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정부, 올해 총선 심판대 올라
-5년 간의 ‘친기업 행보’ 긍정적 평가
-한편 개혁의 방향, 속도에 대해서는 논란 있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덴키야는 인도 동쪽의 오디샤 주의 비옥한 지대에 펼쳐져 있는 농촌 마을이다. 덴키야 마을은 인도 전역에서 ‘베틀 후추’(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널리 재배되는 후추과의 덩굴 식물)의 산지로도 유명한데, 주변 마을 모두를 먹여살려온 상품 작물로서 몇 세대 동안 인기가 높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덴키야는 다른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안 좋은 의미에서다. 덴키야는 인도의 가장 유명한 ‘산업 구조조정’의 실패사레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2005년, 오디샤 주 정부는 포스코와 손을 잡고 벵갈만 인근의 약 1620헥타르 규모의 지대에 1200만 톤의 제철공장을 세우기로 협의한 바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였다(약 73억 달러). 호주의 데킨 대학교의 연구진에 따르면 “최소한 7000개의 직업이 생길 것이며, 원재료, 물류, 조달 등에서 파생되는 직업을 합하면 약 87만 개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공장 부지의 대부분은 주 정부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불행히도 그 땅은 베텔 포도를 위한 경작지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이 지역의 주민들은 해당 프로젝트에 격렬히 반대했다. 철강 공장이 농촌 경제와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주 전역에 걸친 반대와 규제 허들을 넘지 못한 포스코는, 2017년에 결국 이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한 농촌 공동체의 촌장이엇던 발모르 다스는 당시 니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철강 공장의 근로자들은 교육과 기술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베텔 농업이 좋다. 최소한 우리에게 월 3만 루피(약 50만 원)의 수입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른 농부 역시 “우리는 몇 세대에 걸쳐 이 곳에서 작물을 경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포스코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시기적으로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직에 오르기 전의 일이다. 그러나 포스코의 철수가 모디 총리가 인도를 철강산업의 중추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있어 큰 차질로 작용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모디 정부의 친기업 행보

2014년 그의 선거 캠페인 당시, 모디는 유권자들에게 일찍이 구자라트 주의 주지사로 재임 당시 경제 기적을 일으켰던 성공 노하우를 인도 전역에 전파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친기업’, ‘시장친화’ 등의 구호는 곧 그를 수식하는 미사여구와도 같았다.

현재 그는 5월에 예정된 총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따라서 그의 재선을 판가름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과연 모디는 그가 약속한 개혁에 성공했는가?

모디 총리의 첫 번째 임기는 ‘메이크 인 인디아’ 등 제조업 육성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들과 규제 완화에 역량을 집중한 시기였다. ‘메이크 인 인디아’ 역시 제조업과 해외직접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으며, 회사법 개정과 세법 완화 등의 시도는 인도 내 비즈니스를 용이하게 만들 조치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의 어젠다에는 토지 기록과 매매 절차를 투명, 강화하는 안이 담겨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모디가 좀 더 일찍 집권했더라면, 포스코를 통해 오디샤 경제가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토지의 소유권을 확정하는 문제가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프라 건설이나 제조업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에 있었던 화폐개혁을 들여다보자. 당시의 화폐개혁은 인도 전역을 잠식한 ‘검은 돈’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의도 하에 계획되었다. 그러나 방식이 문제였다. 11월 6일 자정 즈음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날 부로 시중에 유통되어 있는 고액권의 사용을 전면 중지하겠다는 내용이 그것이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통화 경제의 마비를 의미했다. 뿐만 아니라 통합간접세(GST) 도입효과 역시 아직은 그 평가에 신중해야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모디 정부 하의 인도 경제는 늘 7%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오가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물론 화폐개혁이나 GST 도입이 없었다면 훨씬 더 높은 수치가 나왔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과 경제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디 정부가 많은 공약들을 실천에 옮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The Age of Awakening"을 쓴 인도의 유명 경제학자 아밋 카푸르 역시 ”인도 경제는 결국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것“이라고 모디 정부를 옹호하기도 했다.      

◆ 중국을 넘을 수 있을까?

