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엔터회사 T시리즈, 최고 구독자수 자랑
-한 스웨덴 유튜버와의 ‘디스전’으로 전세계 이목
-압도적 인터넷 인구…인도, 유튜브 시장 접수

유튜버 퓨디파이. (사진=CNBC)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세계 제 1의 유튜버, 스웨덴의 퓨디파이(PewDiePie)가 유튜브 세상의 왕좌에서 물러났다. 2013년 이래 그는 유튜브 구독자와 조회수 측면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해 왔다. 구독자는 무려 800만 명. 그는 비디오게임 플레이로 한 해에 수십 억 수입을 올려왔다.

그러나 2월 22일, 그는 마침내 인도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T시리즈’에 추월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T시리즈는 주로 인도의 음악과 영화의 제작, 유통을 맡는 회사다. 한국에서의 관심은 다소 적지만, 현재까지 이 두 채널은 구독자수를 두고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세계 유수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한 팬은 심지어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광고를 걸고 아직까지 젤버그(퓨디파이의 본명)가 아직까지 세계 최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광고에 들어간 비용은 우리 돈으로 10억 원이 넘는다.

지난 10월에는 퓨디파이도 T시리즈와 인도 남성들을 조롱하는 랩 음악을 발매하며 ‘유튜브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당시 그는 유튜브 채널에서 “우리가 본격적으로 나서면 (T시리즈는) 우리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이에 인도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많은 인도인 유튜버들도 그들만의 ‘디스랩’으로 퓨디파이의 대응에 나섰다. 

승자는 오직 한 명일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사실 인도인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도인들의 인구는 5억 명이 넘는다. 중국에 이어 세계 제 2의 인터넷 시장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규제로 중국인들은 대체로 유튜브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니 인도가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고 보아도 무리는 없다.

인도의 인터넷 인구 증가폭은 가파르다. 이코노미스트의 2월 분석에 따르면 2016년 12월과 2017년 12월을 기점으로 약 11% 상승했다. 이 기간에는 인도 최고의 갑부 릴라이언스 그룹의 무케시 암바니의 주도 하에 실시된, 초고속 인터넷 망의 확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이 망은 초반에는 무료로, 이후에는 대단히 저렴한 가격으로 인도 전역에 전파되었다.

인터넷 접근성의 향상은 필연적으로 커다란 사회 변혁을 몰고 왔다. 그 와중에도 유튜브 소비의 보편화만큼 커다란 것은 없었다. 2억 5000명에 달하는 인도인들이 매달 그들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농장, 공장, 버스, 기차, 그들의 집이든 호텔 방에서든 유튜브는 늘 그들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독자 수 890만의 유튜브 채널 T시리즈는 세계 엔터업계의 판도를 바꿀 ‘공룡’으로 주목받고 있다.
 

T시리즈의 CEO 부샨 쿠마르(오른쪽). (사진=트위터)

◆ 급성장하는 인도 내 유튜브 시장

인도에서의 온라인 비디오 시장은 그 가치가 우리 돈으로 약 8조 원에 달한다. 자연히 국내외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주목을 받기 마련이었는데, 여기에는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인도에서 유료 구독자 수 200만 명을 돌파했으며, 현재 인도 내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구축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입된 금액만 따져 봐도, 본고장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구독자에게는 연 119달러를 받아 왔지만, 인도의 구독자에게는 동일한 서비스를 14.5달러를 요구하며 마케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 돈으로 수 조 원이 주요 크리켓 경기와, 인도의 유명 영화의 스트리밍 판권을 위해 오가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즈의 분석도 있었다.

T시리즈는 이러한 미국발 ‘자본러시’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1983년 힌디 영화를 유통하는 회사로 시작한 T시리즈는 이 즈음 영화를 제작하는 발리우드의 공룡 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발리우드 노래부터 종교 음악까지, T시리즈는 현재 자국의 음원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많은 인도인 젊은이에게 유튜브는 인터넷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들은 유튜브에서 질문들 던지고, 친구를 사귀며,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교사들이 일선 현장에 참여하지 않는 촌락에서, 학생들은 그들의 교육 과정을 대체할 만한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찾는다. 파이낸셜타임즈 역시 2월 기사를 통해 “유튜브 가수들과 메이크업 블로거들이 인도인 학생들의 수학, 물리학 교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튜브는 인도인들이 시청하는 비디오의 약 95%가 (공용어인 힌디와 영어를 제외한) 로컬 언어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간파하자, 인도인들이 그들의 모어(母語)로 된 콘텐츠를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할 수 있게끔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했다.

인도 전역에 걸쳐 젊은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그들만의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좋은 기회였다. 인도의 실업률 문제는 한국의 취업난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IIT 등 세계적인 대학원을 졸업한 유수의 인력들이 직업을 찾지 못해, 일용직 청소부가 되기 위한 체력 테스트에 임하고 있다는 뉴스가 로이터를 통해 보도되었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서 모바일 스타트업은 많은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는 페이스북이나 왓츠앱 등의 플랫폼을 통해 블라우스부터 핸드메이드 피클에 이르기까지 여러 상품을 판매하며 새로운 유통망을 모색하고 있다. 

