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bay 이미지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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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교육은 권리이자 일부 교육은 의무로 규정된다. 연이어 제32조에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또한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이로써 제34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3개의 조항을 엮으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교육을 받고, 교육의 결과 근로를 하여 수입을 얻어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갖는 것이다. 즉 국민들이 근로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직업 수행에 필요한 직무수행능력을 학교교육에서 길러주어야 한다. 초기에는 일반교양교육을 하고 최종 단계의 학교에서는 직업준비교육을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

직업준비교육 없이 사회에 나가라는 것은 마치 낙하산 없이 공중에서 뛰어내리라는 것과 유사하다. 그만큼 위험하다. 이점에서 의무교육의 끝은 일반교양교육이 아니라 직업준비교육의 시작이어야 한다. 누구나 초중학교의 교양교육을 넘어 소정의 직업준비교육을 받아야 교육의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헌법의 규정도 고쳐야 할 것이다.

간신히 의무교육을 마감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거리로 나간다고 하여도, 국가는 그들에게 직업준비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지워야 한다. 직업에 따라 적어도 수개월 혹은 수년을 배우고 소정의 면허나 자격을 갖추고 학교를 떠나는 것을 허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생계를 위해 반사회적인 일에 가담할 여지가 높다.

수년전에 길에서 태어나 이름이 0길태라는 이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그가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가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학교에서 배운 것이 없어 사회에 나오니 범죄밖에 저지를 것이 없어서...”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필자는 교육학자로서 그 뉴스를 들으면서 등골이 오싹했으며 오늘날까지 그 인터뷰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가 정확하게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맹점을 짚어냈다고 본다.

범죄밖에 저지를 것이 없도록, 학교는 그에게 직업기술, 직무수행능력을 길러주지 않았던 것이다. 우선적으로 중학교 중퇴나 졸업 후 거리에 나가지 않도록, 즉 일정한 직업준비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가도록 그 과정을 만들어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업기술이 있으면 생계수단을 반사회적으로 강구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교에 진학할 때 특성화(직업계) 고교를 지원했다 낙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직업기술을 배우겠다는 학생을 불합격시키는 것은 근로의 의무를 수행할 준비를 못하게 하는 것이므로 명백한 학습권침해이다. 더구나 특성화고 불합격생을 대학진학준비 공부를 하는 일반고에 배정하면 그들이 3년간 학교서 무엇을 하겠는가? 수업을 알아들을 수 없어 마냥 잠을 잘 것이고, 성적은 낮아서 잘 하는 학생들의 밑을 깔아주는 역할만 수행하다 불만을 갖고 졸업할 것이다.

당사자인 학생에게는 일반고 시절은 ‘인생낭비’다. 간혹 고3이 되어서 일반고에서 산업정보학교 등으로 직업위탁교육을 한다고 야단이다. 처음부터 직업고에 가는 것을 막지 말든가 진즉에 직업고로 전학을 시켜주었어야 할 것이다. 교육정책 당국자들과 특성화고 교원들과 정책 변화와 당사자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직업고로 간다고 고졸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늘날 방송통신대, 사이버대, 학점은행제 등의 평생학습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대학졸업장,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학부모들도 평생학습사회의 열린 학업기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청소년기에 일찌감치 직업기술을 배우고 자립할 기반을 만들도록 도와야할 것이다.

직업기술이 있는 사람은 평생 그것으로 먹고 산다. 국가적으로도 선취업 후진학을 장려하고, 직장경력을 학력 못지않게 우대할 일이다. 독일 등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대학진학이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는 학력인플레, 학벌사회가 만연되어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가 심각하다. 냉정하게 말해 체면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

중학교, 고교, 대학, 대학원, 어디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든 누구나 공식적인 최종교육은 직업준비교육이어야 한다. 대학에서도 학위과정을 통해 면허나 자격을 주는 학과나 전공, 특히 이공계는 실업문제가 덜 심각하다. 취업이 안 되면 창업이나 창직할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딱 맞는 시장이 없는 순수학문의 학과나 전공들은 학부보다 대학원으로 이동해야할 것이다.

박사학위과정의 학문탐구도 이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자나 교수를 키우는 직업준비이다. 순수학문을 하고도 교수나 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 탐구한 바를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 수차례 산업혁명은 이공계, 과학기술기능인에게 기회가 더 많음을 말해준다.

결국 최종학교 졸업장을 받은 사람은 취업, 창업, 창직, 가업승계, 상급학교 진학 등으로 실업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교 이후부터는 철저하게 진로별 교육을 실시해 직업준비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듯이, 주변에서 실업자들의 보면 알겠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으면 사람은 늘 흔들리고 마음 둘 곳도 없다.

실업자는 모교를 향해 돌을 던진다. 미비한 교육제도는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잘못된 교육제도는 사회를 병들게 한다. 교육부 등은 각 단계별로 직업준비교육을 적절히 마련하여 언제 어디서나 무상으로 직업준비교육을 받도록 하여, 국민들이 근로를 통해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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