철강 등의 중공업이 결국에는 많은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덴키아 마을 주민들의 판단은 옳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도와 오디샤가 니케이 신문이 평가한 데로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제조업 육성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점 역시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포스코 진출에 반대하는 오디샤 주의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철강 공장을 중심으로 부품, 부속 공장들이 제조업 생태계를 이루는 경제는 이미 앞서 타밀나두 주와 현대자동차 공장, 카르나타카 주와 도요타 공장 등이 자세히 보여준 바 있다. 만일 토지의 소유권이 서류에 의해 분명하게 구별되어 있고, 소유 및 매매절차가 법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다면 오디샤와 인도 경제에 있어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이 가정은 만일 인도가 2000년에 걸친 라이벌인 중국에 비견될 만큼의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끌어들이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인도 노동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5억2000만 명의 노동력이 아직도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농업이 GDP에 기여하는 정도는 고작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노동인구 중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비율은 20%를 하회한다. 개혁개방에 한창이었던 1991년, 노동인구의 절반이 농촌에 살았던 시기에 비해 눈에 띌 정도로 적어졌다.

IMF는 2018년 중국의 1인당 GDP를 9600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고작 2000달러다. 1991년 개혁개방 당시에는 인도의 GDP가 중국보다 높았다는 점을 고려해보자면 양국의 처지는 정반대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중국은 덩샤오핑으로부터 시작된 개혁개방정책이 14주년을 맞던 해였다.

무엇이 이 두 국가의 처지를 바꾸었을까? 1991년 이래 중국은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10차례나 달성했지만, 인도는 고작 1차례에 그쳤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의 기적이, 상당 부분 농촌 인구가 도시의 제조업 분야로 흘러들어 온 점에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정부 당국의 교육과 투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중국의 경우 1990년을 시작으로 고숙련 노동자들이 시장으로 꾸준히 흘러들어왔다.

모디 정부의 인도인민당(BJP) 역시 교사들을 충원하고, 중등 교육을 확대하는 안을 통해 교육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모디 정부의 계획 아래,초등과 중등학교 교수들의 수가 매년 3%씩 증가했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이전까지 현직 교사들의 무려 25%가 갖가지 이유로 일선 교육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모디 정부의 토지와 교육개혁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얻곤 한다. 특히 가장 시급한 두 종류의 개혁을 정면에서 다루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모디 정부가 경제학자들에게 비난받는 부분이 전술했듯, 지난 2016년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이다. 목적이야 검은 돈과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것이었지만, 하루아침에 시중 통화량의 86%을 종잇조각으로 만드는 그의 결단력(?)에 학자들은 경악했다.

화폐개혁 당시 현금을 인출하려고 ATM 기기앞에 줄을 길게 늘어선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인도중앙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현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갑작스런 화폐개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는 보장은 거의 없다”며, 사용 중지된 화폐들 대부분 역시 기존의 통화 시스템 하에 다시금 편입될 것임을 지적했다.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자유 무역에 힘쓸 것이라는 모디의 공약도 빛이 바래고 있다. 2월 1일 갑작스레 인도 정부가 판매자의 소유권 등을 이유로 해외 온라인커머스 플랫폼에 대해 금지조치를 내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결정에 대해 모디 정부의 브레인이자 컬럼비아 대학의 경제학자인 아빈드 파나가리야 역시 “정부는 수입대체공업화시기의 정부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수입관세도 내내 올리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 개혁은 성공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디 정부는 매우 어려우면서도, 앞을 내다보기 힘든 개혁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통합간접세의 신설이다. 지역마다 세제가 다른 인도의 간접세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개혁이었다.

기업부채도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이다. 인도 재계는 현재 미중유의 부채와 파산 이슈에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소위 ‘프로모터’라 불리는 재계의 유명 CEO들도 이번 위기는 쉬이 벗어나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들 역시 당장 부채상환과 파산 중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인도의 대표적인 재벌로 꼽히는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의 이사진은 2월 1일 발표에서 당사가 파산보호(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함)를 신청할 것이라 밝혀 재계를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항공사인 제트에어의 대주주인 나레쉬 고얄 역시 수차례 투자자에게 자신이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임을 해명해야 했다. 

또다른 재벌기업인 에사르 그룹의 루이아 일가 역시 에사르 철강의 파산을 막지 못했다. 일가는 인도 회사법 재판소(NCLT)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현재 NCLT는 이들 일가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동의 없이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심사하고 있다.