유튜브 시장 그 자체도 놀라운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유튜브 스타인 마크 래프코비츠에 따르면 유튜브 구독자 수 100만 명 이상의 인도인 유튜버는 2014년 16명에서, 현재는 300명에 이른다. “인도인들의 유튜브 점령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가 2018년 인도 일간지인 이코노믹 타임즈에 공개한 내용이다.

◆ 유튜버 CarryMinati의 사례

유튜버 CarryMinati로 잘 알려진 아제이 나가르 역시 같은 날 이코노믹 타임즈에서 “우리들과 같은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되고 싶을 것이다. 도전해 보아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인도인 젊은이들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제이 나가르는 인도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소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플루언서다. 그는 10살 때 첫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 했으며, 현재 그의 유튜브채널 구독자 수는 600만 명에 달한다. 그 역시 대개 비디오 게임 시연, 라이브 스트리밍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그의 이름이 더 잘 알려진 데에는 퓨디파이가 ‘비치 라사그나(우스꽝스런 영어를 쓰며 여성을 꾀어내는 인도인 남성들을 조롱하는 속어)’로 인도인들을 싸잡아 조롱한 데 대한 디스곡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굿바이 퓨디파이’라는 곡으로 인도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동영상은 그가 현재 가족들과 살고 있기도 한 델리 남부의 파리다바드의 자택에서 촬영되었는데, 그는 퓨디파이의 온갖 조롱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그 푸른 눈과 갈색 머리’를 한 이에게 “언젠가 인도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오죽하면 퓨디파이와 T시리즈의 실시간 구독자수를 비교해주는 유튜브 채널이 생길 정도였다. (사진=유튜브)

물론 그 메시지의 주된 레퍼런스는 퓨디파이의 인도인 전체를 향한 조롱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에 12월 젤버그는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행위였다”며, 그의 앞선 조롱을 사과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팬들에게 사과의 의미로 인도 자선단체에 기부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 가지 더 특기할 점은, 그는 대부분의 영상을 그의 집에서 촬영한다는 점에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 그의 채널을 운영하는 스텝은 크게 디지털 총괄, 콘텐츠 총괄, 그리고 사업 대표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은 한 달에 대략 8개의 비디오를 촬영한다. 그 중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이는 아니르드 나그팔이다. 그는 올해 24세로, 나가르의 학창시절 친구이자 현재는 사업 대표를 맡고 있다. 그의 주요 업무는 광고 수입을 정산하고, 브랜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라이브 스트리밍에 관한 업무를 정리하는 일 등이다. 

이에 다른 인도인 유튜버들도 그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그는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길 꺼렸지만, 톱 인플루언서의 브랜드 프로모션 수익은 그것만으로도 대략 월에 우리 돈으로 약 2000만 원에 달한다. 

그의 ‘굿바이 퓨디파이‘는 현재까지 조회수가 1800만에 달하는데, 그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요새는 그 영상으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파트너십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그팔은 파이낸셜타임즈와의 2월 인터뷰에서 “요새 들어오는 사업제의는 규모가 꽤 크다”며, 그 중에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 탐 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과 관련해 배급사인 파라마운트 픽쳐스와의 협업도 포함되어 있었다. 

퓨디파이는 T시리즈와의 경쟁을 한 독립 사업자와 대기업과의 싸움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했지만, 사실 인도의 대부분 유튜브는 퓨디파이의 구독자수를 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부분은 그들의 사업 플랫폼을 확장하는 데에 집중한다.

나그팔은 “많은 인도인 유튜버들은 그들의 유명세를 또 다른 사업으로 연결 짓고 싶어한다‘”며, “나와 나가르만 해도 늘 10명에서 15명의 게이머들을 후원하고 관리한다”고 밝혔다. 나가르는 이제 델리 전역에서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집 밖을 나서기에도 쉽지 않다.  

유튜버 아제이 나가르. (사진=트위터)

나그팔은 “나가르는 별 일을 다 겪는다. 하루는 쇼핑몰에 갔는데 한 팬이 갑자기 그의 셔츠를 찢기도 했고, 나는 (몰려오는 팬을 막느라) 거의 두들겨 맞기도 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느 남성 팬이 달려와 나가르의 뺨에 뽀뽀를 한 일도 있었다”고 후술했다.  

나가르는 인도의 유명 경제지 비즈니스 라인과의 2월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술회한 바 있다. 그는 “인도의 모든 젊은이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더군다나 인도는 인터넷 인구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나가르의 디스곡은 현재까지 130만 개 이상의 ‘좋아요’ 클릭 수를 기록하고 있다. T시리즈의 영화음악 담당 부샨 쿠마르 역시 “CarryMinati(나가르의 유튜브 채널)은 예전에야 인도인들만 구독했지만, 오늘날은 전 세계에서 그의 채널을 찾는다”고 밝혔다. 

그의 채널뿐만이 아니다. 인도 최대의 유튜브 채널 T시리즈의 공세는 인도 전역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T시리즈는 남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접근성이 가벼운 뮤직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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