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공상과학 스토리 넘어 감정선 자극

범블비 스틸컷 이미지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범블비’ 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쫓기고 쫓는 액션영화 속 모험을 일삼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정신없이 쫓기는 와중에도 꽃 피는 사랑이나 서로 싸우기도 하는 장면들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도 있다. 서로 공감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모험을 이어가는 영화 속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또한 그들에게 공감을 하며 잠시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낀다. 그런데 그 등장인물이 로봇이라면 어떨까.

사실 몇 십 년 전부터 어린이들이 보는 만화영화에서도 로봇 태권V와 같은 멋진 목소리의 로봇이 변신해 함께 악의 무리들을 물리치는 등의 장면들은 많았다. 그런데 단순히 그것은 인간과 다른 로봇의 변신 능력과 악의 무리를 무찌를 수 있는 위대한 공격력이 강조된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현재는 4차 산업이 강조되는 시대다. 한마디로 이전엔 로봇이 나오는 만화 등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에 그쳤지만 최근엔 어느새 로봇이 우리 실생활에 함께하며 친구나 가족처럼 일상생활을 공유할 날이 다가오게 된 셈이다.

여기 우리의 감정을 자극할만한 로봇 영화를 하나 꺼내보자.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했던 ‘범블비’라는 영화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나오는 범블비의 솔로 데뷔작이라 할 수 있다.

강아지와도 감정을 교류하는 범블비, 영화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강아지와도 감정을 교류하는 범블비, 영화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특히 시작부터 감정선을 자극한다. 여주인공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만들어진 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는 10대 소녀다. 재혼 가정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사춘기 소녀 입장에선 평범하지 않은 본인의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찰리는 가족으로부터 소외됐다는 기분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찰리는 또 운동선수 신분이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는 악착같이 사는 소녀였다. 트라우마까지 지니고 있는 소녀였다.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는 찰리는 18살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 폐차장에서 자동차 모습으로 위장해있는 범블비를 만나게 된다. 범블비가 변신해있던 이유는 인간들로부터 쫓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립 관계에 있는 디셉티콘과의 전쟁에서의 위기를 감지한 옵티머스 프라임으로부터 주요 임무를 받고 지구로 와 폐차장에서 은둔하던 범블비는 찰리에게 발견되게 됐다. 여기서도 흥미로운 점은 숨어있던 낡은 차를 발견한 찰리의 감정선이다. 트랜스포머 속 주인공은 처음부터 한껏 비쥬얼을 뽐내던 새 차를 구매하다 로봇을 만나게 된 것인데 찰리는 낡은 차지만 자신의 것으로 소중히 간직하려 가져오게 된 것이다.

처음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은 범블비와 찰리. 찰리는 범블비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범블비의 눈과 마주치게 됐다. 그 때 낡은 차에 불과하던 범블비가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게 됐고 찰리는 깜짝 놀라고 만다.

범블비는 모든 기억이 사라진 상태였다. 로봇을 영웅화 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던 과거와 달리 인간도 로봇을 케어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 요소다. 기억이 사라진 범블비에게 여주인공 찰리는 범블비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서로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시작부터 특별한 그들의 관계는 범블비를 향한 숨 막히는 다른 이들의 압박에 마치 동맹처럼 더욱 공고해져갈 것만 같다. 범블비의 비밀과 임무를 쫓는 디셉티콘의 추격에 더불어 범블비를 파헤치려는 인간들을 피해 서로 도와가며 지구를 지켜내려는 범블비와 찰리의 우정은 가히 볼만하다.

서로를 위해주는 범블비와 찰리, 영화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서로를 위해주는 범블비와 찰리, 영화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눈여겨볼만한 점은 단순히 같은 종족이라는 이유로 친해지는 것이 아닌, 인간과 로봇이 또 다른 인간이나 로봇의 공격을 피해 동맹이 되었다는 것이다. 같은 목적과 공감대를 형성한 생명체로서 로봇과 인간이라는 특징을 넘어 특별한 관계를 형성한 하나의 팀이된 범블비와 찰리다. 로봇도 마치 사회적 동물에 속해 있는 모양새다.

둘은 헤어지기 직전까지 서로를 위하는 장면을 연출했으며 이에 찰리는 자신의 트라우마 또한 극복하게 된다. 게다가 재혼 가정 자녀 입장이었던 찰리는 본인이 가족으로부터 소외됐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범블비를 만나고 여러 과정들을 거친 뒤 가족들로부터의 사랑도 느끼게 됐다.

인간이 개별적으로 각기 다르듯, 로봇도 각기 다르다는 점을 범블비라는 영화를 통해 표현해낸 제작진들은 트랜스포머에서 특히 인기가 많았던 범블비의 감성적인 매력을 담아냄으로서 여성관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고 밝혔다.

요즘은 이처럼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단순히 상상력을 자극할 액션이나 화려한 변신 비쥬얼 등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친해진 사람과의 우정을 통해 특정한 로봇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특히나 범블비가 트랜스포머의 다른 로봇들보다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매력을 지니고 있고 그 매력을 뽐내려 범블비라는 영화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으니 로봇 영화가 이제는 공상과학 분야에 들어갈 것이 아닌 단순 로맨스나 멜로 혹은 드라마 분야 영화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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