권하는 것도 쉽다. 그러나 쓰레기 같은 콘텐츠를 보라고 강요할 수야 없지 않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 인도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유튜버

유튜버 릭샤발리(Rickshawali)로 잘 알려져 있는 아니샤 딕싯은 자신의 구독자 중 80퍼센트가 여성임을 자랑스러워한다. 

본래 딕싯은 배우 지망생이었다. 발리우드의 문을 수차례 두들겼지만 결국 낙방하였고, 뭄바이의 오토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삼륜 전동차)를 타고 평상시처럼 직장으로 통근하던 차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불쑥 떠올랐다고 한다. 

“예쁘장하게 꾸민 릭샤 하나를 골라 타서 촬영을 하자. 릭샤 안에서 유튜브를 촬영하는 대신 기사에게 추가로 100루피(약 1500원)을 주면 서로에게 이득 아닐까?” 

유튜버 릭샤발리. (사진=유튜브)
유튜버 릭샤발리. (사진=유튜브)

시작은 볼품없었다. 닥치는 대로 촬영했고, 명확한 촬영 콘셉트도 없었다. 처음에는 신작 영화를 리뷰하는 일 등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딕싯은 그녀의 채널에서 ‘인도인 여성들의 삶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밝힌다. 그녀는 “특히 오디션 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뒤에는 200만 명에 가까운 여성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는 여태껏 인도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콘텐츠이기도 했다. 진지한 사회 담론을 다루는 학계가 아닌 이상 ‘젊은 도시 여성’을 다루는 진지한 테마는 대중문화에서도 거의 부재했다. 델리대학교와 봄베이종합대학교 등 인도 내의 유명 대학에서도 딕싯의 콘텐츠가 수업의 보교재로 등장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시 말해 ‘사회 현상’이다.
 
딕싯의 유튜버 클립 댓글에는 꽤나 진지하면서도 곱씹어 생각해 볼만한 댓글들이 달리기도 한다. 살림 교수를 포함해 몇몇은 그 중에서도 ‘인도 여성의 이중생활’을 둘러싼 논란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집에서는 조신한 소녀이지만, 밖에서는 배드 걸(bad girls)이 되는 그 차이를 말하자는 것.

딕싯은 수차례 ‘섹스와 타투 같은 금기에 탐닉하면서도 집에서는 힌두 전통에 순응하는 여성’이 존재함과, 그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드러내고자 한다. 다만 그녀는 원인을 설명하고, 어떠한 가치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그녀는 단지 릭샤에 앉아서 보고 들은 사실만을 공개할 뿐이다. 오히려 문제를 수면 위에 끌어올림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이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오고 갈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에 더욱 집중한다. 그녀는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늘 밝혀왔다.

그렇다고 해도, 때로는 조금 더 도발적인 콘텐츠를 다루기도 한다. 그녀의 또 다른 인기 클립인 “나는 왜 브라를 사지 않는가”에서 그녀는 오토릭샤에 온갖 색깔의 브라를 주렁주렁 걸어놓았다. 언더웨어 숍의 점원들을 조롱하는 그녀의 영상은 다소간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보수적으로는 이루 말할 데 없는 인도 사회의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녀는 이러한 영상을 제작하면서도 그녀를 팔로우하는 구독자의 80퍼센트가 여성이라는 점을 특히 맘에 들어 했다. 이와 함께 그녀는 영상에서 “아직까지 주류 영화나 TV프로그램에서 인도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다루는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태도는 점차 인도의 촌락이나 농촌 여성들을 그녀의 채널로 유입시키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유튜버 릭샤발리. (사진=유튜브)
유튜버 릭샤발리. (사진=유튜브)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반반이다. 그녀는 영상에서 “가끔 헷갈린다. 누군가는 (몸이 드러나는) 그런 옷을 입으면 안 된다고 메시지를 보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응원을 보내준다. ‘원하는 길을 계속 가라’, ‘너 자신이 되어라’ 등의 충고도 종종 눈에 띈다”고 밝혔다. 

