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끼리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 아날로그적 음악과 함께 공유

뮤지컬 장면 (사진=우란문화재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뮤지컬 장면 (사진=우란문화재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내년이면 로봇이라는 용어가 생긴지 100년이 된다. 로봇이 과거 단순히 상상 속에서 인간을 위협하거나 인간을 도와 악의 무리들을 무찌르는 것에 그쳤다면 현재는 우리 일상 속에서 가전제품 등으로 공존하고 있다. 인공지능 형태의 기기는 인간이 물리적으로 만지지 않고 사람 이름을 부르듯 명칭을 부르며 원하는 바를 얘기하면 수행하며 집사 역할을 한다.

IT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로봇윤리헌장을 논의했다. 또 지난 2017년엔 로봇도 인간처럼 권리와 의무를 가진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로봇기본법이 발의된 바 있다. 로봇을 IT기술의 결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에 준하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한 창작 뮤지컬은 로봇과 인간의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로봇과 로봇의 감정 드라마를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음악들과 함께 담아냈다. 이에 관객들의 호응은 물론 여러 수상의 명예를 안았다. 로봇을 인간에 준하는 인격으로 보는 시대에 걸 맞는 작품으로 보인다.

뮤지컬 장면 (사진=우란문화재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뮤지컬 장면 (사진=우란문화재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래의 어느 날을 배경으로 하는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로봇과 로봇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냈다. 인간을 돕는 용도로 개발된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야기다. 이들은 낡은 로봇들로 수리할 부품마저 단종됐다. 이 상태로 오래전에 떠난 주인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

충전기가 고장난 클레어가 올리버의 집을 찾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반딧불이를 찾아 함께 여행을 가는 낭만적인 장면들을 그려낸다. 이들은 서로 함께하는 과정에서 사랑을 느끼며 그에 따른 고통도 느낀다.

어느 인간보다도 따뜻한 감정들을 뿜어내는 이 로봇들의 이야기는 높은 완성도를 지닌 음악으로 더욱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재즈, 클래식, 복고풍의 음악들이 관객들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어넣는다.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제목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 어쩌면 해피엔딩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엔딩일 수도 있는 이 뮤지컬은 직접적인 결말이 없는 형태다. 관객들의 추측을 자아낸다. 열린 결말과 관련해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과 함께 고통도 느끼게 되자 고민 끝에 메모리칩 속 상대에 관한 기억을 지워버리기로 약속했는데 실제로 지웠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후 충전기가 고장 난 클레어가 올리버의 집을 찾았을 때 올리버는 예전과 달리 아무 말 없이 충전기를 내준다. 이 장면을 보고 어떤 이는 기억을 지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혹 어떤 이는 기억을 지운 척 하는 장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뮤지컬 장면 (사진=우란문화재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뮤지컬 장면 (사진=우란문화재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어쩌면 해피엔딩은 전문가들로부터 창작 뮤지컬의 교과서로도 불린다. 우란문화재단의 기획으로 개발돼 2015년 우란문화재단 리딩 공연, 트라이 아웃을 거친 뒤 2016년엔 뉴욕에서 리딩 공연을 펼쳤다. 또 그 해 대학로에서 첫 무대를 시작하며 인기를 끌어왔다. 때문에 제작 기초 단계부터 탄탄해 창작 뮤지컬의 바람직한 사례라는 평가다.

이 뮤지컬은 김동연 연출, 박천휴 작가, 윌 애런슨 작곡가가 만들었다. 감성 풍부한 음악들 사이 꼼꼼하고 사랑스러운 대사, 개그 코드까지 담은 전개로 관객들에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었다는 평을 듣는다.

휴머니즘이 넘쳐나는 탓이었던지 일부 관객들은 ‘충전기를 건네받는 손이 살짝 떨렸다’는 감상평을 남기며 클레어와 올리버 모두 기억을 지우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불과 지난달 초 종료된 뮤지컬이지만 아직도 높은 평점과 함께 다시 보고 싶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이 뮤지컬. 관객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볼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조만간 뮤지컬 말고 실제로 로봇끼리의 교감을 인간이 포착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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