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는 1990년대 이후로 인도인민당(BJP)와 인도국민회의(INC)가 번갈아가며 정권을 노리는 ‘양당 체제’가 자리 잡은 국가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공화당 및 민주당 외에 세 번째 정당이 자리 잡기 어려운 미국 같은 나라와는 달리, 인도는 이 두 개의 ‘전국 정당’ 외에 각 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 정당이 무수히 많다. 가령 2014년 총선에서는 무려 464개의 정당이 선거판에 뛰어든 바 있다.

따라서 정당 간 연대가 선거 승리의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말하자면 다른 지역에서는 별 볼일 없지만, 자기 동네에서는 ‘힘 좀 쓰는’ 지역 정당들을 많이 포섭할수록 총선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농촌 및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민심을 잃은 여권에게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는 분석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농촌 주민들은 인민당을 뽑지 않을 것이지만, 인민당은 농촌 주민들이 지지하는 정당과 연합하면 된다. 그래서 인도 선거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2014년 총선에서는 당시 야당이었던 인민당이 여당이었던 회의당이 지역 정당들과 탄탄하게 연합하지 못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덕분에 인민당은 당시 득표율이 31.3%에 그쳤지만, 연방하원 전체 543석 가운데 과반인 282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 회의당은 19.5%의 득표율을 올렸음에도 고작 8.1%인 44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정당 간 연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다. 인민당에 대한 지지세가 5년 전보다 약해진 데다 야권이 과거의 실패를 뼈아프게 느끼고 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은 인민당이 먼저였다. 지난해 12월 중북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여당은 과거 데면데면했던 지역정당들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전통적으로 약세 지역인 남부지역의 지역정당이 대표적인 타깃이 되었다. 이에 최근에는 남인도를 통틀어 가장 큰 정당 중 하나인 타밀나두주의 AIADMK와 전격 연대를 선언할 수 있었다. 타밀나두의 연방의회 의석은 총 39석으로 이 가운데 AIADMK는 37석을 차지하고 있다.

인민당은 과거 총선에서 이 39개 의석 중 1개를 차지하는 데 그칠 정도로 남부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인민당이 남부 지역을 넘어 총선 판도 전반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민당은 아울러 서부 마하라슈트라에서는 한때 서로 등을 돌렸던 극우 민족주의 성향 시브세나와 다시 손을 잡았다. 마하라슈트라는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가 자리 잡은 곳으로 인도 내에서 가장 부유한 주로 꼽히는 전략 지역이다. 인민당과 시브세나는 2014년 총선에서 주 연방하원 의석 48석 가운데 각각 22석과 18석을 차지한 바 있다.

인민당은 아울러 오디샤, 비하르 등 북동부 여러 주에서도 지역 정당과 연대를 통한 지지세 확산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현재 인도 제1 야당인 인도국민회의의 총재를 맡고 있는 라훌 간디. 그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네루의 증손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인도 제1 야당인 인도국민회의의 총재를 맡고 있는 라훌 간디. 그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네루의 증손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필승 전략’이 동일하기에, 야권도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다.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으며 연방하원 의석수만 80석에 달하는 우타르프라데시주(UP)에서는 전통적인 라이벌 지역 정당인 바후잔사마지당(BSP)과 사마지와디당(SP)이 ‘적과의 동침’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2014년 71석을 싹쓸이한 인민당의 독주를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회의당이 야권 연대에 가담한다면 인민당의 이번 총선 우타르프라데시주 의석수는 30석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회의당이 우타르프라데시의 골목대장들과 손을 잡을 수 있느냐가 정권 교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초에 우타르프라데시는 수도인 델리의 ‘코앞’에 위치한 데다, 이 주에만 사는 인구가 1억이 넘기 때문에 민심을 판가름할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되곤 한다. 명실상부 인도의 ‘정치 1번지’라고도 불린다. 그렇기 때문에 야권이 다시 분열하면 BJP의 의석수는 2014년처럼 70석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야권은 또한 웨스트벵골주의 마마타 바네르지 주총리를 중심으로도 야당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타밀나두 주의 AIADMK는 여권으로 등을 돌렸지만, 인근의 텔루구데삼 당은 회의당과 연대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2015년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보통사람당(AAP) 소속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총리 등도 ‘모디 총리 재집권 저지’라는 깃발 아래 연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인들의 ‘지역 사랑’은 유별나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이번에도 압도적으로 자신들의 지역 정당들에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모디 총리, 그리고 대권을 노리는 회의당의 라훌 총재는 어쩌면 ‘막판 민심 잡기’보다 ‘지역 정당 달래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인도 총선의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활발하다. 인민당이 과반 혹은 그 이상을 득표한다면, 인도 주요 정책(메이크인 인디아, 디지털 인디아 등)의 추진이 가속화되고 대인도 경제 협력 범위도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도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원은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협력 방안을 선제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김도연 연구원은 이어, “회의당 혹은 지역정당 중심의 연합정부가 구성될 경우, 현 모디 정부가 추진하는 친시장·친기업적 경제정책 기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정세변화에 따른 협력 방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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