물론, 때로는 두려울 때도 있다. 도발적인 콘텐츠를 제작함에 따르는 데에 따른 반발에서 오는 두려움은 아니다. 그녀는 현지 언론사와의 2월 인터뷰에서 “나는 카메라만 볼 뿐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나와 시청자가 1대 1로 대화한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은 나를 ‘디디(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그들은 내 말 한마디 한마디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때로 책임감과 동시에, 부담감도 느낀다”고 설명했다.

◆ 팍팍한 세태를 반영하는 유튜버들

인도의 소규모 도시나 농촌에서도 인터넷이 무리 없이 보급되자, 유튜브는 대도시보다 오히려 이들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와 유머 클립들과 함께, 농촌 젊은이들은 유튜브에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무엇’을 찾는데 골몰한다. 말하자면 장래 수입, 교육, 기술, 고용과 같은 문제 등이다.

유명 컨설턴트이자 유튜버 히미스 마단은 문제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자부한다. 그는 “대도시에 살지 않는 인도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유튜브가 소통 공간이 된 셈이다.

올해 31세를 맞은 마단은 그의 첫 커리어를 항공사의 티켓 카운터에서 시작했었다. 이후 인사팀으로 이동했고, 당시 그는 “사람들이 삶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업무에 좀 더 집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2012년 그는 처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모토는 ‘사람들은 너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지라도 결국 너를 만드는 것은 너 자신’이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그는 용기를 얻었고 “대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컨설팅을 해야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그들에게 영어가 아닌 힌디어로 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늘날 그의 채널에는 약 350만 명의 구독자가 함께하는 데, 대부분이 북인도의 소규모 마을 출신이다. 인도는 거칠게 구분하자면 대개 남부보다 북부의 농촌 인구의 생활수준이 떨어지며, 북부민들의 대부분은 현지어보다 힌디를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그가 제공하는 콘텐츠 대부분은 어떻게 보면 낚시성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부자가 되는가?’, 혹은 ‘400루피에서 7크로(약 7000원에서 12억 원)’ 등 일확천금에 기댄 타이틀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유용한 정보나 노하우를 알려준다기 보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에 가깝다.

히미스 마단의 유튜브 클립. 성공을 위한 도구라는 힌디어가 적혀있다. (사진=유튜브)

그러나 그는 자신만만하다. 그는 작년 비즈니스 라인에 기고한 글을 통해 “80퍼센트에 달하는 시청자가 18세에서 35세 사이다”라며, “대부분은 남자다. 그들은 델리, 뭄바이에서부터 자이푸르, 잘란다르에 이르기까지 넓게 퍼져 있다. 그들은 지금도 공부하고, 일하며, 또 취업준비 중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단지 간접적으로 혜택 받지 못한 젊은이를 대변하는 위치에 만족할 뿐이다. 인도는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국가이지만, 계층이동의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한 축에 들기 때문이다. 뿌리박힌 계급적 전통과는 상관없이, 2018년 정부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인도의 청년실업률은 45%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림 교수는 “마단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인도의 청년층이 당면한 두 가지 현실을 보여준다”며, “첫 번째는 그들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 그들은 무엇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할 ‘동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무엇일까? 그것은 쉽고 빠른 ‘지름길’이다. 그의 채널을 구독하는 많은 이들은 그를 ‘일확천금’의 꿈을 이룬 스타이자, 자신들의 ‘롤모델’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단은 그러한 믿음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존재이며, 동시에 그들도 자신처럼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제공해준 길라잡이다. 살림 교수에 따르면 마단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도’ 컨설턴트라 불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유튜버들이 이제는 광범위한 지역 단위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마단의 인기비결을 증명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도 있다. 지난 6월에 업로드 되어, 현재까지 47만 명이 시청한 유튜브 클립의 제목은 “어떻게 유튜브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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