파산한 Essar Steel의 대출매각 호가가 62%임을 알리고 있다. (사진=현지방송화면)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의 결과에 앞서 모디 정부가 2016년 봄에 도입한 파산법(Insolvency and Bankruptcy Code, IBC)을 언급하곤 한다. IBC는 오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주들에게 파산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앞서 인도중앙은행이 작년 2월 부채 상환일로부터 180일이 지난 기업들을 상대로 파산 절차를 시작하도록 지시한 것이 IBC의 도입의 발단이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이 두 사건은 곧 기업들로 하여금 ‘양자택일’을 강요하도록 만들었다.

IBC가 도입되기 이전, 채권자들은 채무자에게 빚을 상환하라고 독촉하거나, 파산 절차를 촉구할수 있도록 강요할 법적 수단이 전무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IBC 이전 부채 상환이 연기되는 것은 말 그대로 ‘일상’이었다”며, “인도의 비즈니스 관행도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말, NCLT는 “올해 1500개의 기업들이 파산 절차에 돌입했으며, 300개는 청산되었고, 80개 정도는 새로운 오너를 맞았다”고 밝혔다. 파산 절차가 신속해졌다는 것은 이른바 ‘좀비 기업’의 정리가 용이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건강한 기업들의 재무재표 역시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다. 부실채권의 90%는 국영 대출 기관이 감당하고 있었기에 재정 위기를 막았다는 평가도 있다.

몇 년간 복잡한 계약 문제와 부채 상환에 따르는 어려움은 세계은행이 매년 선정하는 “기업하기 좋은 순위”에서 인도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 되어 왔다. 2014년 모디 총리는 2017년까지 인도의 랭킹을 50위까지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인도는 2014년 142위에서 2018년 77위까지 오르는 데 성공했으나, 계약과 부채상환과 관련된 항목에서 100위를 하회하며 최종 순위를 끌어내렸다. 인도의 비즈니스 관행이 조금 더 일찍 바뀌기 시작했다면 모디 정부의 약속이 이루어졌을지는 모를 일이다,

통합간접세(GST)에 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도의 최대 HR 컨설팅 회사인 팀리스의 CEO인 마니쉬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재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세법을 아는 고용주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밝히며 GST시스템 하에 편입될 인도의 기업 생태계를 기대했다.  

인도 정부 측에 의하면 GST에 등록된 기업의 수는 2018년 대략 1200만 개에 해당하는데, 전년도에 비해 2배 상승한 수치다. 마니쉬는 “현재 느껴지는 변화야 미미하지만, 내년, 후년을 거치며 그 효과는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갖가지로 붙어있던 세법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도 줄어들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현재 연방정부에서 인정하고 있는 노동법은 38개가 넘는다. 그리고 그 중 다수가 ‘노동자’와 ‘임금’에 대해 서로 다른 정의를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마뉘시는 “현존하는 노동법의 10% 이상을 위반하지 않고서야 모든 노동법에 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악명높은 내용은 ‘산업 분쟁에 관한 법률’의 쳅터 5-B 항목인데, 100명 이상 종업원을 가진 사업장에서 고용주는 근로자를 해고할 권리를 정부에게 이양해야 한다는 항목이다. 세계은행과 IMF 역시 지속적으로 이 조항을 철폐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개혁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정부는 비정규직 제도를 고안했고, 이에 2018년 비정규직을 법제화하는데 성공했다. 마뉘시는 “챕터 5-B의 전면 개정이 좀 더 바람직하겠지만, 이 역시 근로자들에게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데 유연성을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BC와 GST의 효과는 아직 면밀히 드러나지 않았고, 노동법 개혁을 포함한 모디의 개헌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거나, 그 시효성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상태다. 인도가 역시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 당시 도입되었던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유산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모디 주도의 인민당이 지난 5년 간 이 유산을 청산하려 한 것도 긍정적으로는 평가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다가오는 총선 정부는 시민들로부터 이 시도에 대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노무라증권의 이코노미스트 난디는 모디 정부의 지난 5년에 대해 “방식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지언정 필요한 방향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많은 개혁이 아직 진행 중에 있지만, 정권 교체와는 상관없이 지속되어야만 하는 개혁들이다”라는 그의 말이 인도의 지난 5년을 마무리하는 가장 옳은 평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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