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로 떠오른 로봇의 성적 미래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피그말리오니즘(pygmalionism)’이 요즘 구체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조각가로, 여성 혐오증을 갖고 있었는데 직접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을 만들어 그녀와 사랑을 나눴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소원을 빌어 조각 여인은 실제 사람으로 변하게 됐고 둘은 아들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았다. 이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를 따라 가상의 이상적 존재에 탐닉하는 것을 가리킬 때 피그말리오니즘이라고 한다. 피그말리오니즘은 요즘 구체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이른 바, ‘로봇과의 사랑’이다. 국내에서는 포르노그래피가 불법이고 성인 용품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엄격해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성인용 로봇 산업은 신드롬이다. <편집자 주>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다만 이런 현상 때문에 성인로봇은 성인식을 무분별하게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은 사회적·윤리적 문제로 이슈화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로봇을 대상으로 범죄행위에 가까운 성행위를 마음대로 하게 되면서 잘못된 성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실제 사람에 대한 성범죄를 낮출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성인로봇의 등장은 가족 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드몽포르대학의 캐슬린 리처드슨 교수는 “섹스로봇이나 섹스토이 등은 실제로 성관계가 일어나는 대상이 아니라 자위행위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섹스로봇과 같은 장치는 인간의 성문화를 왜곡하고 성 착취와 성학대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 컷)
(사진=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 컷)

◇ The Future Of Robot Sexuality

또 네덜란드 트벤테대학에 소재한 로봇공학재단(FRR)은 2017년 내놓은 ‘로봇의 성적 미래’ 보고서에서 성관계용 로봇이나 인형은 부부의 성욕 불균형을 해소하고 노인, 장애인 등 성소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반면 아동형 로봇이 생산돼 ‘소아성애’를 부추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우려는 하버드대 캐시 오닐 박사의 경고대로 성인로봇이 남성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성인로봇이 남성의 체력보다 더 뛰어나 여성에게 새로운 형태의 테크닉을 제공한다는 논리다. 반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마리나 아드셰이드 교수는 “배우자의 성욕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부간 압박에서 벗어나 성인로봇이 권태로운 부부관계에 자극을 주거나 오랜 로맨스를 유지하게 도와줄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를 통해 결혼의 질이 향상되고 이혼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의 성적 미래는 풀어야할 숙제로 남는다. 성인로봇이 자의식을 갖게 될 경우 인간과 다르게 볼 수 있는지도 문제다. 인간에 가깝다고 볼 경우 성인용 로봇 개발과 이용 자체가 심각한 권리 침해가 될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AI 기반 성인용 로봇 등장이 가볍게 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성인로봇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윤리적 고민도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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