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연임제는 한 학급을 2년 이상 맡으며 해마다 바뀌는 선임식 담임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사진=Ⓒpixbay 이미지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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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학교마다 선생님들이 전근을 오가서 상당수 바뀌었다. 사립학교나 기숙사학교들은 변동이 덜하다. 대다수 공립학교 교사들은 해마다 담당하는 학급이 다르고 4-5년마다 학교를, 7-8년마다 지역을 옮긴다. 학년 진급에서 담임이 바뀌고 학급이 낯설어 교사나 학생은 적응에 상당한 부담과 노력이 든다. 학부모도 덩달아 담임으로 누굴 만날까에 대해서 무척 신경 쓰인다. 해마다 담임과 학급이 바뀌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은 방식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때이다.

과거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직업계 학교로 갈 것인지 진학계 학교로 갈 것인지를 거의 교사가 결정하였다. 교사가 그런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4년 내내 담임연임을 했기 때문이다.

교사는 수업시간에 한 손으로 가르치고 다른 한 손으로 학생들의 수업에 임하는 특성을 기술한다고 한다. 그렇게 쌓인 기록을 가지고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고, 학생과 학부모와 상의하여 최선의 결정을 했던 것이다. 요즘은 너무 이른 시기에 결정한다는 폐단이 있다고 하여 많이 늦추어졌다.

몇 년 전 탈북교사를 만난 적이 있다. 북한의 소학교에서는 담임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연임한단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글자와 계산법을 깨쳐주고 기본생활습관을 배워주는 은사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가르친다고 하지 않고 ‘배워준다’는 표현을 쓴다. 즉 학생이 배워 익힐 때까지 교사가 끝까지 책임지고 가르쳐준다는 의미다.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배급제가 해체되어 교사도 시장을 전전하거나 사교육을 하거나 뇌물을 받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만 해도 교사는 존경받는 직업인이었다. 즉 담임연임이 된 교사는 학생에게 평생 은사이자 대외적으로 실명으로 책임지는 존재였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대부분의 학교생활이 담임을 중심으로 한 학급단위에서 이루어진다. 학급의 모습은 상당 부분 담임과 학생들의 특성에 따라 좌우되는 편이다. 초등의 담임배정은 교사와 협의도 하지만 교장에게 위임되어 있어 규정에 따라 거의 해마다 담임할 학년이 바뀌는 선임제이다.

이렇게 되면 교사는 학생을 누가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이를 기초로 기본생활습관형성과 생활지도, 학습과 진로 지도 등에서 효율이 상당히 떨어진다. 학생들은 새 학년에 올라와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스트레스를 매년 겪어야하며 교사 역시 학생의 이름을 외우는 일부터 학급 규칙과 문화를 만들어가기까지 짧게는 2주, 길게는 1달 이상 정상적인 수업운영이 힘들어 그만큼 수업결손도 생긴다. 초등에서는 학년전담제와 교과전담제로 이를 보완하기도 한다.

학급담임의 영향이 줄어드는 고교에서도 대학진학이나 사회진출에 중요한 계기를 이루는 고3 담임교사의 영향력은 적지 않다. 그래서 고3담임은 엄선되는 편이고 전담하기도 한다. 즉 학년전담제는 담임 연임제를 보완한다. 현실은 1학기에 진도를 마치고 2학기 수능 전에 시험준비연습이나 대학진학원서를 작성해야 하는 아주 바쁜 시기에 고3담임은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기 전에 진로지도를 해야 한다. 그래서 고교 2,3학년 연임하는 학교도 있고, 진로상담교사를 별도로 두거나 진로별 담임제로 이를 보완하기도 한다.

담임 연임제는 한 학급을 2년 이상 맡으며 해마다 바뀌는 선임식 담임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다. 3년 혹은 6년 내내가 어렵다면 2년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다. 초등에서는 2개 학년씩, 진로지도가 중요한 중고교에서는 2-3학년에서 담임연임을 도입할 수 있다.

이로써 학생의 새 학년과 학급적응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교사는 학생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로지도 및 개개인의 성장을 위한 교육계획을 더 잘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교사의 학급경영 부담 축소 및 재능 발휘와 교직만족도 증가, 수업전문성 향상과 기초학력부진 감소, 학교생활기록부의 충실한 기록, 학생간 사회적 관계증진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교사와 다양한 학생을 접할 기회가 필요한데 장시간 특정 교사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 오히려 비교육적일 수도 있고, 학생과 교사가 갈등이 있어 학급교체가 불가피할 때의 대응책도 분명히 요구된다. 교사도 잘 안 맞는 학생들을 연임하기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학급과 담임이 바뀌는 상황에 따른 부작용을 막고 교육적 효용성과 안정성을 위해서 담임 연임제를 시도해봄이 좋지 않을까?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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