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전날 생중계된 ‘마이클 코언’ 청문회
-민주당은 트럼프 탄핵 공세 강화
-위기감 느낀 트럼프, ‘북미회담 결렬’을 카드로 내세웠나

백악관 만찬 메뉴를 햄버거로 선보인 트럼프 대통령. (사진=CNN)
 트럼프 대통령. (사진=CNN)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트럼프-김정은 간 북미회담 결렬의 원인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트럼프는 “북한 측의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북쪽에 아쉬움을 표한 반면, 다소나마 북측을 옹호하는 이들은 “비건 특보를 통해 협의된 스몰딜을 먼저 파기한 것은 트럼프 측”이라며, “트럼프는 난데없이 ‘빅 딜’을 요구했다.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마련되기 전. 대개는 실무자급에서 어느 정도의 사전 협의는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점과, 양국의 입장을 종합해 본 결과 적어도 트럼프가 ‘사전 합의된 사항’을 벗어난 조건을 요구했다는 점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합의된 사항을 뒤집었을까? 사실 국내에서는 하노이 회담에 가려졌지만, 회담이 열리기 전날 밤 미국에서는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전국에 생중계된 바 있다.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의 오랜 개인 변호사이자 최측근이다. 최근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로버트 뮬러 특검은 바로 지난 대선 트럼프와 러시아 간 공모를 통해 러시아 정부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설립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조만간 방대한 양의 최종수사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인데,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그 내용에 따라 트럼프가 탄핵될 가능성도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반면, 마이클 코언 청문회는 뮬러 특검과는 별개로 이루어졌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트럼프의 뮬러 특검 수사방해 공작’과 ‘트럼프 섹스스캔들을 감추기 위한 공작’ 의혹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뮬러 특검과 함께 트럼프 탄핵을 주도하는 민주당의 쌍끌이 전략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마이클 코언은 돌아섰다. 자세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그 역시 돌변하여 의회에서 공개적으로 트럼프 비난에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트럼프가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탄핵은 결코 쉽지 않다.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정말 어려운 의사결정 과정 끝에 이루어졌다.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더욱 힘들다. 하원 재적 과반수의 결의와 상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야 탄핵발의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상원의 다수당은 공화당이기 때문에 실제로 결의가 이루어지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말하자면, 공화당 쪽에서 다수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53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중 최소 20명을 빼내야 하는 상황이다.

현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의 행보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녀가 현재 워싱턴의 판세를 주도하는 인물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하원의장은 워낙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연방 서열 3위의 고위 직책이다. 낸시 펠로시 자체가 여성으로 가장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이자, 민주당 서열 1위로써 트럼프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

낸시 펠로시의 의중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미국 정세에 밝은 한 소식통은 “실제로 탄핵이 가결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낸시는 탄핵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른바 ‘공화당 흔들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전술했듯이, 트럼프 탄핵안이 하원에서 소추된다면 상원에서의 확정의결 자체는 무척 가능성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상하원에서 돌출될 ‘공화당 내의 反트럼프’표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트럼프의 재선추대 불가 여론이 확대될 수 있다. 

박수치며 트럼프를 조롱하는 낸시 펠로시. (사진=뉴욕타임즈)

공화당 내에서도 탄핵 위기에 처한 현직 대통령을 다음 대선후보로 미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메이슨리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낸시 펠로시는 탄핵이라는 궁극적 목표에서 회선할 것”이라며, “차기 대선에서의 트럼프 낙마를 목적으로 탄핵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낸시 펠로시는 올해 78세로 다음 대선을 생각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설사 탄핵된다 해도 그와 가까운 부통령이 잔여 임기를 대행하는 미국의 시스템을 생각했을 때. 탄핵의 실익이 없다는 주류 언론의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이에 워싱턴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낸시 펠로시와 공화당 내 비주류 세력들에게 ‘회담 결렬’이라는 뇌물을 안겼다”는 의혹을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의혹은 하노이 회담 전날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있었고, 해당 청문회가 트럼프의 ‘변심’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는 의심에서 비롯된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늠할 척도였던 북미회담 역시, 결국 미국 내의 정치적 계산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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