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채피’, 인간을 닮은 로봇의 기묘한 발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에서 수차례 일어났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혼란에 빠졌다. 이미 겪어온 과정임에도 너 나 할 것 없이 이토록 긴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의 ‘융합’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은 물론 기계와 기계, 사람과 기계가 융합되면서 세상에 없던 기상천외한 존재가 쏟아져 나온다. 지금까지 한 번도 목격하지 못한 현상이다 보니, 신기하다 못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영화 속 4차 혁명’은 영화 속 간접 경험을 통해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잘 대비하고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시리즈로 기획됐다. <편집자 주>

“채피는 마치 사람 아이가 커가는 것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며 언어, 지식, 감정을 배우고 느끼고 성장한다. 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로봇이 인간과 같이 진화하면서 과연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 지을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로봇과 인간의 관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학습을 통해 기계가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인간을 대신해 도시의 치안을 책임지는 세상은 이제 더는 꿈같은 일은 아니다. 인간이 곧 기계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채피’는 이런 현실이 반영된 SF(공상과학)다. 

2016년, 매일 300건의 범죄가 판을 치는 요하네스버그. 이 도시 안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치를 로봇 경찰 군단이 등장한다. 이름 하여 경찰 ‘스카우트’ 군단이다. 그들은 고통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부품을 교체하기만 하면 반영구적으로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기 때문에 인간을 대신해 위험에 앞장서고 범죄를 소탕한다. 인간들은 그러한 스카우트를 믿고 의지하며 도시는 점점 평화로워진다.

◇ 인간이 곧 기계가 되는 과정을 그린 SF

영화 ‘채피’ 스틸 컷.
영화 ‘채피’는 인간이 곧 기계가 되는 과정을 그린 현실이 반영된 SF다. (사진=영화 ‘채피’ 스틸 컷.)

이런 평화도 잠시 이 로봇을 개발한 천재 엔지니어 디온(극중 데브 파텔)은 자신이 개발한 로봇들이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AI를 탑재하길 원한다. 예를 들어 학습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한다던가,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고도의 수준 말이다. 영화에서 채피는 ‘꼬마’라는 뜻의 이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상태로 깨어난다. 마치 사람 아이가 커가는 것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며 언어, 지식, 감정을 배우고 느끼고 성장한다.

채피는 초반에는 자신의 창조자 디온이나 마미, 대디와 같은 주변 사람들의 지도 학습을 통해 사물을 구분하고 후반에는 비지도 학습 방식을 통해 자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해간다. 심지어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같은 심도 깊은 주제를 탐구하며 인간과 같이 사고하는 존재가 되어간다. 채피에서 묘사하는 현실은 이미 우리의 현실을 향하고 있고, 인간을 닮아가는 기계의 기묘한 발전에 대해 받아들이거나, 목숨 걸고 싸우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의 결말에 다다르면 채피는 자신을 창조한 디온이 죽음의 위험에 쳐하자 그의 뇌 데이터를 백업한 후 로봇 스카우트의 몸에 이식한다. 육체는 기계이지만 정신은 완전히 디온인 것이다. 육체가 필요할 때마다 다른 기계에 뇌 데이터를 옮기면 된다.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코웃음 칠만한 내용이지만 추후에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된다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펼쳤던 인공지능(AI) ‘알파고’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로봇 프로그램이다. 이 기술은 인간의 ‘가르침’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하고 미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기계학습의 일종이다.”

 

(사진=Facebook Deep Face)
(사진=Facebook Deep Face)

◇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하는 ‘딥러닝’ 기술

그렇다면 실제 이러한 기술은 현재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스(YES)다. 이 기술의 핵심인 딥러닝(Deep Learning)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뜻한다. 즉  많은 데이터를 분류해서 같은 집합들끼리 묶고 상하의 관계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간의 ‘가르침’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하고 미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기계학습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2월에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펼쳤던 인공지능(AI) ‘알파고’도 딥러닝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로봇 프로그램이다. 이세돌과 바둑을 두기 전까지 알파고는 끊임없이 스스로 바둑 기보를 가지고 바둑 전략을 학습했다. 알파고들이 서로 바둑을 두면서 바둑의 원리를 배웠고, 과거에 있었던 바둑 경기들을 스스로 학습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수를 두어야 할지 배워나간 것이다.

특히 딥러닝의 강점인 이미지 기반 영상 분석 능력을 활용, 영상의학 분야에서 하나둘씩 성과를 내놓으며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의료 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보통은 의사가 암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림프절 조직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 현미경을 이용하는데 이를 대신한다. 이렇게 되면 일반 병리학자(73%)보다 훨씬 높은 95%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다.

가령 엑스레이 영상에서 병변을 찾아낼 때 AI의 정확도가 사람보다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례들은 AI 기술을 통해 일상생활을 혁신하고,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무수한 사례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딥러닝은 데이터 양 자체가 풍부하며, 높은 확률적 정확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에는 친구의 사진을 올렸을 때 자동으로 얼굴을 인식해 태그를 달아주는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딥페이스(Deep Face)’ 기술을 적용했다. 이용자가 올린 이미지의 얼굴의 측면만 봐도, 어떤 이용자인지 판별해낼 수 있다. 인식 정확도는 97.25%로 인간의 눈 인식 정확도인 97.53%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다. 이처럼 딥러닝 기술이 사람처럼 배우고 판단하는 능력을 발휘할 때, 어쩌면 사람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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